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강종구기자] 한국은행 집행부에서는 2월에 금리를 올렸으면 하는 바램이 큰 것 같다.
한 국장은 최근 "우리가 금리를 세번 이상 올린 적이 없는데 몇달내에 한두번만 더 올려도 한국은행의 위상이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연속해서 14번씩 정책금리를 올리는 미국 연준에 대한 부러움이 배여 있다.
다른 국장은 "그동안 금리를 올리기가 쉽지 않으니까 내릴 때도 주저하게 됐던 것"이라며 "한은이 주관대로 금리를 올릴 수 있고 파급경로에 따라 실물경제와 시장이 제대로 반응하게 되면 내릴 때도 쉽게 내릴 수 있고, 결과적으로 정책효과가 커질 것"이라고 했다.
한국은행 직원들을 상대로 전화를 걸어 간이 설문조사를 해 봤다. 7명에게 물어봤는데 약속이나 한 듯 모두 `인상`에 걸었다. 이유는 크게 두가지. 첫째, 현재 콜금리 수준은 너무 낮다 둘째, 경기 회복속도가 생각보다 빠르다는 것이었다.
◇ 시장은 인상을 두려워 하지 않는다?
채권시장은 이달 콜금리 인상을 겁내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통화위원회 개최를 앞두고 장기금리는 하락하는 추세다. 지난 12월 인상 이후 계속된 내리막이다.
시장의 한 딜러는 "2월에 올리더라도 그후 상당기간 올리지 않을 것이란 시사를 하면 장기금리는 하락할 것이고, 단기금리도 선반영한 측면이 상당히 강해 안정이 될 것으로 본다"며 "하반기 미국과 한국 경제의 성장이 모두 둔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콜금리 인상으로 인한 시장금리 상승효과는 별로 없을 것이다"고 한다.
시장금리도 올려놓지 못할 바에야 콜금리를 무엇하러 올릴까 싶지만 한편으로는 콜금리인상의 구축효과가 없다면, 한은에서는 `올릴 수 있을 때 올리는 것이 상수`라는 생각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시장금리가 반응하지 않는다는 것은 소비나 투자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고, 따라서 경제충격도 크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한은이 얻는 것은 적지 않다. 첫째, 불과 5개월만에 세차례나(?) 금리인상을 단행하게 돼 금리정책의 역사를 새로 쓰게 된다. 그동안 베이비스텝(baby step)를 밟는다고 하면서도 고작 두걸음밖에 떼지 못했는데, 세 걸음은 엄청난 발전이다.
하반기 이후 한은이 걱정하고 있는 물가상승압력에 선제적 대응을 하게 된다는 것도 큰 소득이다. 만약 내년부터 적용될 물가안정목표 범위를 현재 2.5~3.5%에서 하향조정한다면 그에 대한 대비도 미리 하는 것이 되어 좋다.
또 이번에 올려 놓으면, 만약 하반기나 내년에라도 경제가 크게 흔들리거나, 다른 외부적 충격에 의해 금리를 내려야 할 때 부담이 덜하다. 말하자면 실탄을 마련하는 셈이다.
무엇보다 장기간의 저금리로 인해 빚어질지 모를 위험(거품)을 서둘러 제거해야 한다는 생각이 한은 집행부나 박승총재에게는 매우 강하다. 지난해 부동산가격상승에 대해 보였던 민감한 반응, 지난달 금통위에서 주가의 거품가능성을 경고한 일, 여전히 50%를 넘고 있는 단기수신 비중에 대한 우려 등.. 저금리가 언제 사고를 칠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금리인상을 재촉하게 한다.
앤디 시에 모건스탠리 이코노미스트는 얼마전 "다만 장기간 계속된 저금리는 한국내 자산버블을 촉진시켰다. 중앙은행은 환투기 방어를 위해 전략적으로 금리인상을 지연시킬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경제에 줄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빨리 금리 정상화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당수의 한은 직원들이 여기에 공감을 표하고 있다.
◇ `정말 5개월만에 세번을 올려도 괜찮을까..경기만 보면 올려도 될 것 같은데..`
2월은 그 어느때보다도 금통위원들의 결정을 짐작하기 어렵다. 금리를 올려도 명분이 있고, 금리를 동결해도 내세울 배경이 있기 때문이다.
시장이 겁내하지 않으니 `기왕이면 올리고 보자`는 게 한은 집행부의 마음이겠지만 미래의 불확실성을 생각하면 금통위원들의 고민은 그 어느 때보다도 깊을 것이다. `평균적으로 보면` 서둘러 올리고 싶은 마음이 집행부보다 덜할 수 있다.
