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녹십자가 개발한 면역글로불린 혈액제제 알리글로(ALYGLO)는 선천성 면역 결핍증으로도 불리는 일차 면역결핍증에 사용되는 정맥투여용 면역글로불린 10% 제제다. 지난해 1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지난달 21일에는 FDA로부터 알리글로 출하 승인을 받았고, 지난 8일 알리글로 초도 물량을 선적 완료했다. 이날 출하된 물량은 미국 내 물류창고와 유통업체를 거쳐 전문 약국(Specialty Pharmacy)으로 전달되고, 이달 중순부터 실질적인 처방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GC녹십자는 알리글로가 미국 시장에 진출해 오는 2028년 3억불 달성에 이르기까지 매년 50% 이상 성장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런 자신감에는 이미 시장을 선점한 경쟁 제품 대비 차별화된 경쟁력에 더해 미국 시장 안착에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히는 대형 PBM과의 계약에도 성공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
◇익스프레스 스크립트 포함 4개 PBM 확보, 시장 안착 가능성↑
GC녹십자는 지난 2일 미국 대형 PBM과 알리글로 처방집 등재를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한 바 있는데, 10일 이데일리 취재에 따르면 해당 PBM은 익스프레스 스크립츠로 최초 확인됐다. 의약품이 미국 시장에 진출, 유통되기 위해서는 미국 의료보험시장 중간 관리자 같은 역할을 하는 PBM과의 계약이 필수적이다. PBM이 보험 처리 대상 의약품 급여 목록을 선정하기 때문이다. PBM 처방집에 등재되지 않으면 사실상 약국 등 주요 유통채널에서 판매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대형 PBM과의 계약이 중요하고, 최대한 많은 PBM에 등재되는 것이 시장 안착에 유리하다.
PBM과의 계약은 쉽지 않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PBM은 기본적으로 리베이트를 요구하는데, 시장에 경쟁 제품이 많을수록 높은 리베이트를 요구한다. 따라서 등재가 되더라도 돌아오는 수익이 적을수도 있고 최악의 상황에는 마이너스가 돼 미국 시장 진출이 막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PBM은 리베이트 비율을 책정하는데, 경쟁제품이 많을수록 후발 제품에 대한 비율이 높아진다. 의약품 제조원가, 유통 물류비, 인건비, 마케팅 비용, 사무실 비용 등까지 고려하면 기업 입장에서는 리베이트 비율을 두고 협상이 어렵다”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최대한 낮출 수 있는 만큼 리베이트 비율을 낮춰야 이윤이 남기 때문에 협상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PBM과의 협상은 결국 제품 가격에도 영향을 줘 실질적인 경쟁력에도 영향을 끼친다.
다행히 GC녹십자는 대형 PBM인 익스프레스 스크립츠 포함 4개 PBM과 계약을 체결했고, 추가 계약도 진행 중이다. 미국 3대 PBM은 CVS케어마크, 익스프레스 스크립츠, 옵텀Rx으로 미국 처방시장 80%를 차지하고 있다. GC녹십자 관계자는 “미국 3대 PBM 중 하나인 익스프레스 스크립츠를 포함, 4개사와 현재 계약 완료됐다. 추가 계약도 진행 중에 있다”며 “해당 계약들을 통해 미국 사보험시장 인구 80%를 커버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연간 50% 성장, 자신하는 이유는
GC녹십자 알리글로가 진출하는 미국 면역글로불린 시장은 116억 달러(약 16조원) 규모로 세계 최대 시장이다. 매년 10.9% 성장하고 있는데, 회사는 진출 첫해인 올해 알리글로 매출 목표를 5000만 달러(약 700억원)로 잡았다. 이후 매년 50% 이상 성장을 자신한다.
현재 미국 면역글로불린 시장은 4개 업체가 장악하고 있다. 2023년 미국 면역글로불린 매출 기준 시장점유율은 다케다 30%, CSL 26%, 그리폴스 23%, 옥타파마 14% 순이다. 이 외 2022년 합병된 BPL/케드리온 5%, ADMA 바이오로직스 2% 등이 있다. GC녹십자는 이들 기업 제품 대비 알리글로의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CEX 크로마토그래피’ 기술을 꼽는다. 해당 기술은 제품 효능과 안전성에 큰 영향을 준다, 기존 면역글로불린 제제는 농도가 높을수록 혈액 점도가 증가해 혈전 위험이 커지는데, 알리글로는 해당기술로 혈전 위험을 현저히 낮출 것으로 기대한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GC녹십자 관계자는 “알리글로는 면역글로불린 정제 공정에 독자적인 ‘CEX 크로마토그래피’ 기술을 도입, 제품 안전성을 극대화했다. 이 기술은 혈전색전증 발생 주원인이 되는 혈액응고인자(FXIa) 등 불순물을 제거하는데 강력한 역할을 한다”며 “관련 내용은 지난해 12월 국제학술지 ‘Frontiers in Cardiovascular Medicine’에 게재됐으며, 해당 기술은 특허로도 등록(한국)·출원(미국)돼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후발주자로 미국 면역글로불린 시장에 뛰어든 ADMA 바이오로직스 사례를 들면서 매년 50%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면역글로불린 제품 매출이 대부분인 ADMA 연매출은 2020년 700억원대에서 2023년 3000억원대로 급성장했다. GC녹십자 측은 “지난 2019년 제품을 출시해 미국 시장에 진출한 ADMA의 경우 시장점유율이 2%이지만, 최근 4년간 관련 제품 매출 연평균 성장률이 168%에 달한다”며 “이를 대입하면 차별화된 경쟁력을 보유한 알리글로의 성장 가능성은 매우 높고, ADMA 대비 더욱 가파르게 성장해 시장에서 자리 잡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