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훈의 글로벌 이슈]중국 VS 미국-일본의 GPS 경쟁

이장훈 기자I 2012.05.04 10:00:00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l.com

[이데일리 이장훈 칼럼니스트] 중국의 우주개발에 가장 큰 공을 세운 인물은 누구일까. 중국 최초의 인공위성인 ‘동방홍(東方紅)’을 쏘아올린 첸쉐썬 박사이다. 첸 박사는 1970년 창정(長征) 1호 로켓에 인공위성 동방홍을 탑재해 지구궤도에 올려 보냈다.

저장성 항저우 출신인 첸 박사는 미국으로 유학, 1939년 MIT에서 석사, 캘리포니아 공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첸 박사의 스승은 미국 제트추진연구소(JPL)를 설립한 폰 카르만 교수이다. JPL은 현재 미국 항공우주국(NASA) 소속으로 행성탐사 연구를 담당한다. 첸 박사는 미국 국방과학 기술자문위원회 로켓 부문 책임자로 일하면서 각종 미사일 개발에 참여했다. 미국 정부는 1949년 중국이 건국되자 고국으로 돌아가려던 첸 박사의 귀국을 막았다. 중국 정부는 1955년 미국 정부와 협상을 통해 한국 전쟁 때 포로로 잡은 미 공군 장교 15명과의 맞교환하는 조건으로 첸 박사를 데려왔다.
 
 과학원 역학연구소장, 국방부 제5연구원장 등을 맡아온 첸 박사는 중국의 우주개발에 초석을 다졌다. 첸 박사는 1958년 간쑤성 사막에 있는 주취안을 위성발사기지로 만들기도 했다. 현재 중국의 우주 과학 분야 최고 과학자들은 대부분 첸 박사의 제자들이다. ’중국 우주개발의 아버지’ ‘미사일 대왕’ 등으로 불려온 첸 박사가 2009년 10월 사망하자, 공산당 전현직 지도부가 모두 장례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중국이 우주강국으로 도약하고 있다. 중국은 4월 30일 창정 3호 로켓에 베이더우(北斗) 위성 2개를 탑재해 발사하는데 성공했다. 중국의 우주개발 역사에서 로켓 1개를 이용해 위성 2개를 한꺼번에 쏘아올린 것은 처음이다. 베이더우 위성은 중국이 그동안 적극 개발해온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에 사용된다.
 
 GPS는 지구를 도는 인공위성이 현재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시스템이다. 항공기, 선박, 차량 등의 운행에 널리 이용될 뿐만 아니라 기상, 어업, 임업 등은 물론 토목의 측량이나 등산길 안내 등에도 유용하다. GPS는 민-군 겸용이 가능하다. GPS는 미사일 발사 때 목표물의 거리를 정확히 측정해 최적의 경로를 찾아준다. GPS는 또 전투기, 함정, 무인공격기, 지상 전투 등에도 활용되고 있다.
 
 중국은 2020년까지 총 30개의 위성을 발사해 독자적인 GPS인 ‘베이더우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중국은 이미 위성 13기를 쏘아 올렸으며 올해 중 3개의 위성을 추가로 발사해 연말쯤 우선적으로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베이더우 시스템을 본격적으로 가동할 계획이다. 중국의 독자적인 GPS 구축 이유는 미국과의 갈등이 발생할 경우 자칫하면 무상으로 사용하고 있는 미국의 GPS가 차단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중국의 속셈은 경제적 이득과 전쟁 상황까지도 고려한 포석이다. 중국의 GPS산업 규모는 5년 후 2225억 위안(39조 9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과 일본은 중국의 독자적인 GPS 구축을 강력하게 견제하고 나섰다. 양국은 4월 30일 정상회담을 갖고 GPS를 공동개발하기로 합의했다. 양국이 공동 대응한 이유는 아·태 국가들이 중국의 GPS를 이용할 경우, 정치·경제·군사적 역학관계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GPS를 놓고 미국-일본과 중국 간의 본격적인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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