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기획_백장미의 맥주야화) (20) 이시스 여신과 액체로 된 빵

[이데일리 EnterFN 강동완기자] 유구한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온 맥주는 전세계에서 1만 5,000종 이상이 주조될 만큼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농경시대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하였고, 가장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맥주. 하늘에 별처럼 많은 맥주 가운데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명품 맥주들에 얽힌 숨은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편집자주]

맥주를 액체로 된 빵이라고 부르게 된 전통은 멀리 이집트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헤크(hek)라고 불리우는 이집트 맥주는 밀빵을 단지에다 부숴 넣은 뒤 물을 섞어 발효시킨 것인데, 그 액을 걸러서 마셨다.

먼 거리로 사막 여행을 떠날 때 이들은 빵가루만을 가지고 다니다가 오아시스에 이르면 여기에 물을 부어 즉석에서 맥주를 만들어 마셨다.

만약에 이집트 시대에 맥주가 없었다면 7대 불가사의의 하나인 피라미드 건설은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당시 맥주가 세금으로 사용되었고, 피라미드 공사에 동원된 노동자들에게 임금으로 지급되었기 때문이었다.

고대 이집트 사람들에게 맥주는 이시스(Isis) 여신이 내려준 신비로운 음식이었다. 이시스 여신은 고대 이집트 및 그리스, 로마 등지에서 숭배된 최고의 여신이다. 이시스 여신은 이집트 신화 속에서 온갖 역경과 위난 속에서도 남편과 자녀를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남편 오시리스와는 서로를 끔찍하게 위해 주는 부부였다. 오시리스를 시기한 동생 세트가 형을 암살한 후 시체를 조각내 강에 버린다.

이시스는 오시리스의 몸을 모두 찾아내 마술의 힘으로 남편을 환생시키고, 이들 사이에서 아들 호루스를 얻는다. 이시스는 호루스 잘 키워 파라오가 되게 한다. 호루스는 세트를 살해하여 원수을 갚는다.

남편 오시리스가 동생 세트에 의해 살해된 후 고생 끝에 유해를 찾아내어 비탄 속에 매장한 일, 또한 아들 호루스를 온갖 위난으로부터 보호하며 양육한 일로 해서 아내와 어머니의 본보기가 되는 여신이다.

이집트 신화에는 이시스 여신이 맥주를 파라오에게 전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파라오들은 맥주를 빚은 뒤 많은 양의 맥주를 이시스 여신에게 봉납한 후 노동자와 농민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BC 1,200년 경 람세스 2세 시대는 매년 3만 갤런의 맥주를 신에게 봉헌했다는 기록도 있다.

이집트 시대에는 현대의 맥주 양조법과 거의 같은 양조 방법이 개발되고, 대규모 양조장이 세워졌다. 또한 고대 이집트 벽화에는 맥주 주조하는 과정이 상세하고 묘사되어 있다. 맥주는 사후 부장품으로 무덤에 넣어주었다.

점토로 양조장의 모형이나 맥주를 만드는 인형이 무덤 속에 넣어주었다. 죽은 자에게 산 자가 주고 싶은 물건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