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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수익 기자] 삼부토건(001470)은 법정관리 신청 한 달 전인 지난달 18일 2010사업연도 정기주주총회를 열었다. 당시 주총에서는 의미있는 인물 한 명이 등기임원으로 신규 선임됐다. 조남욱 삼부토건 회장(78)의 차남 조시연 부사장(48)이다.
보수적 가풍를 지닌 것으로 알려진 삼부토건가(家)에서 조 부사장은 창업주인 고(故) 조정구 회장의 손자이자, 2세 가운데 장남인 조남욱 삼부토건 회장의 실질적 후계자다.
경희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MBA를 수학한 이후 2002년부터 삼부토건에서 근무해왔지만, 등기임원 선임은 이번이 처음이다. 등기임원 선임과 함께 부사장으로도 승진했다. 이는 경영수업을 받아오던 `황태자`가 실질적으로 경영 일선에 뛰어들면서, 2세에서 3세로 후계승계의 발판이 마련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삼부토건은 본격적으로 3세 승계 채비를 마친 지 불과 한 달여 만에 돌연 법정관리행을 선택했다. 이와 맞물려 흥미로운 점이 창업주에 이은 지금의 2세들간 경영함수관계다.
삼부토건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배경은 서울 내곡동 헌인마을 도시개발사업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만기를 앞두고 채권단으로부터 만기 연장 조건으로 추가 담보를 요구받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삼부토건은 과연 이 같은 중요한 결정을 놓고 절대권력의 오너를 중심으로 일사불란한 의사결정체계를 갖추고 있을까. 삼부토건 2세들의 계열사 등기임원 상황이 자못 시선을 끈다.
조정구 회장의 장남 조남욱 회장과 차남 조남원 부회장(66)은 삼부토건 각자 대표이사를 함께 맡고 있다. 또한 두 사람은 삼부토건이 지분 95%를 보유한 남우관광의 등기임원으로 나란히 재직 중이다. 남우관광은 역삼동 르네상스호텔을 소유한 회사다. 3남 조남립(58)씨는 경주 보문관광단지 내에 있는 콩코드호텔을 소유한 보문관광의 대표이사이며, 삼부토건과 남우관광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고 있다.
결국 보문관광은 조남립 대표가 사실상 독립 경영을, 삼부토건과 남우관광은 장남과 차남이 공동 경영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장남 조남욱 회장의 아들이 삼부토건 등기임원으로 선임되면서, 그룹의 본체인 삼부토건의 3세 승계는 장남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문제는 채권단이 추가 담보로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르네상스호텔의 경영권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르네상스호텔은 실질적으로 차남이 관리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모회사인 삼부토건이 장남 중심으로 3세 승계가 이뤄지는 가운데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추가 담보 설정 문제가 불거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삼부토건이 채택하고 있는 각자대표체제는 공동대표체제와 달리 법적으로 각각의 대표이사가 단독으로 대표이사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삼부토건에는 조남욱 회장, 조남원 부회장외에 김명조 사장(경영총괄)과 정해길 부사장(건축사업본부장)도 각자대표이사로 등기돼 있다.
하지만 전문경영인인 김 사장과 정 부사장이 단독 권한을 행사할 가능성은 낮은 것이 일반적이다. 결국 삼부토건과 남우관광 등기임원을 겸직하고 있는 오너경영인의 판단이 법정관리행을 선택하는데 결정적인 원인 제공을 했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한편 지난 2006년 통합도산법이 개정되면서 법정관리시 경영권 유지가 상대적으로 쉽다는 점도 배경 가운데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최근 3년내에 법정관리 신청기업의 80% 가량이 기존 경영진이 유지되는 등 법원이 기존 오너들의 경영권에 관대한 편이고, 워크아웃에 비해 오너의 사재출연이나 추가담보 부담이 낮다는 특성도 있다.
또한 법원이 최근 법정관리 기한을 최대 6개월로 단축시키는 방안을 마련한 것도 기업입장에서는 환영할 만 한 일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촉법이 소멸된 상황에서 법정관리는 자칫 대기업들이 LIG건설처럼 `꼬리자르기`식으로 부실을 빨리 털어내는 수단으로 악용할 소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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