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1년간 한시 유예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한 가운데 양도세 차등과세 전면 개편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는 해외 부동산 조세정책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렵다는 평가다. 양도소득세는 세법상 소득세 체계하에 있지만 소득과세보다는 시장안정과 부동산 투기 억제를 위한 주요 정책 수단의 하나로 사용되다 보니 이를 바로잡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다주택자 최고 세율 82.5%…유례 찾기 어려워
25일 국토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주요국 가운데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를 시행하는 나라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수나 투기지역 여부에 따른 차등과세를 하는 나라도 없다.
미국은 자본이득세에 대해 연방소득세체계에서 종합소득으로 합산해 과세한다, 1년 미만 단기 보유 양도차익은 일반소득에 합산해 일반소득세율 10~37%를 적용하고, 1년 이상 장기 보유 양도차익은 일반소득세율보다 낮은 장기양도소득세율(0~20%)을 적용한다.
영국은 소득세 과세표준에서 기본세율(20%)을 적용받는 납세자는 18%, 고세율(40%) 또는 추가세율(45%)을 적용받는 납세자는 28% 세율을 적용한다. 프랑스는 19% 단일 세율이 적용되며 6년 이상 보유시 공제혜택이 적용된다. 다만 자본 차익이 5만 유로 이상일 경우 차익에 따라 2~6% 추가 과세한다. 싱가포르는 보유기간에 따라 차등과세하며 단기보유 거래에 고율의 세율이 적용된다. 1년 이내 양도시 12% 적용되고 1~2년 8%, 2~3년 4% 적용된다. 3년 이상은 비과세한다.
특히 주요국 대부분은 자가거주 주택에 대한 자본이득은 대부분 비과세 혜택을 준다. 한국지방세연구원이 발표한 ‘주택 양도소득세 세부담 분석 및 정책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은 다주택자라도 주로 거주하는 주택은 비과세가 가능하며, 납세자가 비과세를 받을 주택을 선택할 수 있다. 프랑스도 주택 한 채에 한해 비과세를 받을 수 있다. 미국과 일본은 거주 주택 매각시 소득공제 혜택을 제공한다. 미국은 개인 25만달러·부부 50만달러, 일본은 3000만엔 한도 내에서 세액공제를 허용한다. 양도차익이 일정 수준 이상이면 과세하지만 주택수에 따른 과세 체계는 없다.
|
◇주택수·투기지역 따라 중과세 조세형평성 어긋나…“폐지해야”
전문가들은 자본이득에 부여하는 세금임에도 불구하고 이익의 총액이 아닌 주택수·투기지역 등에 중과여부가 결정되는 것은 조세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위 사례처럼 1주택인 경우와 3개의 주택으로 구성된 자산에 대한 세금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다주택 양도세 중과를 완화하고 매물이 나오도록 유도해 집값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능식 한국지방세연구원 부원장은 “해외 주요국들은 다주택자의 경우 본인이 주로 거주하지 않는 주택은 일반과세하고 중과하지 않는다. 자가거주 주택에 대해서는 대부분 조세 특례를 주는 추세”라며 “비과세나 일부 소득공제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주택 소유수나 투기지역이냐에 따라 중과세하는데 이는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제도”라면서 이에 따라 “주택거래 동결 효과가 커지고 징벌적인 세부담만 안겨준다”고 지적했다.
특히 집값이 급등한 상황에서 세금 차이에서 오는 불만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은 “주택과 관련해서 한국처럼 복잡하고 여러겹으로 과세체계가 얽혀있는 나라가 없다”면서 “중과체계를 끌어들이고 과세체계가 복잡해지면서 전문가들도 바뀌는 내용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똑같은 집, 똑같은 차익이라도 조세체계가 복잡해지면서 그 틈을 이용해 절세나 탈세 등도 나올 수 있다”면서 “장기적으로 중과체계를 없애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