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를 위하여]당장만 생각하는 포퓰리즘의 덫

안혜신 기자I 2012.02.23 10:30:00

전 세계 선거철 바람타고 포퓰리즘 `광풍`
美·弗 부자증세 논란 등 진정한 99%를 위한 정책 없어
포퓰리즘 기대 승리한 태국 경제 역성장

[이데일리 안혜신 기자] 포퓰리즘은 비단 일본에서만 목도되는 문제는 아니다. 지난해 99%를 대표하는 `월가 점령시위` 확산에 따라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한 정치권의 포퓰리즘 편승 움직임 역시 세계 전역으로 번져나가고 있다. 특히 이는 올해 전 세계적으로 대형 선거가 예정돼 있는 특수성을 타고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정치권이 민심을 달래기 위해 가장 쉽게 손을 댈 수 있는 부분은 바로 세금이다. 효과를 피부로 바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99%를 위한 정책이 미국 내에서 일명 `버핏세`로 불리는 부자 증세안 논란으로 불똥이 튄 이유이기도 하다.

▲ 지난해 촉발된 미국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는 전세계 정치권의 포퓰리즘 정책 편승으로 이어졌다.
부자 증세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이들은 하나같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당장 눈 앞의 재선 성공을 위해 현실성이 낮은 법안을 주장하고 있다고 공격하고 있다. 하지만 간과해서는 안될 부분이 있다. 공화당 역시 포퓰리즘 논쟁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이다.

미국 공화당 하원 지도부는 지난 13일 그동안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주장해왔던 급여세 감면 연장에 대한 반대 입장을 거뒀다. 이달 말로 만료되는 급여세 감면시한을 오는 10월까지 연장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이다. 그동안 급여세 감면 연장이 막대한 규모의 재정적자를 야기한다며 결사적으로 반대해왔던 것이 무색할 정도로 쉽게 입장을 뒤집었다.

여기서 불편한 추론이 가능하다. 선거를 앞두고 경제가 살아나면서 오바마 대통령쪽으로 판세가 유리하게 작용한 점이 공화당에 부담으로 작용한 것. 정치권의 변화가 진정 99%를 위한 본질적인 것이 아니라 그저 표심을 잡기 위한 생색내기, 즉 전형적인 포퓰리즘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가능한 대목이다.

당장 4월 대선을 앞두고 있는 프랑스도 예외는 아니다. 현재 지지율 1위인 프랑수아 올랑드 사회당 후보는 미국과 마찬가지로 부자 증세안 도입을 적극 주장하고 있다.

포퓰리즘에 휘둘리는 국가의 말로는 쉽게 예측 가능하다. 지난해 7월 총선이 진행됐던 태국이 대표적이다. 당시 최저임금 40% 이상 인상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던 잉락 친나왓의 푸어타이당은 압도적인 지지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하지만 현재 태국 경제는 우울하기만 하다.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대비 9% 감소했다. 사상 최악의 홍수가 발생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실망스럽다. 게다가 자신의 내세운 공약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현실적인 장벽에 마주친 잉락의 말바꾸기는 지지자들마저 등을 돌리게 하고 있다. 곳곳에서 각국 정부가 빠지게 될 `포퓰리즘의 덫`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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