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중국에 투자 하세요"
운용사와 자문사에 이어 대형 증권사들까지 중국에 대한 `투자 권유`에 발벗고 나서는 분위기다.
우리투자증권은 지난 16일 국내 증권사 중 최초로 현지 투자 자문사와 연계해 중국(홍콩H주)에 직접 투자하는 랩어카운트 상품을 출시했다.
이에 앞서 대우증권과 삼성증권, 신한증권에서도 올해 들어 잇따라 중국 주식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하는 랩 상품을 내놓은 바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는 아예 중국 현지에 투자자문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지난달 중국 베이징에 100% 출자 회사인 `쩐요우(眞友)투자자문사`를 설립한 것.
◇중국 시장에 관심 갖는 3가지 이유
이쯤되면 배경이 궁금해질 수 밖에 없다.
국내 증시가 글로벌 증시 대비 선전하며 내년에도 우상향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왜 하필 지금 중국에 투자하라는 권유가 쏟아지는 것일까.
먼저 중국의 성장성에 배팅하겠다는 것이 첫번째 이유다.
서원경 삼성증권 랩운용본부 과장은 "전세계에서 가장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국가"라며 "2020년에는 미국을 따라잡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고액 투자자들의 경우 세금상의 이점도 무시할 수 없다.
최호영 우리투자증권 랩운용부장은 "랩을 통해 해외 주식에 투자할 경우 양도소득세를 내긴 하지만 종합소득과세는 내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랩을 통해 해외 주식을 매입할 경우 양도소득세는 22%, 펀드를 통해 해외 투자하면 금융소득에 따라 최대 38.5%까지 종합소득과세를 내야한다.
끝으로 해외 시장 개척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사항이라는 것이다. 국내 랩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이다. 주식, 펀드, 채권, 성장형 가치형 등 나올만한 것은 다 나왔다는 것.
심승아 신한금융투자 랩운용부 과장은 "중국을 시작으로 미국, 인도, 인도네시아 등 해외 주식 및 원자재에 투자하는 다양한 랩 상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좋다지만..현재 성적표는 `글쎄`
이처럼 중국에 투자할 만한 이유가 많음에도 아직까지 흥행도는 낮다.
지난 3월 대우증권에서 중국 기업에 투자하는 랩 상품을 처음으로 낸 이후 8개월 정도가 흘렀지만 성과는 저조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우, 신한, 삼성 등에서 운용하는 중국 관련 랩들의 규모는 50억원 미만으로 국내 주식 자문형 랩 규모가 최소 100억원 이상인데 비해 미미한 수준이다.
서원경 과장은 "중국 주식 투자의 경우 세금이나 최소 가입금액 관점에서 봤을 때 현재로서는 고액 자산가들에게만 유리한 상품"이라며 "시행 초기로 아직 인지도도 낮아 운용 규모 자체가 크지는 않다"고 전했다.
수익률 역시 부진한 편이다. 대체로 벤치마크지수 정도의 수익률은 내고 있지만 소폭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양해만 NH자산운용 상무는 "올해 들어 중국이 긴축 정책을 시행하면서 다른 이머징 마켓에 비해 부진한 성과를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양 상무는 "내년에 중국의 안정적인 내수 성장과 경기선행지수의 반등이 예상되는 만큼 투자하기에는 지금이 적기"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