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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갑의 부동산 레이더]재건축·리모델링의 미래

박원갑 기자I 2011.08.08 12:21:00
[이데일리 박원갑 칼럼니스트] 최근 들어 ‘아파트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이 돈이 된다’는 기대가 예전만 못하다. 강남 재건축의 상징인 은마 아파트 재건축 안전진단 통과에도 큰 재료가 되지 않고 무덤덤했던 것은 이 때문이리라.

저층단지들은 그나마 용적률이 늘어나 재건축이 훌륭한 재산증식이 되지만 중층재건축 단지들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미 고층이어서 용적률 증가폭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중층 재건축 단지 어디를 가 봐도 조합원 간 갈등을 빚지 않는 곳이 없다.

갈등의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재건축을 해서 큰 수익이 안 될 지도 모른다는 회의감과 불확실성 때문이다. 즉, 지가(가격)의 우상향에 대한 기대가 현실로 나타날 지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가의 우상향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격이 올라간다는 것이다. 사실 지가의 우상향은 부동산과 주식 등 모든 자산시장에서 통용되는 법칙이다. 지가의 우상향에 대한 기대가 없다면 굳이 자산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 자산시장이라는 것은 가격이 오른다는 기대가 있어야 존재할 수 있는 시장이다. 어찌 보면 부동산이나 주식이나 버블을 먹고 자라는 유기체인지 모른다.

따라서 재건축이나 리모델링 사업은 지가(아파트 가격)의 우상향에 대한 조합원들의 믿음을 전제로 진행하는 것이며, 그 믿음이 클수록, 즉 기울기가 가파를수록 속도가 빠를 것이다. 하지만 지가의 우하향이 되면 상황이 심각해진다. 이런 상황에선 변화에 따른 손실을 회피하고 현재 상태를 유지하려는 ‘현상유지 바이어스(Status qua bias)’가 발동한다. 재건축이나 리모델링 사업을 진행하는 것보다 오히려 그대로 놔두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재건축, 재개발, 리모델링은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사업보다는 재테크에 더 관심이 모아진다. 강남 재건축은 부동산 재테크의 상징이다. 재건축단지에선 주인들이 거의 살지 않기 때문에 아무리 주거환경이 나빠도 가격이 오른다는 믿음이 없다면 굳이 개발 사업을 벌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최근 서울 동작구와 마포구, 경기도 성남 등의 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가 해산했다. 또 부산 연제구의 한 재개발 구역에서는 조합원 85%가 현금 청산을 요구했다. 조합원들이 아파트를 받는 것보다 현금을 받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최근 수직증축 논란이 일고 있는 리모델링 사업 역시 대형의 차별적 상승 또는 계속되는 주거 과소비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대체로 소형에서 중형, 중형에서 대형으로 넓어질 때 리모델링 욕구가 왕성하다. 평형이 클수록 그만큼 가격이 비싸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리모델링은 주거환경 개선이 아니라 재테크의 일환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대형아파트는 공급과잉으로 오히려 소외받고 있다. 최근 리모델링 사업이 주춤한 것도 ‘큰 집이 비싼’ 강세 현상들이 나타나지 않고 앞으로도 고령화,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대형 수요가 많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은 대형 선호가 크지 않다면 험난한 여정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동안 재건축이나 리모델링 사업은 자체 사업 수익성이 좋아서 추진된 것이 아니다. 대세 상승기에 주변 아파트가격이 대형을 중심으로 올랐기 때문에, 또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이 되어서 큰돈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오른 것이다. 주변 아파트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지 않는다면, 지가의 우상향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재건축이나 리모델링 사업도 큰 메리트가 없는 사업이 될 것이다. 적어도 또 다시 대세상승기가 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박원갑(부동산1번지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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