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IMS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국내 대상포진백신 시장 점유율은 스카이조스터 57%, 머크의 ‘조스타박스’ 41%, 싱그릭스 2% 순이었다. 미국, 중국, 일본을 비롯한 21개국에서 대상포진백신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싱그릭스의 국내 첫 성적표로는 충격적인 수치다.
당초 업계에서는 싱그릭스가 국내 대상포진 시장을 재편할 것으로 내다봤다. 높은 예방 효과가 근거다. GSK에 따르면 싱그릭스는 50대 이상으로 실시한 임상 3상에서 97% 이상 예방 효과를 나타냈다. 스타이조스터와 조스타박스는 1회 접종 시 예방 효과가 50대에서 약 70%, 60대에서 6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가격과 편의성이 승부를 가른 것으로 분석된다. 스카이조스터와 조스타박스의 1회 접종을 기준으로 하지만 싱그릭스는 2회를 맞아야 효과를 낸다. 소비자로서는 싱그릭스를 맞기 위해 더 큰 수고로움을 감수해야 하는 셈이다. 가격도 스카이조스터와 조스터박스는 15만원대에 형성돼 있으며, 비싸도 20만원을 넘지 않는다. 반면에 싱그릭스는 2회 접종에 50만~60만원을 내야 한다.
업계에서는 스카이조스터와 조스타박스의 우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관측한다. 국내 소비자들이 기존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크고, 이로 인해 병원들도 싱그릭스 확보에 적극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 병원에서 차별화 전략으로 도입했지만, 찾는 사람이 아직 많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마포구의 한 병원 관계자는 “아직 싱그릭스를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아 스카이조스터와 조스타박스만 판매하고 있다”며 “수급 안정성과 대중성 등의 문제 때문에 싱그릭스의 도입은 아직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서울 송파구의 한 병원 관계자는 “사실 병원 입장에서는 싱그릭스의 마진율이 높아 이 제품을 추천하고 있으나, 아직 판매량이 미미하다”며 “하지만 소비자 선택권을 높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제품을 취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A사 대상포진백신 영업 관계자는 “지난해 12월부터 판매가 시작됐다고는 하나, 같은 해 연초부터 출시가 예고돼 수치의 왜곡이 크지 않다”며 “다만 GSK의 국내 시장 전략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아 조금 더 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싱그릭스가 국내 시장을 잠식할까 전전긍긍했던 SK바이오사이언스는 스카이조스타의 글로벌 성공 가능성을 확인하면서 화색이 돌고 있다. 2017년 12월 정식 출시된 스카이조스터는 세계 두 번째 약독화 생백신이다.
국내 출시 초기에는 조스터박스의 인지도에 밀려 40% 하단의 점유율을 점했으나, 최근에는 완전히 역전한 상태다. 지난해 1분기 국내 대상포진 시장 점유율(도즈 수 기준)이 51%였으나, 꾸준히 상승하더니 4분기 57%까지 올랐다. 지난해 4분기는 조스타박스, 싱그릭스와 ‘삼파전이’ 시작됐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는 성적이다. 반면 조스타박스는 같은 기간 공급 문제 등으로 국내 점유율이 49%에서 41%로 내려앉았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스카이조스터 시판 후 중대한 이상 사례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을 정도로 안정적이라 소비자의 신뢰도 높다”며 “글로벌 판매에도 속도를 내 수익성을 강화하고 국제 보건 증진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우선 동남아 시장 등 제3국가를 중심으로 스카이조스터의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2020년 태국, 지난 1월 말레이시아에서 스카이조스터의 품목허가를 승인받은 바 있다. 연내 스카이조스터의 세계보건기구(WHO) 사전적격성평가(Pre-qualification)도 신청할 예정이다.
다만 업계 관계자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게 되면 GSK가 방어 차원에서 가격을 낮추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며 “SK바이오사이언스가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품질 제고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 GSK 관계자도 “국내 출시 초반인 만큼 아직 시장 안착 여부를 평가하기에는 이르다”며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상급종합병원 및 준종합병원 포함 약 170여개 병원의 약사위원회 통과 등의 성과도 있는 만큼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한편 글로벌 대상포진백신 시장 규모는 2021년 28억 8000만 달러(약 3조 8000억원)로 연평균 10% 성장해 2029년 60억 4000만 달러(약 8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시장의 경우 2020년 723억원 규모였으나, 2021년 코로나 여파로 451억원으로 37.6% 줄었다. 올해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으로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