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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피플]`극우주의자의 딸` 르펜, 아버지 후광은 없다

김기훈 기자I 2012.04.05 10:30:00

佛 극우정당 국민전선 르펜 대표, 대선 출마
아버지 후광 벗어나 독자적 이데올로기 강조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4월 05일자 22면에 게재됐습니다.

[이데일리 김기훈 기자] 3주도 채 남지 않은 프랑스 대선에 출마한 여성 후보는 3명.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여성 후보는 단연 마린 르펜 국민전선(FN) 대표다. 정치에 문외한인 프랑스인이라도 르펜을 모르는 이는 거의 없다. 그만큼 인상이 강하다. 아버지와 함께 전 세계 부녀 정치인의 대표격이다.

▲ 마린 르펜 국민전선 대표
그의 아버지이자 국민전선의 전 대표인 장 마리 르펜은 지독한 극우주의 정치인이다. 극단적 민족주의와 인종차별주의로 똘똘 뭉쳐 `공공의 적`으로 불린다. 그런 르펜이 세운 국민전선 당수직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딸 르펜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아버지의 유산만 믿고 정치판에 뛰어들었다고 폄하하기에 르펜은 호락호락한 인물이 아니다. 그는 극우주의에 기반을 두면서도 자신만의 이데올로기에 근거해 정치하고 있다. 당의 극우 이미지를 부인하고 있는 점은 아버지의 후광을 벗어나려는 르펜의 속내를 드러낸다. 이에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속한 중도 우파 성향의 대중운동연합(UMP) 일부 의원들이 르펜 지지 세력으로 돌아섰을 정도다.

인종차별적 발언과 호전적 태도로 공공연히 거부감을 샀던 아버지와 달리 르펜은 프랑스 국민으로부터도 상당한 지지를 얻고 있다. 프랑스 현지 언론들의 평가도 나쁘지 않다. 언론들은 르펜에 대해 "아버지와는 확실히 다르다"고 언급한다. 이는 그가 언론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선 덕분이다.

르펜이 내놓은 대선 공약은 크게 유로화 탈퇴와 이민정책 강화다. 이는 다소 극단적이고 비현실적인 게 사실이지만 아버지 르펜의 과거 공약과 비교하면 훨씬 완화된 것이다. 게다가 그의 공약은 근래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과 절묘하게 맞물린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를 계기로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된 것이나 이슬람 급진주의자가 저지른 연쇄 테러 등은 우연의 일치처럼 르펜의 공약에 힘을 실어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44살의 이혼녀로, 홀로 세 자녀를 키우는 르펜이 프랑스의 새 대통령이 되리라고 보는 이는 사실 거의 없다. 그는 대선 여론조사 초기만 해도 지지율 선두에 오르는 등 선전했지만 이후 사르코지 현 대통령과 야권을 대표하는 프랑수아 올랑드 사회당 대선후보의 양강 구도에 완전히 밀린 상태다.
 
그러나 르펜의 대권 탈환 행보가 이번 한 번으로 끝날 것 같지는 않다. 계속된 실패에도 5번이나 대선에 도전했던 아버지처럼 르펜 역시 향후 대선 때마다 꾸준하게 얼굴을 비출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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