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과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변호사)는 총 320억원의 출연금을 바탕으로 `소기업 창업대출`에 초점을 둔 한국형 마이크로 크레딧 사업을 시작한다고 9일 밝혔다.
◇ 한국형 마이크로 크레딧, 그 개념은
이날 공개된 `한국형 마이크로 크레딧`은 소액 신용대출이라기 보다는 소기업 창업지원 펀드에 가깝다.
김종열 하나은행장은 "기존의 마이크로 크레딧은 단순 소액대출지원제도에 그쳤다"며 "이와 한국형 마이크로 크레딧은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김 행장은 이날 발표한 한국형 마이크로 크레딧의 경우 ▲단순 소액대출지원을 지양하고 ▲서민층이 자립기반을 가질 수 있도록 소기업 창업 지원에 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또 일회성 자금지원에서 나아가 마케팅, 기술, 홍보, 판로개척 등을 돕겠다고 덧붙였다.
금리는 연 4%를 넘지않을 전망이며, 대출금액은 소기업당 5000만원에서 5억원까지 제공될 예정이다.
지원대상 소기업은 주류 등 제조·유통업이나 농업, 문화 소기업 등이 될 전망이다. 은퇴자나 청년실업자, 주부 등도 소기업 창업시 대상이 된다.
박원순 변호사도 마이크로 크레딧 성공사례로 꼽히는 방글라데시(그라민은행)와 우리나라는 경제발전의 정도가 다르다고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방글라데시의 그라민 은행을 우리나라에 도입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며 "서민층이 정말 자립할 수 있는 자금지원 방식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아름다운재단과 박 변호사는 마이크로 크레딧을 한국식으로 도입하는데 대해 2년여간 고민한 끝에 소기업 창업지원에 집중키로 했다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이를 위해 `희망제작소`를 설립하고 지속적이고 전문적인 소기업 마케팅·홍보 지원 등을 위해 `소기업발전소`도 설립키로 했다. (개념도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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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민 펀드` 꿈 확산될까
하나은행(하나희망재단)과 희망제작소는 향후 추가 출연은 물론, 사회 모금방식의 확장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성공적인 소기업 창업지원이 이뤄질 경우 일반 국민과 사회적인 모금방식도 병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한 기업 사회공헌활동으로 분산됐던 서민계층 지원사업을 소기업 창업지원쪽으로 모으겠다는 포부다.
박 변호사는 "320억원은 작은 돈이 아니다"며 "긍정적인 성과를 내놓는다면 각계의 지원이 잇따를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벌써 서울대 등 학계와 연예인들이 기술지원과 홍보지원을 약속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김종열 행장은 "사업 취지가 잘 지켜질 경우 추가출연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면서 추가 출자 가능성도 열어뒀다.
◇ 향후 과제는
한국형 마이크로 크레딧, 즉 소기업 창업지원펀드의 1차 과제는 무엇보다 `모럴 헤저드(도덕적 해이)` 방지다.
김종열 행장도 "다른 사회사업과 마찬가지로 이 사업 역시 모럴헤저드의 염려는 있다"고 말했다.
이 펀드의 금리는 연 4%로 매우 저렴하다. 게다가 담보없이 기술과 열정 등만을 보고 소기업당 5000만원에서 5억원까지 자금이 지원된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솔직히 모럴 헤저드가 염려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연리 4%의 이자만을 받고 현금흐름을 원활히 유지하는 것 역시 쉽지않은 일이다.
과제는 또 있다. 금융회사인 하나은행과 사회지원단체인 희망제작소간 `관점차이`를 극복하는 일이다.
이와 관련 지원자금 대출심사는 희망제작소가 전적으로 맡기로 했다. 하나금융지주(086790)와 하나은행은 기금운용과 지원만을 맡을 예정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리스크 평가 등은 하나은행이 더 잘할 수 있다"면서도 "보수적인 은행의 관점이 아닌 서민지원의 관점을 위해 희망제작소에 대출심사를 일임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과 희망제작소는 긴밀한 협의를 통해 합리적인 대출기준을 마련, 성공적인 기금운용을 이끈다는 계획이다.
김종열 하나은행장은 "도적적 해이를 방지하고 풍부한 현금흐름을 확보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며 "하지만 하나은행과 희망제작소가 힘을 합친다면 잘 될 것으로 낙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