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이마트, 사상 첫 적자에도 현금 12배 늘어난 사연

이건엄 기자I 2024.02.23 17:53:27

1년 새 보유 현금 139억→1703억…회사채 발행 영향
같은 기간 장기 차입금 15% 증가…단기채권 차환 활용
차입금으로 확보된 유동성…회사측 “상환에 적극 활용”
2월부터 3000억 조달…현금성자산 올해도 순증 가능성

[이데일리 마켓in 이건엄 기자] 이마트(139480)가 사상 첫 적자를 기록했지만 보유현금은 오히려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자금조달 명목으로 차입금을 대폭 늘리면서 현금성자산이 일시적으로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영업활동이 아닌 차입금 확대에 따른 현금 증가라는 점에서 이마트의 재무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 회사채로 조달한 자금 일부 현금성 자산으로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의 지난해 말 별도 기준 예금을 포함한 현금성자산은 총 1703억원으로 전년 139억원 대비 12.3배 급증했다. 1년 내에 유동화가 가능한 단기금융상품도 2617억원에서 5173억원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연결기준으로 보더라도 같은 기간 현금성자산은 1조2691억원에서 1조7712억원으로 36.6% 늘었고, 단기금융상품은 5955억원에서 7683억원으로 29% 증가했다. 이마트가 건설부문의 부진으로 사상 첫 적자를 기록했다는 점과 대형 인수합병(M&A)에 따른 재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으로 보일 수 있는 부분이다.

이처럼 이마트의 보유 현금이 급증한 것은 차입금 확대 영향이 크다. 차입금 차환과 운영자금 조달 목적으로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보유 현금도 일시적으로 증가한 것이다. 앞서 이마트는 지난해 7월 회사채 발행을 통해 5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한 바 있다.

즉 현재 남아있는 현금성자산은 지난해 회사채 발행을 통해 조달한 5000억원 중 차환 등에 사용하고 남은 현금인 셈이다. 실제 같은 기간 이마트의 장기차입금은 3조3971억원에서 3조9052억원으로 15% 증가했다. 해당 회사채를 발행하기 직전인 지난해 6월 말까지 이마트의 현금성자산은 112억원에 불과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늘어난 현금성자산은 차입금 상환용으로 사전에 확보해둔 자금”이라며 “보유 현금은 향후 재무 안정화 목적으로 차입금 상환에 적극 활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마트 매장 전경. (사진=이마트)
수익성 둔화 속 재무부담 가중 우려

시장에서는 올해도 이마트의 보유 현금이 일시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유통업 침체와 건설부문 부진으로 현금창출력 둔화가 지속되면서 추가 자금조달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이마트는 지난 6일 3000억원 규모의 공모채를 발행했다. 아직 AA를 유지하고 있는 신용등급과 연초 지갑을 여는 기관들을 정조준해 다시금 유동성 확보에 나선 것이다. 해당 회사채는 3년물 2050억원과 5년물 950억원으로 구성됐다. 연이자율은 3년물 4.096%, 5년물 4.401%다.

다만 영업활동이 아닌 차입금 확대 영향으로 현금이 증가한 만큼 늘어난 유동성과 무관하게 재무부담은 지속될 전망이다. 영업활동으로 창출되는 현금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회사채 발행으로 부채만 늘어나는 셈이라 재무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이마트의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신용등급 하향이 조달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한국기업평가(034950)와 한국신용평가, NICE신용평가로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 받으며 등급 하향에 대한 불안감이 높은 상황이다. ‘부정적’ 등급 전망은 중기적으로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이 커졌음을 의미한다.

장미수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이마트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오프라인 물류 센터 통합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수익성 개선을 기대해볼 수 있다”면서도 “앞서 진행된 대규모 투자 및 건설부문 부진에 따른 재무부담, 본업의 현금창출력 둔화 등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이마트는 지난해 469억원의 손실을 기록하며 사상 첫 적자를 기록했다. 매출은 29조3324억원에서 29조4722억원으로 0.5% 증가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