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 12월19일자 이데일리신문 2면에 게재됐습니다
정부가 전력난의 주범으로 지목된 `전기식(EHP) 시스템에어컨`의 공공기관 설치를 40%로 묶자, 나머지 60% 시장의 대부분이 `가스식(GHP) 시스템에어컨`을 만드는 일본 업체에게 넘어가고 있는 것.
공공기관 이전으로 내년부터 시스템에어컨의 공공부문 발주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40% 규제`에 묶인 국내 기업들은 일본 기업들의 활개를 지켜보기만 해야할 판이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경기도 교육청은 지난 14일 경기 북부 특수학교 교사신축 공사의 냉난방기(GHP) 구매설치 업체로 `인텔공조`라는 시스템에어컨 전문점을 선정했다. 이 전문점은 일본의 `아이신` 제품을 전량 수입해서 판매하는 대리점이다.
앞서 지난달 28일에는 인천지방조달청이 발주한 울산신청사 관급자재 냉난방기(GHP) 구매설치 입찰에서도 아이신 장비를 취급하는 `아산엠이씨`라는 대리점이 선정됐다.
`가스식`은 아이신과 산요, 얀마, MHI 등 일본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는 시스템에어컨 방식으로, 가스엔진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이용한다. 연료 사용량이 적은 대신 열효율이 떨어지는 게 단점이다.
삼성전자(005930), LG전자(066570) 등 국내 기업들은 `가스식`은 거의 생산하지 않고, 전기모터를 사용하는 `전기식 시스템에어컨`을 주로 생산하고 있다. 전기식은 에너지효율이 높지만, 전력소모량이 많다.
정부는 전기식 시스템에어컨 보급이 확대되면서 시스템에어컨이 `전기 먹는 하마`로 지목되자, 전력 피크를 관리하겠다는 의도로 지난 7월 `공공기관 에너지 이용 합리화 추진에 관한 규정`을 고시했다.
이 규정은 `공공기관이 연면적 3000㎡ 이상 건물을 신축하거나 증축할 때 기존 전기식 냉난방기의 주간 최대 냉방 부하를 40% 미만으로 제한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바뀐 규정은 `가스식`에 강점을 가진 일본업체들에게 속수무책으로 국내 공공부문 시장을 열어주는 꼴이 됐다.
시스템에어컨 시장이 크게 전기식과 가스식으로 양분된 상황에서 `전기식`의 설치를 제한하자, 나머지는 `가스식`의 차지가 된 것이다. 가스식 시스템에어컨을 제조하는 기업은 대부분 일본 업체들이다.
업계에서는 공공기관 이전이 본격화되는 내년에는 가스식 시스템에어컨 시장이 올해보다 4배 이상 커져 1300억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면, 국내 시스템에어컨 시장의 80%를 차지했던 `전기식`은 올해 1600억원에서 내년에는 700억원 수준으로 쪼그라들 전망이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업체들은 궁여지책으로 지열, 공기열 등을 활용한 친환경 냉난방기기로 일본의 가스식 시스템에어컨에 대항하고 있지만, 경쟁하기엔 역부족이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부터 공공부문 시스템에어컨 시장이 본격화되지만, 예상치 못한 정부 정책 변화로 타격이 크다"면서 "손 쓸 틈도 없이 앉은 자리에서 안방 시장을 일본 기업들에게 내줄 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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