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뉴욕증시가 반등 하루만에 다시 혼조세로 주춤거렸다. 기업 실적은 대체로 양호했지만, 애플 실적에 대한 우려와 경제지표 부진이 이를 상쇄시켰다. 그러나 다우지수는 홀로 사상 최고 종가를 경신했다.
23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전일대비 22.57포인트, 0.15% 상승한 1만5568.12로 장을 마감했다. 반면 나스닥지수는 21.11포인트, 0.59% 떨어진 3579.27을 기록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역시 전일보다 3.13포인트, 0.18% 하락한 1692.40을 기록했다.
유로존에서 프랑스의 기업신뢰지수가 15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삐에르 모스코비치 재무장관이 “프랑스 경제가 경기침체에서 벗어났다”고 선언한 것이 호재가 됐다. 스페인에서도 3분기부터 경제가 플러스 성장세를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또한 유로존 소비자 신뢰지수가 1년 11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도 시장심리에 힘이 됐다.
아울러 미국에서도 최대 화학업체인 듀폰과 최대 방위산업체인 록히드마틴, 대형 보험사인 트래블러스 등의 이익과 매출이 개선된 모습을 보인 것이 호재로 작용했다.
그러나 미국의 지난 5월 전국 평균 집값이 오름세를 이어가긴 했지만 시장 기대에는 못미친 실적을 낸데 이어 리치먼드 제조업지수도 예상치 않은 하락세를 기록하며 막판 지수를 끌어 내렸다. 장 마감 이후 나올 애플의 실적 우려도 한 몫했다.
업종별로 등락이 엇갈린 가운데 통신주들이 강했던 반면 소비재 관련주는 부진했다.
유나이티드 테크놀러지는 연간 실적 전망 상향까지 겹치며 주가가 3% 가까이 올랐다. 피바디에너지도 부진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시장 예상을 웃돌며 주가가 5% 가까이 급등했다. 텍사스 인스트루먼트도 전날 장 마감 이후 양호한 실적을 발표한 덕에 4% 이상 상승했다.
장 마감 이후 실적을 내놓을 AT&T와 VM웨어, 브로드컴, 디스커버 파이낸셜 등도 기대감에 동반 상승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듀폰과 트래블러스가 양호한 2분기 실적에도 불구하고 각각 약보합과 3%대의 하락세를 보인 가운데 전날 예상에 못미치는 가입자수 증가율을 기록한 넷플릭스는 4.47% 하락했다. 실적 우려로 인해 애플 주가도 1.72% 하락했다.
◇ 美투자은행 원자재사업, 정·관계 전방위 압박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JP모건체이스 등 원자재 시장에서도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월가 대형 투자은행들에 대한 압박이 전방위적으로 가해지고 있다.
이날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투자은행들의 원자재 거래에 대해 조사를 계획해온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그 첫 조치로 골드만삭스와 글렌코어 엑스트라타, 노블그룹 등이 운영하는 알루미늄 창고에 대해 조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CFTC는 골드만삭스가 디트로이트 인근에서 운영하는 27곳의 원자재 창고에 있는 알루미늄들을 뒤섞는 방식으로 보관기간을 늘렸고, 고객들에게 원자재 저장공간을 렌트해 한 해 수백만 달러씩의 이익을 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CTFC는 이같은 내용을 지난주말 이미 통보했다.
아울러 이날 월가 투자은행들이 금융업을 뛰어넘어 어떻게 필수 원자재시장까지 영향력을 확대했는지를 조사하기 위해 미 상원 은행위원회가 개최한 청문회에서도 투자은행들에 대한 성토가 쏟아졌다. 이번 청문회에서 상원 의원들은 은행들이 원자재를 저장하고 소비자들에게 배송하기 위해 직접 원자재 창고와 파이프라인, 오일 탱크 등을 사들이는 과정에서 법규정을 악용하지 않았는지 하는 점을 추궁할 예정이다.
아울러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주 “어떠한 원자재 관련 활동이 금융상 활동에 필수적인지, 그에 따라 금융 지주회사들에게 허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 재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투자은행들의 원자재 관련업무 인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는 뉘앙스도 풍겼다. 이와 관련, 전날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 연준 관계자들이 지난 몇 주 사이에 대형 투자은행 경영진과 만나 원자재관련 자산 소유를 금지하는 문제를 협의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들 대형은행이 해양과 육상을 통한 원유와 가스 수송 등에 관여하면서 짭짤한 수입을 올려왔던 만큼 이를 금지하면 투자은행들의 손실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 유로존 소비자신뢰지수, 호조..8개월째 개선
이달중 유로존 소비자들의 경기 기대감이 또다시 개선됐다. 8개월 연속으로 개선세가 이어지며 23개월만에 가장 높았다. 향후 유로존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이날 유로존 17개 회원국들을 대상으로 산정한 7월 소비자 신뢰지수 예비치가 마이너스(-) 17.4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에서 예상했던 -18.3보다 더 높은 수준이었다. 지수는 기준치가 되는 제로(0)를 밑돌아 경기를 낙관적으로 보는 소비자에 비해 비관적으로 보는 소비자가 더 많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지만, 앞선 6월의 -18.8에 비해서는 높아지며 8개월 연속으로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이는 지난 2011년 8월 이후 1년 11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처럼 소비자들의 경기 기대치가 높아지면서 6분기째 이어져온 유로존 경기 침체가 조만간 끝날 것이라는 기대는 더 높아지고 있다. 유로존 경제에서 소비자 지출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가계 소비지출은 유로존 부채위기 발생 이후 사상 최고 수준까지 치솟은 실업률과 임금 인상 둔화, 재정긴축에 따른 정부 지출 삭감 등으로 인해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경기 회복에 발목을 잡아왔다.
