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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경찰은 도안 티 흐엉이라는 이름의 베트남 여권을 가진 여성을 용의자로 체포했다. 뒤이어 붙잡힌 또 다른 용의자는 인도네시아 여권을 가지 시티 아이샤라는 이름을 쓰는 여성이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심문을 통해 이들에게 이런 행동을 주문한 북한 국적의 리정철을 암살 사주 용의자로 체포했다.
사건의 배후로 북한이 자연스럽게 지목됐다. 말레이시아에 있는 북한 대사관은 의혹을 부인하고 김정남의 시신을 인도하라고 요구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거부하고 김정남을 부검했다. 부검 결과 김정남의 신체에서 신경작용제인 VX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강철 주 말레이시아 북한 대사는 “말레이시아 정부가 적대 세력과 결탁했다”며 부검 결과를 반박했다.
그러나 범인은 있는데 배후는 없었다. 두 여성은 조사에서 김정남을 상대로 몰래 카메라를 찍자는 리정철의 부탁을 받고서 액체를 얼굴에 뿌렸지, 이게 암살로 이어지는 줄은 몰랐다고 했다. 말레이시아 경찰도 리정철이 암살을 사주한 혐의를 입증하지 못했다. 리정철은 석방돼 북한으로 추방됐다. 이후 두 여성도 2019년 3월과 5월 차례로 석방됐다.
김정남은 김일성 가문 일원이지만 후계 구도에서 밀린 이후 타국에서 유랑 생활을 했다. 사건 당시는 북한 권력은 일찌감치 김정은에게 넘어간 뒤였다. 김정남이 암살당하려면 김정은에게 위험인물로 인식돼야 하는데 권력 구도를 보면 힘의 차이가 명백했다. 암살이 이뤄질 동기가 불분명해 보였다.
언론은 힘의 역학 관계를 재해석했다. 일본 언론은 김정은의 고모부 장성택이 2012년 중국 후진타오 주석과 만나 김정남을 김정일의 후계자로 추진하려 한 것에 주목했다. 이 사실을 안 김정은은 2013년 장성택을 처형하고, 잠재적인 위험 인물 김정남을 해치웠다는 것이다. 반북단체 간부가 김정남에게 반정부 지도자를 맡아달라고 제안한 이후 암살이 이뤄졌다는 주장도 있다.
그럼에도, 이 사건은 여전히 ‘법적으로’ 미제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