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범행 당시 B씨에게 공기총을 발사한 후, 스스로 119에 신고해 B씨를 병원으로 옮기도록 했다. 하지만 머리에 등에 치명상을 입은 B씨는 병원 후송 얼마 후 목숨을 잃었다.
경찰에 긴급체포된 A씨는 “아내의 내연남인 B씨를 죽였다”며 모든 범행을 인정했다. 두 사람 사이엔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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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몇달 후 아내 C씨의 휴대전화를 몰래 확인했다가 내연남 B씨의 존재를 알게 됐다. 심지어 B씨가 아내 C씨가 자녀들을 데리고 처갓집을 가는 길에도 함께 이동을 했던 것을 알게 되며 A씨는 엄청난 분노에 휩싸이게 됐다.
그는 수영장 앞에서 B씨를 만나 “불장난이면 여기서 끝내라. 불장난이 아니라면 내가 이혼을 해주겠다”고 말했고, B씨는 “그만 만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거짓말이었다. B씨와 C씨는 이후에도 계속 만남을 이어갔다.
결국 A씨는 장인·장모에 아내의 불륜 사실을 알린 후 법원에 이혼소장을 접수하는 한편, 두 사람을 간통죄로 고소했다. 하지만 어린 자녀들이 눈앞에 밟히던 상황에서 아내 B씨가 “다시는 C씨를 만나지 않겠다”고 약속하자 이를 모두 취하했다.
◇이혼소송·간통 고소까지 취하해줬지만…불륜행각 반복
이번에도 거짓말이었다. A씨는 2013년 1월 아내의 휴대전화에서 B씨가 보낸 문자메시지를 확인했다. 곧바로 전화를 걸어 욕설을 하며 “봐줄 만큼 봐줬으면 그만해야 될 거 아니야”라고 화를 냈지만 B씨는 아무런 말없이 전화를 끊었다.
아내 C씨가 “정말 B씨와의 관계를 정리했다”고 말하자, A씨는 더 따지지 않고 상황을 정리했다. 하지만 같은 해 4월 C씨는 다른 남성과 부적절한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다가 A씨에게 발각됐다. A씨가 “왜 가정에 충실하지 않고 바람을 피우냐”고 따지자, C씨는 “다시는 다른 남자를 만나지 않겠다”고 또 약속을 했다.
계속된 아내 C씨와 내연남 B씨의 거짓말에 A씨는 더 이상 이들을 믿지 않았다. A씨는 같은 해 4월 15일 저녁 시간 아내 C씨를 미행해 C씨가 한 모텔 앞에 차량을 주차하는 것을 확인했다. 그는 C씨를 차량에서 끌어내린 후 B씨에게 따지기 위해 전화를 걸었지만 B씨가 전화를 피하는 바람에 통화를 하지 못했다.
그리고 다음날인 4월 16일 새벽, A씨는 아내 휴대전화를 이용해 B씨에게 전화를 걸자 이번엔 통화가 됐다. A씨는 “지금껏 많이 봐주지 않았냐”며 화를 내며 따졌으나, B씨는 “그 이후에 만난 적도 없다”고 시치미를 뗐다. A씨는 B씨에게 만남을 제안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냈으나, B씨는 “만날 이유가 없다”며 이를 거절했다.
하지만 얼마 후 아내 C씨에게 B씨가 전화를 걸었고, 이는 A씨가 받았다. A씨가 다시 따져 묻자 결국 B씨도 “C씨를 만난 사실이 있다”고 내연관계를 지속한 점을 인정했다. A씨는 ‘다시는 C씨를 만나지 않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써줄 것을 요구하며 그날 저녁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다.
A씨는 반복된 B씨와 C씨의 거짓말에 이미 분노로 가득찬 상황이었다. 그는 B씨가 각서 작성을 거부하거나 자신을 무시할 경우 살해하겠다고 계획하고 집안에 보관 중이던 공기총과 흉기를 휴대하고 나갔다.
B씨는 그날 저녁 한 커피숍에서 A씨를 만나 순순히 각서를 작성해 줬다. A씨는 그 대신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각성를 B씨에게 건넸다. 각서를 주고받은 후 A씨가 “다시 내 아내를 만날 생각이 있냐”고 B씨는 “다시 만나서 얘기를 해봐야겠네요”라고 비꼬는 듯한 대답을 했다. 결국 A씨는 이 말에 살인을 결심했다.
◇法 “심적 고통 감안하더라도 살인은 용납할 수 없다”
A씨는 커피숍을 나온 후 공기총을 장전한 후, 차량에 타려던 B씨에게 겨눴다. 그는 “계속 집사람을 만나야 되겠냐”고 말한 후 “살려 달라”고 소리를 지르던 B씨를 향해 총기를 발사했다. A씨는 도망가던 B씨를 향해 추가로 총기를 발사했다. 결국 B씨는 치명상을 입고 쓰러졌고, A씨는 직접 119에 신고해 자수의사를 밝혔다.
A씨는 수사기관에서 B씨를 향해 총을 쏜 사실을 인정하며 “제가 의도하는 대로 안되면 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고 총을 가지고 나갔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A씨를 살인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A씨는 법정에서 “공기총을 들고 간 것은 위협용이었다”며 “우발적 살인이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이 같은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은 “A씨는 불륜을 저지르고도 너무나 당당했던 B씨의 불손한 태도에 분노하고 있었고, 위협을 넘어 사전에 B씨가 자신의 뜻에 따르지 않고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는 경우엔 살해하려는 의사를 갖고 있었다. 우발적 살인이라고 볼 수 없다”며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비록 A씨가 자신의 아내와 B씨의 계속된 불륜에 오랜 기간 극심한 심적 고통을 겪으면서 어떻게든 가정을 지켜보고자 인내하고 노력했던 점을 아무리 감안하더라도 한 사람의 생명을 침해하는 행위는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친지들은 물론 지인들, 학원 학부모들까지 A씨에 대해 선처를 구하는 간곡한 탄원을 계속하는 것을 보면 도대체 어떻게 A씨가 이러한 극단적 범행을 저지르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었다”며 “B씨가 각서를 주고받은 후 사과하거나 용서를 구하기는커녕 오히려 비꼬는 말투로 무시하자 A씨가 끝내 범행을 저지르게 된 점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A씨는 형이 너무 무겁다며 항소했고, 2심은 항소를 받아들여 A씨의 형량을 징역 10년으로 감경했다. 2심 재판부는 “B씨가 A씨 아내를 만나지 않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써줬으면서도 약속을 지키지 않고 만남을 계속했고 사건 당일에도 A씨를 자극하는 언행을 계속했다”며 이는 특별감경요소인 ‘피해자유발 강함’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A씨가 상고하지 않아 형은 그대로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