◇ 美 전국 평균집값, 상승지속..예상엔 못미쳐
미국의 지난 5월 전국 집값은 전월대비 오름세를 이어갔지만 시장 기대에는 못미쳤다. 전년동기대비로는 여전히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미국 연방주택금융청(FHFA)이 이날 발표한 지난 5월중 미국의 전국 평균 집값은 전월대비 0.7%(계절조정) 상승했다. 이는 앞선 5월의 0.5% 상승에 비해 상승세가 확대된 것이지만, 시장 예상치인 0.8%에는 못미쳤다. 또한 5월 상승률도 종전 0.7%에서 하향 조정됐다.
아울러 전국 평균 집값은 전년동월대비로는 7.3% 상승했다. 주택 공급량이 줄어들면서 집값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지난 2007년 4월 고점에 비해서는 여전히 11.2%나 낮은 수준이다.
지역별로는 캘리포니아와 오레곤주 등 태평양 연안지역에서 15.8% 상승했고, 네바다와 애리조나주 등 산악지역에서 12.7% 상승했다. 반면 켄터키와 앨라버마주가 포함한 동남부 지역에서는 가장 낮은 2.7% 상승에 그쳤다.
◇ 듀폰-록히드마틴-트래블러스, 2Q 동반 실적호조
세계 최대 화학업체인 듀폰의 올 2분기(4~6월) 순이익이 10억3000만달러, 주당 1.11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1년전 같은 기간의 11억7000만달러, 주당 1.23달러보다 감소한 것이다. 또 일회성 경비를 제외한 조정 순이익은 주당 1.28달러를 기록하며 전년동기의 1.50달러보다 감소했지만, 그나마 시전망치에는 부합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00억달러를 기록해 전년동기의 102억1000만달러보다 감소했고 시장 전망치인 100억4000만달러에도 소폭 못미쳤다.
미국 최대 군수업체인 록히드마틴사의 2분기(4~6월) 순이익이 8억5900만달러, 주당 2.64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주당 2.20달러였던 시장 전망치를 크게 웃돈 것으로, 이 기간중 연금 조정비용이 주당 23센트, 전년동기의 39센트보다 크게 줄어든 것이 이익 개선에 한 몫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미국 최대 기업용 보험회사인 트래블러스도 2분기(4~6월)중 순이익이 9억2500만달러, 주당 2.41달러를 기록해 1년전 같은 기간의 4억9900만달러, 주당 1.26달러보다 무려 85%나 급증했다. 특히 주당 순이익은 사상 최대 수준이었고, 영업에 의한 순이익도 주당 2.13달러를 기록해 시장 전망치인 주당 1.60달러를 훌쩍 넘어섰다.
◇ 스페인 성장회복 기대..佛 “경기침체 벗어났다”
스페인 중앙은행은 이날 올 2분기중에 스페인의 GDP 성장률이 전기대비 마이너스(-) 0.1%를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0.3% 후퇴할 것이라던 시장 전망치보다 개선된 것이다. 또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1.8% 위축됐을 것으로 예상했다. 앞선 1분기에는 GDP 성장률이 전기대비 0.5%, 전년동기대비 2% 각각 후퇴한 바 있다.
스페인 중앙은행은 현재 스페인 경제 실적은 앞서 통계당국이 밝힌 것과 거의 같은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페인 통계청은 오는 30일 2분기 GDP 성장률 첫 추계치를 발표한다.
또한 피에르 모스코비치 프랑스 재무장관이 “프랑스 경제가 경기 침체에서 벗어났다”고 공식 선언했다.
모스코비치 장관은 이날 현지 라디오인 ‘유럽1’에 출연, 프랑스 중앙은행과 통계청(INSEE)의 경제지표들을 인용하며 2분기중에 프랑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2%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앞선 1분기의 0.2% 마이너스(-) 성장을 뒤엎은 것으로, 모스코비치 장관의 전망대로 2분기에 플러스(+) 성장을 기록할 경우 3분기만에 경제가 성장세를 회복하게 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