`정말 5개월만에 세번이나 올려도 괜찮을까` 싶을 것이다. 언제라도 깨질 수 있는 `유리알같은 경기회복`이라면? 환율이 계속 떨어진다면? 이란사태가 파국으로 치닫고 유가가 계속 올라간다면? 주가 폭락이 계속된다면? 미국의 쌍둥이 적자로 일컬어지는 세계 경제의 불균형이 본격 조정된다면? 고민할 것은 이번에도 많다.
경기를 배려하기 위한 저금리에서 서서히 벗어나야 한다는 것은 금통위원들도 동감하는 부분이다. 그리고 최소한 경기회복에 대해서는 믿음이 상당히 쌓여 있다는 것은 더 이상 논쟁거리도 아니다.
박승 총재는 이미 지난달 "우리 경제는 경제성장 물가안정 국제수지 흑자가 고르게 성취되는 성장궤도에 들어선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리를 동결한 것은 "경기회복에 아직도 남아 있는 불확실성 때문에 경기회복세를 정착시키기 위해" 시간을 준 것이었다.
그로부터 한달동안 추가된 경제지표는 나쁘지 않다. 무엇보다 소비는 내구재와 비내구재 등 모든 품목에서 증가세가 확대되고 있다. 설비투자가 저조하다는 것이 걱정이었지만 설비투자추계 증가율이 12월에 13.1% 증가했고 선행지표도 개선되고 있어 한결 마음이 가볍다. 산업생산뿐 아니라 서비스생산도 상당한 회복을 보였다. 수출증가율이 1월에 크게 둔화됐지만 월말의 설연휴나 덩치가 큰 선박수출의 통관시점 이월 등으로 일시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부 금통위원들은 지난달 올해 한은 경제전망에서 하반기 성장률이 낮게 잡혀 있다며 `하반기 경기둔화 가능성`에 대해 집행부에 질문했다. 금통위원이 들은 대답은 이렇다.
"전년 효과를 배제하기 위해 전기비 증가율로 평가해 본 결과 강한 회복세라고 보기는 어려우나 점진적인 회복세는 이어진다고 볼 수 있으며 과거에 비해 낮아진 잠재성장률에 근접하는 성장으로 생각된다"
참고로 한은은 올해부터 경제성장률을 전년동기대비가 아닌 전기대비로 따지기로 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 어디로 튈지 모를 `대외변수`..어떤 대응 할까
경기를 빼면 대부분 통제불가능한 대외요인들이 변수다. 유가와 환율, 글로벌 금리인상으로 인한 내외금리차 역전, 미국이나 중국 경제의 둔화 가능성, 세계경제의 불균형 조정과 그로 인한 금융시장 및 실물경제의 충격 등이 꼽힌다.
아무래도 환율이 최대 변수다. 글로벌 금리인상, 세계경제의 불균형 조정, 수출둔화 등 여러가지 이슈가 걸려 있다. 시장에서는 환율하락-수출둔화-경기회복 차질 이라는 시나리오에 가장 큰 염두를 두고 있는 것 같다.
당장의 환율하락이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도 환율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냐, 아니면 상승추세로 돌아설 것이냐가 관건이다. 방향 뿐 아니라 변동성도 문제다.
한은 집행부의 견해는 환율 하락이 일시적이고 곧 균형 수준을 회복한다는 것이다. 집행부가 생각하는 균형수준은 달러당 1000원 위에 있는 것이 확실해 보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급상승할 수 있다고 걱정한다. 금통위원들이 환율을 보는 시각은 다소 엇갈린다. 크게 대별되는 두가지 견해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①"한미 장기시장금리 격차는 더 벌어져 자금유출 가능성이 없고 한미간 장기시장금리가 역전되는데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며 역전되더라도 다소간의 자금유출은 환율정책에 도움이 될 것이다. 외환시장의 움직임을 감안해 환율정책과 통화정책간 조화가 요구된다는 측면에서 금리조정 속도의 조절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②"미국의 정책금리는 향후에도 인상될 것이란 기대가 이어지고 있고 유럽 및 일본의 금융정책이 긴축으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내외금리차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으며 이로 인한 환율 불안정성 증대는 물가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유가는 하향 안정이 되면 별문제지만 혹시라도 급등할까봐 걱정이다. 특히 이란의 핵사태는 `폭풍의 핵`이다. 작년에는 유가가 50% 가까이 올랐어도 충격이 덜했지만 지금 수준에서 또 그정도 오른다면 그 충격은 상상 이상일 수 있다. 우리 경제도 문제지만 세계 경제 전체가 물가상승과 경기둔화의 위험에 봉착하게 된다.
