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우나 고우나 애플"…국내 전자업계 의존도 심화

이재호 기자I 2014.04.22 05:00:00

LG디스플레이·LG이노텍, 아이폰6 효과에 실적개선 기대
삼성전자, "특허전쟁 벌여도 반도체 공급은 포기 못해"

[이데일리 이재호 기자] 삼성과 LG 등 국내 전자업계의 애플 의존도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삼성과의 특허전쟁 이후 국내에서 애플에 대한 여론이 악화된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특히 부품 제조업체의 경우 아이폰 판매량에 따라 희비가 갈리는 실적 동조화 현상이 강화되면서 애플 물량 수주에 사활을 걸고 있다.

◇ 아이폰6 효과에 웃는 LG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LG디스플레이(034220)LG이노텍(011070) 등 LG그룹 내 전자 계열사의 실적 개선이 기대되고 있다. 올 하반기 출시 예정인 아이폰6에 부품을 대거 공급키로 했기 때문이다.

올해 LG디스플레이의 모바일용 LCD 패널 매출은 50% 이상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용 LCD 패널 완제품의 80%가량을 출하하는 중국 옌타이 모듈공장의 매출은 지난해 18억 달러에서 올해 27억 달러로 증가할 전망이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애플이 출시한 아이폰5S와 5C의 패널을 공급했지만 판매량이 시장의 예상치를 밑돌면서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그러나 아이폰6는 기존 제품과 달리 4.7인치 이상의 대화면이 탑재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벌써부터 시장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실제로 대화면이 채택될 경우 LG디스플레이는 아이폰6에 공급하는 패널 면적과 판가가 모두 증가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아이폰6 패널의 40% 정도를 공급할 것으로 보인다.

LG이노텍도 아이폰6 효과에 웃고 있다. 전체 매출의 40%를 차지하는 카메라 모듈 사업의 실적 개선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아이폰6가 전작보다 사양이 업그레이드된 1000만 화소 이상의 카메라 모듈을 탑재하게 된다면 매출 증가폭은 더욱 확대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아이폰6 출시를 계기로 전체 아이폰 판매량이 1억90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며 “대표적인 부품 업체인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의 애플 공급 물량도 크게 늘어나 실적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아이폰7 효과 노리는 삼성

삼성전자(005930) 입장에서도 애플은 절대 놓칠 수 없는 고객이다. 최근 2차 특허침해 소송이 시작되면서 표면적으로는 대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물밑으로는 협력관계를 유지하려는 노력도 병행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7일 미국 글로벌파운드리와 14나노 핀펫 기술을 공유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핀펫은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스(AP)를 3차원(3D) 입체로 만드는 기술이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기존 20나노 제품보다 소비전력을 최대 35% 줄이고 성능은 20% 이상 높일 수 있다.

삼성전자가 글로벌파운드리와 손잡은 것은 애플이 차기 스마트폰 제품에 자사의 AP를 공급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아이폰용 AP를 공급해 왔던 삼성전자는 특허소송 여파로 아이폰6 AP 공급업체에서 배제됐다. 대신 대만 파운드리 업체인 TSMC가 AP 물량을 수주하는데 성공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파운드리가 14나노 핀펫 기술로 AP를 만들게 되면 우리와 공동으로 대규모 물량을 수주하는 게 가능해진다”며 “TSMC를 견제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애플이 개발 중인 아이폰7에 AP를 공급하기 위한 포석인 셈이다.

삼성전자가 애플에 AP를 다시 공급하게 되면 관련 사업을 담당하는 시스템LSI 사업부의 실적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관련 매출만 4조~5조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최근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올해 1분기 매출은 증가했지만 시스템LSI 부진 등으로 사실상 위기상황”이라며 “진정한 강자가 되려면 시스템반도체를 포함한 모든 분야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부터 14나노 핀펫 기술을 적용한 AP를 양산할 계획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삼성과 애플이 경쟁관계에 있지만 반도체 사업만 놓고 보면 애플은 무시할 수 없는 고객”이라며 “애플도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삼성 제품을 마냥 외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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