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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은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119 구조대 등 구조 인력 수백여명이 현장에 투입돼 전기드릴 등을 동원해 실종된 인부들 찾기 시작했지만, 무너진 건물 잔해가 크고 무거워 구조에 시간이 걸렸다. 이 사고로 32세의 젊은 청년부터 40대 두 형제, 50대 가장 등 총 9명이 안타까운 목숨을 잃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PC(Pre-cast Concrete)공법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PC공법은 공장에서 틀에 맞춰 미리 만들어 놓은 콘크리트를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3층 바닥 PC가 떨어지며 2층 바닥까지 연쇄적으로 붕괴한 것이다. 사고를 조사한 대한건축학회는 이천 물류센터에 최초로 적용된 ‘3층 1절’ 방식이 안전성이 검증된 ‘2층 1절’ 방식보다 횡 변위 강성(옆으로 받는 힘)에 약하다는 결론을 내놨다. 3층 1절 방식은 하나의 기둥이 3개 층을 버틸 수 있도록 만든 방식이다.
이천 물류센터 붕괴 사고는 원청-하청으로 이어지는 국내 건설시장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 사례였다. 사고 직후 공사 관계자들은 모두 현장에서 사라져 당시 매몰된 인부들이 얼마나 있는지 피해 파악이 어려웠고, 위험한 작업 중에는 아래 층에서 작업을 하지 않는다는 안전 원칙도 지켜지지 않았다. 사고 당시 현장에는 하청업체 직원들만 작업 중이었다. 현장 관리자들이 설계서와 건설공사시방서에 따라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했지만 이를 소홀히 했다.
여기에 GS건설과 삼성물산이 붕괴 책임을 놓고 47억원대의 법적 공방을 벌이면서 현장 관계자들의 재판도 계속 미뤄졌다. 결국 약 26개월이 지난 2008년 1월에서야 현장 관계자들에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등 판결이 내려졌고, 2심에서도 마찬가지로 ‘집행유예’ 판결이 나왔다. GS건설과 삼성물산은 벌금형이 내려졌지만, 대법원까지 항소를 이어간 후 각 700만원과 50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GS건설이 삼성물산에 제기한 47억 민사 소송은 5년 후인 2010년에 법원을 통한 강제 조정으로 GS건설이 소송을 취하하는 대신 삼성물산은 GS건설 채권 20억여원을 포기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9명이 목숨을 잃었으나 아무도 감옥에 가지 않은 씁쓸한 결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