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5월 22일자 39면에 게재됐습니다. |
[이데일리 박원익 기자] 서울 여의도 정가에 문제 의원 제명 논의가 떠들썩하다.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 부정 사태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이석기, 김재연 당선자 때문이다.
두 당선자에 대한 정치권과 언론의 공세는 가공할 만하다. ‘제명하기 위해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 ‘국민참여 운동을 펼쳐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경선 부정으로 민주주의를 파괴했다는 비난에 ‘종북주의’ 이념 공세까지 더해지며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들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모습이다. 이 당선자와 김 당선자는 총선 직후 의원 등록까지 마쳤다. 통합진보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가 ‘사퇴 시한’으로 못박은 21일까지 사퇴서도 제출하지 않았다. 두 당선자는 최근 출당 조치를 피하기 위해 당적을 서울시당에서 경기도당으로 옮기기까지 했다.
이석기, 김재연 두 당선자의 활약 덕분일까. 물의를 빚고 있는 다른 당선자의 문제는 가려졌다. 논문 표절로 새누리당을 탈당한 문대성 당선자와 제수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는 김형태 당선자에 대한 사퇴 요구는 오간데 없는 실정이다.
‘논문 표절에 해당한다’는 국민대 당국의 판정을 받은 문 당선자는 지난 17일 국회에서 열린 초선 의원 연찬회도 당당히 참석했다. 김형태 당선자는 성추행 이외에 선거법 위반 혐의까지 불거지며 경찰 조사를 받고 있지만 사퇴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통합진보당 사태의 최대 수혜자가 새누리당과 문대성, 김형태 당선자라는 평가가 나올만 하다. 이석기, 김재연, 문대성, 김형태 당선자는 열흘만 버티면 정식으로 국회의원 배지를 달게 된다. 회기중 불체포 특권과 직무상 행한 발언에 대한 면책특권도 부여받는다.
당사자는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국민을 대변하는 대표이자 세금으로 수많은 혜택을 누리는 국회의원에게 엄격한 잣대가 적용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당내 민주주의 절차를 무시한 의원이 국가의 민주주의를 논하거나, 논문을 표절한 의원이 인사 청문회에서 표절 문제를 지적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더군다나 이들의 뻔뻔한 태도는 국민을 한층 화나게 만들고 있다. 종북주의, 성희롱, 논문 표절이라는 행위도 문제지만 ‘잘못한 것이 없다’며 버티는 모습에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태도는 대한민국 헌정사에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길 뿐만 아니라, 이기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그릇된 결과주의를 부추길 수 있다.
이석기, 김재연 당선자만 연일 비난하는 새누리당의 태도 역시 문제다. “모든 국민의 지탄을 받을 정도로 국회의원의 자격과 품위를 상실한 의원은 당연히 제명되야 한다”는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의 주장은 이석기, 김재연 당선자 뿐만 아니라 문대성, 김형태 당선자에게도 유효해야할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