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택가격이 급등세를 이어가는 와중에 상승 폭은 점차 줄면서 집값 논쟁이 일고 있다. 팬데믹이 장기화하면서 ‘내 집’ 수요가 여전하다는 분석과 함께 역사적인 수준의 과열을 보인 거품이 꺼지는 징후라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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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현지시간)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다우존스 지수(S&P Dow Jones Indices) 등에 따르면 지난 10월 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계절조정치)는 전년 동기 대비 19.1% 상승했다. 미국 전역의 집값이 평균 20% 가까이 올랐다는 뜻이다.
이 지수는 칼 케이스 웰즐리대 교수와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가 공동 개발한 것이다. S&P와 부동산 전문가들로 구성된 지수 위원회가 관리를 맡고 있어 공신력이 높다.
10월 상승률은 지난 9월(19.7%) 대비 다소 둔화한 수치다. 8월 19.8%로 정점을 찍은 후 두 달째 하락한 것이다. 전월(9월)과 비교한 상승률의 경우 0.8%로 나타났다. 9월(1.0%)보다는 0.2%포인트 내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두 달 연속 집값 상승 폭이 줄어든 것은 과열된 주택시장이 식기 시작했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내 10개 주요 도시 집값의 경우 17.1%, 20개 주요 도시의 경우 18.4% 각각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이 역시 9월(17.9%, 19.1%) 대비 상승세가 다소 꺾였다.
그러나 절대치만 보면 여전히 사상 최고 수준이다. 최근 34년간 산출된 통계 중 역대 네 번째로 높은 것이라고 S&P 다우존스는 전했다. 1~3위는 올해 7~9월이었다.
특히 애리조나주 피닉스 지역의 주택가격이 1년 전과 비교해 무려 32.3% 뛰며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플로리다주 탬파(28.1%), 플로리다주 마이애미(25.7%),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25.5%), 텍사스주 댈러스(24.6%),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24.2%), 워싱턴주 시애틀(22.8%),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22.5%) 등 적지 않은 거점 도시들이 20% 이상 올랐다.
집값 상승은 코로나19 이후 꼬여버린 수급에서 비롯됐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재택근무가 일상화하자 도심지 아파트를 피해 거점도시와 인접한 교외 주택으로 이주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도시 주변 집값이 급등한 것이다.
이 와중에 엄청난 유동성이 집값을 떠받쳤다. CNBC에 따르면 지난주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는 3.05%다. 15년 만기의 경우 2.66%로 떨어졌다.
S&P 다우존스의 크레이그 라자라 매니징 디렉터는 “이같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이같은 수요 급증이 영구적인 변화인지, 아니면 일시적인 흐름인지 이해하려면 더 많은 자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팬데믹 양상이 워낙 불확실한 만큼 주택시장 흐름을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