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행생존기간 개선 실패하는 다국적 제약사들
일반적으로 유방암 치료에는 비스테로이드성 아로마타제 등 내분비 요법이 주로 쓰인다. 문제는 호르몬 수용체 민감성 유방암 환자들의 25%의 자연 내성을 일으킨다는 점이다. SERD는 내성 발현이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출시된 유일한 약물은 근육 주사 방식의 아스트라제네카의 ‘파슬로덱스주’. 복용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경구용 약물에 대한 개발이 이어지고 있지만, 개발에 난항을 겪는 분위기다.
지난 25일(현지시간) 로슈는 경구용 SERD 약물인 ‘지레데스트란트’가 ER+/HER2- 진행성/전이성 유방암 임상 2상에서 1차 평가변수인 무진행생존기간(PFS) 개선에 실패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데이터는 공개되지 않았다.
로슈는 임상 2상에서 과거 1~2개의 전신 치료룰 받은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자사 약물인 지레데스트란트와, 아스트라제네카의 파슬로덱스주 혹은 아로마타제 저해제를 비교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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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슈 측은 “에스트로겐 수용체 활성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환자에서는 좀 더 뚜렷한 혜택이 관찰됐다”며 다른 임상에 기대감을 표했다. 로슈 지레데스트란트는 화이자 ‘입랜스’, 노바티스 ‘키스칼리’ 등 다른 유방암 치료제와의 병용 요법에 대해서도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경구용 SERD 개발에 차질을 빚은 건 로슈뿐만이 아니다. 지난 3월 사노피도 자사의 후보물질 ‘암세네스트란트’의 임상 2상에서, 1차 평가변수인 무진행생존기간 개선 지표를 충족하지 못했다. 사노피는 단독 요법으로 암세네스트란트를 표준치료법과 비교 평가했다.
사노피 역시 병용 요법으로 진행되고 있는 다른 임상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당시 사노피 측은 이브란스와 병용 요법으로 평가 중인 ‘AMEERA-5’ 임상 등은 계획대로 실시한다고 밝혔다.
로슈와 사노피 외에 세계적으로 10개 정도의 기업이 경구용 SERD를 개발하고 있다. 가장 속도가 빠른 기업은 메나리니다. 메나리니는 전이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엘라세스트란트’ 임상 3상 연구에서, 표준치료인 파슬로덱스 대비 질병진행률과 사망 위험률을 30% 낮췄다고 지난해 12월 발표했다. 로슈와 사노피가 실패한 무진행생존기간도 0.88개월 연장했다.
◇아스트라제네카 일단 시장 지위 유지…보령 퍼스트제네릭으로 승부
일단은 시장에 유일하게 출시된 아스트라제네카가 자리를 지킬 것으로 전망된다. 파슬로덱스주 글로벌 매출은 2020년 기준 5억8000만달러다. 파슬로덱스주는 국내에서 2008년 출시됐다. 2019년 ‘호르몬 수용체(HR) 양성 및 인체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2(HER2) 음성인 폐경기 이후 여성의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유방암 치료에서 1차 이상 단독요법’으로 급여목록에 등재되면서, 연간 수입실적은 2017년 170만달러, 2019년 288만달러, 2020년 683만달러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2월 파슬로덱스주의 퍼스트제네릭으로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은 보령도 시장 경쟁을 앞두고 있다. 보령은 지난 2월 파슬로덱스주의 제네릭 ‘풀베트주’에 대한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보령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이다. 아직 우리 외에 신청된 제네릭이 없다”며 “제네릭은 때에 따라 오리지널 약보다 높은 점유율을 보이기도 한다. 보령은 국내 항암제 시장 점유율 1위이기 때문에, 마케팅 능력 등을 활용해 일정 점유율을 가져올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바이오벤처 인핸스드바이오는 경구용 SERD인 유방암 치료제 ‘ENB501’에 대한 임상 1·2상을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받았다.
한편 SERD가 타깃으로 하는 호르몬 수용체 양성 및 인체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2 음성 환자는 전체 유방암 환자의 60% 정도를 차지한다. 2010년대에 등장한 표적치료제 CDK 4/6 억제제가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 대표적 약물인 화이자 입랜스는 지난해 53억9000만달러 글로벌 매출을 기록했다. 일라이 릴리 ‘버제니오’는 지난해 13억50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