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의 힘' 통했다…인적분할 줄줄이 막히나

김응태 기자I 2023.02.15 00:01:00

현대白 인적분할 부결 뒤 시장 분위기 변화
OCI, 대한제강 등 상반기 인적분할 위한 주총 개최
상장사 주총 앞두고 주주들 반대 목소리 고조
인적분할 전 자사주 소각 요구 커질 듯

[이데일리 김응태 기자] 현대백화점의 인적분할 안건이 소액주주의 반대로 부결되면서 인적분할을 추진 중인 상장사들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인적분할이 최대주주의 지배권 강화를 목적으로 악용된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어서다. 인적분할 추진을 위한 주주총회를 앞두고 기업과 소액주주들 간 힘겨루기가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지주사 체제 전환을 목적으로 인적분할 안건 통과를 위해 주주총회를 개최하는 상장사는 4곳으로 집계됐다. OCI(010060)는 OCI홀딩스(지주회사)를 존속회사로, OCI(사업회사)를 신설회사로 나누는 방식의 인적분할을 추진 중이다. 분할 후 OCI홀딩스는 자회사를 관리 및 신사업 투자를 담당하며, OCI는 케미컬 및 전자소재 관련 사업을 영위한다. 인적분할 안건 통과를 위한 주주총회 개최 일자는 다음 달 22일이다.

대한제강(084010)도 내달 15일 디에이치오(지주회사)와 대한제강(사업회사)로 나누는 인적분할을 진행하기 위해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철근 사업을 영위하는 대한제강이 신설회사로 떼어지는 방식이다.

이외에 동국제강(001230)도 동국홀딩스(지주회사)를 존속회사로, 열연사업와 냉연사업을 각각 담당하는 동국제강(사업회사), 동국씨엠(사업회사) 등 총 3개 회사로 분할하는 내용의 인적분할을 진행한다. 조선내화(000480)는 조선내화홀딩스(지주회사), 조선내화(사업회사)로 분리하는 방식의 인적분할 안건을 주총 표결에 부친다. 두 회사 모두 주총 개최 시기는 5월17일이다.

인적분할 안건 통과를 위한 주총이 다가오면서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 무난하게 통과될 것으로 예상됐던 현대백화점의 인적분할이 지난 10일 소액주주들의 반대로 좌초됐기 때문이다. 인적분할이 안건 주총에서 통과되려면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참석주주의 3분의 2가 동의해야 하지만 이를 충족하지 못했다.

인적분할은 주주들이 기존회사와 신설회사 지분을 동일하게 갖는 기업 분할 방식이다. 문제는 인적분할을 추진함과 동시에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거쳐 대주주의 지분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기존회사 대주주의 지분율이 20%라고 가정하면 인적분할 후 지주회사와 사업회사가 나뉠 때 각각 지분을 20%씩 가질 수 있다. 여기서 교환가치 비율이 1대 1이라고 가정했을 때, 대주주가 보유 중인 사업회사 지분 20%를 현물출자로 내주는 대신 지주회사의 신주를 확보할 경우 지주회사에 대한 최대주주 지분은 40%로 늘어난다. 더욱이 기존에 보유한 자사주에 분할신주까지 배정되는 이른바 ‘자사주의 마법’까지 더해질 경우 40% 이상의 지분을 갖게 되는 효과가 나타난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인적분할 과정에서 자사주를 이용해 자회사에 대한 지주회사의 지배권이 강화되면 일반 주주의 지배권은 약화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OCI, 대한제강, 동국제강, 조선내화 등 4곳의 상장사 모두는 현물출자 유상증자를 통한 구조개편 계획을 내놨으며, 자사주에 대한 신주가 배정될 수 있다고 고지했다. 이에 일부 소액주주들은 대주주의 지배력 확대로 기존 주주들의 지분이 희석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현대백화점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36%로 낮지 않음에도 인적분할이 부결된 만큼, 이와 비슷한 지분율을 보유한 회사들이 안심하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지난해 9월 분기보고서 기준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보면 OCI(22.24%), 동국제강(26.28%), 대한제강(45.41%), 조선내화(60.32%) 등이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현대백화점의 경우 36% 수준의 보유 의결권만으로 소수 주주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 의사 결정을 단행하기 어려울 수 있음을 시사했다”며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인적분할 추진 시에는 보유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는 의사 결정을 전제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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