다만, 급등이 아니라 현 수준 또는 그보다 조금 높은 정도의 고유가가 지속된다면, 그래서 경제성장을 크게 해칠 정도가 아니라면 금통위원들은 금리동결이 아니라 인상요인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글로벌 환경의 불확실성은 어느정도는 뜬구름 잡는 얘기다. 그래서 보는 관점에 따라 견해가 달라지는 모양이다. 그러나 언제 어떻게 찾아올지 모르는 위험이기 때문에 더욱 더 금리인상을 가속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부 금통위원들은 갖고 있다. 이 점은 저금리로 인한 부작용, 이른바 부동산 가격 상승과 같은 자원배분의 왜곡에 대한 두려움과 맞닿아 있다.
"전 세계적인 금리인상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세계적인 유동성 축소, 이에 따른 세계경기 후퇴 가능성과 함께 신흥시장국으로부터 선진국으로의 자본이동을 자극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별 준비 없이 이러한 상황을 맞게 될 경우 수출둔화, 자본유출, 주가하락 등이 본격화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대내적으로는 저금리 유지 결과 부동산가격 급등으로 대표되는 자원배분의 왜곡이 발생하였다. 이와 같은 대내외 불균형은 우리 경제의 안정적인 발전을 저해할 수 있으므로 여건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 신속히 준비하고 대응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 두번의 인상효과 `생각보다 더 컸다`
인상론의 일방적인 우세를 점치기 어려운 측면은 적지 않다. 우선 두 차례의 금리인상을 전후해 시장금리가 매우 큰 폭으로 올랐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 금통위원은 "10월 금리인상을 전후해 수익률 곡선의 기울기가 가팔라지는 등 기대 이상으로 금리경로가 잘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같다"고 말했다.
정책효과를 키운다는 점에서는 좋겠지만 오히려 걱정이 앞선다. 콜금리를 내리면 단기금리보다 장기금리가 더 떨어지고, 콜금리를 올리면 단기금리보다 장기금리가 더 크게 오르는 한국만의 독특한 금리의 기간구조가 만든 금리인상 효과의 극대화(?)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한은에서도 상당한 논의가 진행중이다 . 다만 문제는 있으되 현실적인 해결책이 마땅치 않아 고민이다)
연초 부동산가격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졌지만 한은의 긴장감은 작년 같지 않다. 우선 강남 재건축 지역과 판교 주변의 일부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인데다 그나마도 거래가 거의 없이 호가만 오른다는 게 집행부의 판단이다.
무엇보다 8.31대책의 진정한 효과를 기다리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새로운 대책도 곧 나오겠지만 8.31대책도 입법화는 끝났어도 실제로는 종합부동산세가 6월1일 과세기준이라 그때까지는 의미가 없다. 아직 유효하게 발효된 것이 없다. 10.29 대책때도 이듬해 1월까지 떨어졌다가 2~3월 올랐다. 그러다 5월에 주택거래 신고제 도입되고 7월에 개발이익 환수제 나오면서 떨어졌다"
물론 과거 부동산정책들의 효과가 오래가지 않았고, 일단 집값이 떨어지면 정책이 폐기처분되는 일들이 반복되다 보니 정부 정책에 대한 믿음 자체가 약하고, 저금리가 부동산가격을 부추긴다고 보기 때문에 여전히 금리인상의 근거로 살아있다.
여기에 최근 주가가 급락해 거품 위험은 줄어든 반면 경기심리에는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 시중자금의 MMF 쏠림현상이 완화되면서 자금 단기화 경향이 조금씩 줄고 있다는 점, 1월 주택담보대출 증가율이 급감한 점 등도 빠른 금리인상을 주저하게 만든다.
한가지 관심을 가질만한 또 한가지는 `양극화`의 해법으로서의 금리정책이다. 소득의 양극화로 중소기업이나 영세 가계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금리인상이 꺼려진다. 반면 경제전체적으로 저금리 혜택을 기업이 누리고 가계가 피해를 본 점, 높은 환율로 수출기업이 과거 사실상의 보조금을 받았던 것을 생각하면 환율 절상의 용인과 추가 금리인상의 필요라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
금통위가 콜금리를 올릴지, 동결할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다만 한국은행 집행부는 여전히 `배가 고프다`는 것은 틀림이 없다. 그러나 금통위를 앞둔 시장금리의 안정이 말해 주듯 이번에 만약 금리를 올린다면 한계효용은 지난해 10월이나 12월에 비해 떨어질 것은 분명하다. 급하게 시장기를 때운 작년의 두번과는 다르다.
따라서 금리인상의 성격 자체도 단순히 저금리 부작용에 대한 `치료`의 성격에서 점점 탈피하게 된다. 혹시라도 터질지 모를 돌발 위험이나 경기과열, 물가상승 등에 대한 `대비용`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이는 향후 추가 금리인상 여부, 인상의 속도 등에 대해서도 힌트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