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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IT 융합' 게놈연구..유전정보 분석으로 질병 예방

이승현 기자I 2015.04.29 00:50:15

UNIST 게놈연구소, 유전체 해독 및 분석 실시..유전정보 제공해 특정질병 예측
"유전체분석, 바이오메디컬의 반도체"..DGIST, 식물 유전자 연구

[대구·울산 =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울산과학기술대(UNIST) 게놈연구소에서 연구원이 혈액을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기(시퀀서)에 넣어 유전체 해독작업을 하고 있다. UNIST 제공
지난 24일 찾은 울산시 울주군의 울산과학기술대(UNIST) 게놈연구소. 연구원들이 시약을 장비에 넣으며 한창 실험을 하고 있다.

이 곳에선 유전체(게놈·유전자+염색체) 분석을 하고 관련분야를 연구한다. 유전체 분석은 인간이나 동물, 식물 등 생물의 유전체를 모두 해독한 뒤 분석하는 것이다.

유전체는 생물현상과 관련된 모든 유전정보로 생물의 특징과 특정질병 발병 여부를 결정짓는다. 혈액이나 체액 등으로 유전체를 완전히 파악하면 한 개인의 미래 특정질병 가능성도 알 수 있다.

UNIST는 국내 대학 중 처음으로 최근 유전체 분석 서비스 기업인 ‘제로믹스’(Geromics)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자신이 유방 절제 수술을 받기로 결심한 이유를 밝힌 안젤리나 졸리의 <뉴욕타임스> 칼럼 내용을 보도하는 미국 매체의 방송 화면. 출처/ foxct.com
유전체 분석이 대중에게 알려진 데는 미국 헐리우드 영화배우 안젤리나 졸리의 영향이 크다. 그는 2013년 유전체(게놈·유전자+염색체) 검사를 받고서 자신이 유방암을 일으킬 수 있는 변이유전자 ‘BRCA1’을 보유한 것을 알게 된다. 이 유전자를 가지면 유방암과 난소암에 걸릴 확률이 각각 87%와 50%이다. 어머니는 56세의 젊은 나이에 난소암으로 사망했다.

졸리는 2013년 유방 절제수술을 받은 뒤 2015년 난소 제거수술도 받았다. 미국에선 개인 유전정보 분석으로 질병을 사전에 대비하는 예방의학이 이른바 ‘안젤리나 졸리 효과’로 큰 인기를 끌었다.

미래창조과학부 제공
이러한 유전체 분석은 개개인을 위한 맞춤형 의료시대를 여는 핵심열쇠로 기대받고 있다.

유전체 해독은 DNA 구성하는 염기 4가지 A(아데닌), G(구아닌), C(시토신), T(티민)의 배열 순서를 밝혀 지도화하는 것이다. 인간 DNA는 무려 30억개의 염기서열로 이뤄져 있다. DNA 염기서열에 따라 유전형질이 달라진다.

유전체 해독과 뒤이은 분석작업은 고가의 첨단장비 몫이다.

UNIST 게놈연구소에선 유전체 해독에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기(시퀀서·Sequencer)인 미 라이프테크놀로지사(社) 장비를 활용한다. 이 장비는 DNA 조각들을 수백만개의 나노 크기의 분리된 공간에 넣고 여기서 증폭되는 대량의 신호들을 한꺼번에 읽는 방식의 ‘대규모 병렬형 염기서열 기술’을 이용한다.

과거 인간게놈프로젝트에선 1명의 유전체 해독에 13년간 30억달러(약 3조2000억원)가 소요됐지만 지금은 기술발달 가속화로 불과 며칠의 기간에 1000달러 가량이면 가능해졌다.

대형 서버를 갖춘 슈퍼컴퓨터는 개인의 게놈지도를 기준 지도(한국인 표준게놈지도) 등과 비교 분석해 특정 유전자 발현이나 수정, 결손 등을 파악한다. 졸리의 경우 이 과정으로 BRCA1 유전자 보유를 알게 됐다.

유전체 분석 서비스 기업들은 유전체 해독과 분석까지 제공하고 있다. 이규상 UNIST 생명과학부 교수(제로믹스 최고운영책임자)는 “유전체 분석은 BT와 IT의 결합으로 의약품 제조와 분석장비 수출 등 시너지가 상당하다”며 “유전체 분석은 앞으로 바이오메디컬의 반도체(기본요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전체 연구의 흐름과 실용 및 산업화 관계도. 미래창조과학부 제공
앞서 23일 방문한 대구 달성군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에선 식물에 대한 유전체 분석연구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 곳에 자리잡은 기초과학연구원의 ‘식물노화수명연구단’은 2년생 작물인 ‘애기장대’(Arabidopsis thalian)를 대상으로 노화와 생애주기 등을 집중 연구하고 있다.

여기에 이용되는 다중오믹스설비는 단백질체와 유전체, 전사체 샘플에 대한 공급과 처리를 자동화한 장치다. 이 샘플들은 질량분석기와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기(미 일루미나사 장비) 등을 거쳐 유전정보를 얻을 수 있다.

연구단의 유종상 연구위원은 “노화와 수명 등 생애주기 조절과 관련된 돌연변이 애기장대를 많이 찾고 있다. 어떤 유전자의 잘못으로 돌연변이가 일어나고 생체 네트워크가 바뀌는지 분석한다”고 말했다.

연구의 목적은 우수 유전체 발현으로 식량증산과 바이오에너지 활용의 길을 찾는 것이다. 식물이 동물에 비해 환경변화에 더 예민한 점을 이용, 환경조절로 식물을 특정한 방향으로 키우는 연구작업도 진행 중이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에 들어선 기초과학연구원(IBS)의 ‘식물노화수명연구단’ 연구원들이 실험실에서 키눈 애기장대를 관찰하고 있다. 연구원에선 애기장대의 노화와 생애주기 등을 연구하기 위해 유전체 샘플 등에 대한 공급과 처리를 자동화한 다중오믹스설비를 이용하고 있다. DGIST·I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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