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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일기] 사춘기 아이들의 스트레스는 키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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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용 기자I 2026.08.29 00: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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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찬 하이키한의원 대표원장

[박승찬 하이키한의원 대표원장] 사춘기가 빨라지면서 아이들에게 곤란한 일이 하나 생겼다. 몸이 가장 크게 변하는 시기와 학업 부담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기가 겹쳐버린 것이다. 예전 같으면 중학교에 들어가 사춘기를 겪었지만, 요즘은 초등학교 고학년에 사춘기가 시작된다. 그 무렵 아이들은 학원 두세 곳을 돌고 밤늦게 귀가한다. 몸이 가장 많이 자라야 할 시기에 가장 못 자는 셈이다.

스트레스는 마음의 문제로만 그치지 않는다.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이 계속 분비되는데, 이 호르몬은 성장호르몬의 작용을 방해한다. 게다가 스트레스는 깊은 수면을 방해한다. 성장호르몬은 깊은 수면 상태에서 가장 많이 분비되므로, 잠자리에 든 시간이 같아도 마음이 불안한 아이는 실제로 자라는 시간이 짧다. 진료실에서 성장이 더딘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상당수가 “잠이 잘 안 온다”, “새벽에 자꾸 깬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공부를 시키지 말아야 하는가. 그럴 수는 없다. 다만 스트레스의 총량을 줄이는 방법은 있다.

첫째, 수면 시간은 협상 대상에서 제외한다. 초등 고학년은 8시간 이상, 중학생은 8시간이 필요하다. 시험 기간이라는 이유로 잠을 줄이는 것은 성장과 집중력을 동시에 잃는 선택이다. 밤 11시 이전 취침을 가정의 기본 규칙으로 정해두는 편이 낫다.

둘째, 비교하는 말을 없앤다. 형제나 친구와의 비교는 아이에게 가장 오래 남는 스트레스다. “누구는 벌써 다 했다더라”는 말은 동기를 만들지 못하고 자존감만 깎는다. 비교의 기준은 남이 아니라 지난달의 자기 자신이어야 한다.

셋째, 결과 대신 과정을 말한다. “몇 점 받았니”가 아니라 “오늘 어떤 게 어려웠니”로 첫 질문을 바꿔보자. 성적으로만 인정받는다고 느끼는 아이는 시험이 다가올 때마다 몸이 먼저 반응한다. 복통과 두통을 호소하는 아이들 상당수가 여기에 해당한다.

넷째, 몸을 움직일 시간을 확보한다. 하루 30분의 가벼운 운동은 스트레스 호르몬을 낮추고 수면의 질을 높인다. 줄넘기, 농구, 산책 무엇이든 좋다. 운동을 학원 시간에 밀려 가장 먼저 빼는 항목으로 두어서는 안 된다.

다섯째, 아이의 하소연을 끝까지 듣는다. 부모가 조언을 서두르면 아이는 다음부터 말하지 않는다. 판단하지 않고 듣기만 해도 아이의 긴장은 상당 부분 풀린다.

식사도 함께 살펴야 한다. 스트레스가 심한 아이는 아침을 거르고 늦은 밤에 단 것을 찾는 경우가 많다. 이런 식습관은 혈당을 출렁이게 만들어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체지방을 늘려 사춘기를 더 앞당기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아침을 챙겨 먹이는 일이 학습지 한 권보다 성적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키가 자라는 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 성장판이 닫히면 그것으로 끝이다. 성적은 스무 살 이후에도 만회할 기회가 있지만 키는 그렇지 않다. 지금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한 시간 더 앉아 있는 일이 아니라, 한 시간 더 편안하게 자는 일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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