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2개월을 남긴 김진욱 공수처장이 10일 국회에서 여운국 차장과 판사출신 후임자 물색을 위해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은 사실이 언론 카메라에 포착돼 물의를 빚고 있다. 공수처장은 후임자 인선에 관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설령 그의 해명대로 단순한 예상 차원이었다고 해도 민주당이 고집하는 특정 직역(판사)출신 만을 후임자 풀로 정해 타진했다는 건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발탁 당시부터 의심받던 김 처장과 민주당의 수상한 연결고리의 일단이 드러난 게 아니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문재인 정부 시절 검찰 견제를 위해 발족시킨 공수처는 지난 2년 10개월간 정치적 편향과 무능으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김 처장은 기관 출범 직후인 2021년 3월 피의자인 당시 대표적 ‘친문검사’ 이성윤 서울고검장을 자신의 관용차에 태워 ‘황제 조사’라는 비난을 받았다. 특히 대선 직전 고발 사주 의혹, 옵티머스 사건 부실수사 의혹, 판사사찰 문건 의혹 등 유독 윤석열 후보를 겨냥한 집중적이고 편파적인 수사로 논란을 자초했다. 대선 전후로 이 사건들은 모두 불기소 되거나 무혐의 처분으로 마무리됐다.
수사력의 한계는 낯부끄러울 정도다. 직접 기소한 사건은 8건이었으나 여러 혐의가 중복돼 실제 사건 수로 따지면 고발사주 의혹 등 3건에 불과했다. 그나마 1심 재판이 끝난 2건은 모두 무죄가 나왔다. 구속영장 청구건은 4건에 불과했고 단 1건도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지 못했다. 기자들과 국민의힘 의원들에 대한 무차별 통신조회 등 수사과정에서 저지른 각종 절차상의 하자는 수사기관의 자질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었다.
출범 후 논란의 중심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하던 김 처장이 막판까지 구설에 휘말리는 건 본인뿐 아니라 조직 전체에 극히 불명예스런 일이다. 한 해 예산 200억원을 쓰면서도 성과없이 불필요한 잡음만 일으킨 공수처는 존폐 여부를 심각히 고민해야 한다. 폐지할 게 아니라면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전면적인 쇄신이 절대 필요하다. 지난 8일부터 본격 활동에 돌입한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도 김 처장의 실패를 교훈 삼아 확고한 정치적 중립성과 자질을 제대로 갖춘 후보들을 엄선해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