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별로 새 주인을 찾아 나선 매물들이 이례적으로 쏟아지면서 해운·보험에 연관된 자본시장 참여자들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이들 섹터에서 적극적인 손바뀜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자칫 M&A 시장 전체 경색 국면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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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도 유사한 양상을 띠고 있다. MG손해보험, KDB생명, ABL생명, 롯데손해보험, 악사손해보험 등 손보·생보사 가릴 것 없이 잇따라 M&A 시장을 노크하면서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시장에 나왔거나 나올 채비를 하는 해운·보험사만 9~10곳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시장에서도 ‘이런 적이 없었다’고 표현할 정도다.
해운과 보험업계는 국내 경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분야로 꼽힌다. 오랜 기간 국내 경제의 한 축으로 자리하면서 흡족한 실적을 냈고, 수많은 투자와 손바뀜이 이뤄졌던 곳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들 업종을 바라보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공교롭게도 한꺼번에 동종업계 매물이 쏟아진 상황이 긍정적인 시그널은 아니라는 평가 때문이다.
한 PEF 운용사 관계자는 “비슷한 업종을 영위하는 M&A 매물이 모이면 절대적이든, 상대적이든 비교를 하게 되고 우위를 따질 수밖에 없다”며 “특히 ‘대체 투자처’ 등장에 협상력이 약해질 수 있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한다.
특히 해운·보험 업계는 매각 난이도가 까다로운 업종이라는 설명이다. 당국의 눈치도 봐야 하고 이른바 ‘싸이클’이라는 고저 흐름과 국내외 경제 정세도 따져봐야 한다. 언뜻 같아 보이지만, 원매자들이 원하는 구체적인 분야가 무엇이냐에 업체별 희비가 엇갈릴 가능성도 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들 매물에 대한 M&A 교통정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매물마다 엮여 있는 원매자와 잠재적 원매자들이 수십 곳이 얽혀 있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손바뀜이 일어나지 않고 답보상태가 유지된다면 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엑시트(자금회수)가 제때 이뤄져야 새 투자도 하는 것인데, 매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전체 시장 분위기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