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위원 리뷰
제10회 계촌클래식축제
3일간 전국서 1만 6000명 관객 모여
조성진·김선욱 무대 호흡에 환호
[조은아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피아니스트] 해발 600미터, 강원도 심산유곡의 작은 마을에서 클래식 음악 축제가 열린 지 어느덧 10년이 지났다. 계촌클래식축제는 청정한 자연환경과 시골 마을의 따뜻한 환대, 아름다운 클래식 선율이 한데 어우러져 대한민국의 ‘야외 클래식 축제’를 새롭게 일궈 가는 중이다.
| 지난달 2일 강원 평창군 계촌마을에서 열린 ‘제10회 계촌클래식축제’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지휘자 김선욱,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폐막 공연 장면. (사진=현대차 정몽구 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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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1일부터 6월 2일까지 축제가 진행되는 3일간 전국 각지에서 1만 6000명의 열혈 관객이 모여들었다. 강원도 평찬군의 계촌은 250여 명의 주민이 사는 작은 마을이다. 10년 전만 해도 폐교 위기에 내몰렸던 이곳 초등학교는 클래식 축제의 성공 덕택에 어느새 신입생과 전학생이 활발히 유입되는 지역의 명문으로 거듭났다. 풀뿌리 마을문화와 고도의 순수예술이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 그 상생의 돌파구를 지난 10년 동안 생생히 증명해 온 것이다.
올해도 다양한 공연들이 마을 방방곡곡에서 울려 퍼졌다. 길거리 콘서트, 비닐하우스 콘서트, 파크 콘서트, 미드나잇 재즈 콘서트, 별빛 콘서트 등 마을의 공간적 특성과 자연의 시간적 변화를 조화롭게 담아낸 구성이었다. 그 중 마지막 날, 야외에서 펼쳐진 파크 콘서트와 별빛 콘서트를 감상했다.
야외 공연은 콘서트홀과 판이하게 다르다. 일체의 소음을 차단한 무균질의 연주홀에선 접할 수 없는 독특한 운치가 깃들여 있다. 자연의 소리와 악기의 울림이 악보에 약속되지 않은 즉흥적이고도 다채로운 음향을 조응시키는 것이다. ‘파크 콘서트’에서 온드림 앙상블이 연주한 하이든의 현악 4중주 ‘종달새’는 산자락에서 들려오는 실제 새소리와 함께 공명하며 감상의 차원을 한층 더 심화시켰다.
아쉬웠던 건 마이크로 확성되는 인공의 음향이었다. 특히 멘델스존 트리오에서 연주자들의 고군분투가 느껴졌다. 가장 많은 음표를 뿜어내며 찬란히 활약해야 할 피아노는 하프시코드처럼 앙상한 음색에 앙상블 악기로 물러났고, 첼로 역시 갈증이 나듯 건조한 음향이었다. 반면 플루트는 잔향의 과잉이어서 음색의 조화가 총체적으로 뒤틀렸다. 무균질 콘서트홀에선 자연의 배음으로 안전히 생존하던 악기들이 탁 트인 야외에선 마이크로 무장하면서 치명적인 몸살을 앓았다. 음향의 이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전문기술과 이를 운용할 인력의 발굴이 시급하다 하겠다.
| 지난달 2일 강원 평창군 계촌마을에서 열린 ‘제10회 계촌클래식축제’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지휘자 김선욱,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폐막 공연 장면. (사진=현대차 정몽구 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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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축제의 마지막 공연인 ‘별빛 콘서트’엔 6000명의 관객이 운집했다. 2년 전엔 임윤찬을 섭외해 대박의 흥행을 가져오더니 올해는 조성진이 협연자로 나선 덕택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와 강하게 결속되어 인재들을 적극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은 이 축제의 커다란 장점이 아닐 수 없다. 지휘자 김선욱이 이끄는 경기필하모닉이 쇼스타코비치의 축전 서곡과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연주했다. 쇼스타코비치 특유의 삐딱한 구김을 제거한 채 밝고 유쾌한 악상이 만발하면서 축제 본연의 기능을 상기시켰다. 피아노 협주곡에선 또 하나의 협주자처럼 활약한 트럼펫 주자의 연주력도 인상적이었다. 김선욱과 조성진이 나란히 피아노에 앉아 앙코르로 연주한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은 후반부의 브람스 교향곡 2번과 자연스레 연결되었다. 축제를 찾은 열혈 관객들의 가장 많은 환호가 나온 뜻밖의 선물과 같았다.
| 지난달 2일 강원 평창군 계촌마을에서 열린 ‘제10회 계촌클래식축제’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지휘자 김선욱,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폐막 공연 장면. (사진=현대차 정몽구 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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