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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금융사의 사기성 연금판매, 처벌해야 한다

논설 위원I 2012.04.23 07:00:58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4월 23일자 39면에 게재됐습니다.


상당수의 연금상품이 금융사 이익만 우선하고, 제멋대로 자금을 운용해 스스로의 배만 불린 것으로 최근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퇴직후 안정적 노후보장이 가능하다는 선전을 믿고 꼬박꼬박 돈을 맡겨온 고객들은 사기를 당한 느낌이 들 수 밖에 없다. 도대체 당국은 뭐하느라 이런 행태의 금융사를 그대로 놔두는 것인지 분노가 하늘을 찌를 듯하다.

'연금'이라며 정기예금 운용, '사기'다
무엇보다 연금 상품의 문제는 고객들이 자신들의 낸 돈이 어떻게 운용돼 수익이 나는지 제대로 알 수 없다는 점이다. 250만 가입자가 연간 10조원이 넘는 보험료를 맡기는 변액연금의 경우 보험사들이 분기마다 보내주는 자산운용보고서가 전부다. 내가 낸 보험료가 어느 정도 수익률을 거뒀는지 이것만 봐서는 도대체 알 수가 없다.


더욱 가관인 것은 퇴직연금의 운용실태다. 은행들은 퇴직연금 불입금을 받아 90%이상을 정기예금에 넣어두고 있으며 수익률을 높일 위험자산 투자는 0.4%에 불과하다. 말만 '퇴직연금'이지 실제로는 정기예금을 연금이라고 속여 판매한 것과 다를 바가 없다. 금융사들은 원금 보장을 우선하기 위해 정기예금에 넣어둔 것이라 하지만 그렇다면 연금에 해당되는 수수료를 확 줄이거나 아예 받지 말았어야 한다. 수수료를 뗀 후의 실제 수익률이 3%대로 정기예금보다 못하다는 것이 말이 안된다. 한마디로 금융기관의 기본 윤리도 내팽개친 사기 행위에 해당된다.

신뢰 떨어진 연금상품, 대안 찾아야
고령화 시대는 시작됐고, 특히 베이비붐 세대(1955~63년생)의 은퇴는 본격적으로 도래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생활·창업자금 마련 등으로 50대 이상 고연령층의 빚이 급속하게 늘어 인구 고령화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은퇴는 빨라지고, 연금 수령 시기는 늦춰짐으로서 발생하는 5~10년간의 '소득 공백기'를 넘겨야 하는데, 대출금 상환 부담까지 가세하는 상황이다.

이런 판에 최근 금융사들의 신뢰가 무너져 수백만명의 가입자가 연금저축을 깨거나 가입을 꺼리는 분위기가 팽배해진다면 금융질서의 대란에 버금간다. 무엇보다 금융사들이 국민들 노후자금으로 자기 호주머니를 불려온 행태를 당국은 그대로 놔둬선 안된다. 고객을 속인 금융사와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 연금 보장이 힘든 사람들을 위한 대안 마련도 서둘러야 할 것이다. 그 가운데 하나로 주택연금의 경우 주택 소유자와 배우자 모두 만 60세 이상으로 되어있는 조건을 더 완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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