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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기업 이슈)인기 끄는 "말보로 채권"

김홍기 기자I 2003.01.13 07:45:14

주 정부들, 재정적자 줄이려 담배 배상금 채권으로 발행

[edaily 김홍기기자] 이번 주에 미국의 캘리포니아주가 ‘말보로 뮤니스(Marlboro Munis)’라고 불리는 채권을 발행, 미국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발행 규모는 30억 달러. ‘말보로’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채권은 지난 1998년 담배회사들과의 손해배상 소송 법정 밖 화해로 받기로 한 배상금을 토대로 만들어진 채권이다. 그리고 ‘뮤니스’는 미 자치단체에서 발행하는 면세 채권을 뜻한다. 이 채권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끄는 점은 채권의 실 수익률이 비슷한 신용등급의 다른 채권보다 훨씬 높다는 것이다. 2033년 만기 채권의 쿠폰은 6.125%이고, 2041년 만기 채권의 쿠폰은 6.5% 이상이 될 것으로 월스트리트에서는 예상하고 있는데, 비슷한 신용등급의 뮤니스 중에서 가장 높은 쿠폰 지급율이 5%인 점을 감안하면 꽤 매력적임에 틀림없다. 소득세율이 40%에 가까운 투자자라면 이 말보로 채권은 10% 정도의 보통 채권을 사는 것과 같은 효과를 준다. 요즘과 같은 저금리에는 더욱 매력적일 수 밖에 없다. 또 한 가지 매력적인 것은 이번 채권이 개인을 대상으로도 팔린다는 것. 개인도 액면가 5000달러 짜리부터 살 수 있다. 그러나 이 채권은 담배 소비추이, 담배회사의 재무 건전성이라는 리스크와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다. 만약 담배 시장의 90%를 장악하고 있는 필립 모리스나 RJ 레이놀즈 등과 같은 4대 메이저 중에서 하나라도 문제가 생긴다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물론 도산했을 경우에도 지급하도록 하는 장치를 해놓기는 했지만 말이다. 또 담배소비가 줄어들 경우도 문제가 생긴다. 왜냐하면 1998년의 법정 밖 화해는 지급규모가 전체 담배 매출의 몇 %라는 식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결국 담배 소비가 줄어들면 담배 회사가 각 주 정부에 지급하는 규모가 줄어드는 리스크를 안고 있는 채권인 셈이다. 그리고 이 채권은 특수목적법인(SPE: Special Purpose Entity)이 발행하는 형식을 취하기 때문에 리스크가 있을 수 밖에 없다. SPE를 통해서 신용제고(Credit Enhancement)가 되기는 했지만 주 정부가 보증하는 것보다는 안전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 주 정부로서는 담배회사로부터 받을 돈을 이 SPE에 넘기고 채권을 받았기 때문에 지급을 보증할 의무가 없다. 따라서 담배 소비와 관련된 리스크가 내재돼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인플레이션이 담배 소비 감소를 충분히 상쇄하 수 있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인플레이션이 대략 3% 정도는 되기 때문에 이것이 3% 안팎인 연간 담배 소비 감소 추세를 상쇄한다는 것. ‘말보로 채권’이 관심을 끄는 또 다른 이유는 2033년, 2041년 만기 채권의 평균 만기(Duration)가 8.4년, 16년으로 비슷한 만기를 갖고 있는 채권보다 짧다는 것이다. 이는 쿠폰 지급률이 높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인데, 어쨌든 금리 변동에 따른 리스크가 다른 채권보다 적기 때문에 요즘처럼 시장 상황이 불투명한 상황에서는 각광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물론 단기 채권을 사는 것보다는 리스크 부담이 크지만… 캘리포니아주는 이번 발행에 이어 올 봄에도 15억 달러를 더 발행할 예정이다. 뉴욕주는 40억 달러를 발행할 예정이고, 미주리주와 인디애나주도 발행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현재 130억 달러가 발행돼 있는 ‘말보로 채권’은 발행규모가 750억 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UBS/페인웨버는 예상하고 있다. 미국의 각 주 정부들이 향후 40년간 받기로 한 배상금을 채권으로 돌려서 발행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재정 적자를 조기에 줄이기 위해서다. 앞으로 18개월간 재정적자가 35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캘리포니아로서는 재정적자에 따른 가급적 최소화하기 위해 과외 소득인 배상금을 채권화해서 발행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채권 발행이 당초 취지와는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흡연으로 인한 피해자 구제와 흡연 피해 감소 연구에 쓰일 돈이 엉뚱한 곳에 쓰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연간 지급액을 한 몫에 할인해서 받는 로또복권 당첨자처럼 주 정부가 행동하는 것이 옳으냐는 지적도 있을 수 있다. 복권 당첨자야 언제 죽을 지도 모르기 때문에 한 몫에 받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지만 정부는 다르기 때문이다. 어찌됐든 말보로 채권 발행을 지켜보는 우리로서는 금융시장이 발달한 미국 시장이 부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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