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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뉴욕증권거래소에 따르면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지난달 1일부터 지난주 장 마감한 5일까지 15.3% 상승했다. 5거래일 연속 52주 신고가 경신이다. 이는 최근 메타버스 테마가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확장현실(XR·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등을 모두 포괄)에 반도체가 많이 쓰일 거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수 내 엔비디아와 퀄컴이 같은 기간 각각 43.62%, 26.4% 각각 상승하며 큰 몫을 담당했다. 메타버스에선 중앙처리장치(CPU)보다도 그래픽카드(GPU)의 중요성이 더 부각되는 배경에 엔비디아가 상승했고, VR(가상현실) 헤드셋 등 웨어러블 기기의 핵심인 모바일 SoC(시스템 온 칩), 스냅드래곤을 만드는 퀄컴이 각각 주목받은 것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4일 하루에만 엔비디아가 12%, 반도체 지수가 3.4% 올랐던 것이 보여주는 만큼, 테크 산업 내에서도 메타버스가 뜨겁다”라고 전했다.
주식시장에선 반도체주 상승에 앞서 이미 메타버스 테마가 주목받았다. 여기엔 암호화폐의 상승이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가상세계를 구축해도 현실세계처럼 경제활동이 자유롭게 이뤄지려면 달러 같은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돈이 필수적인데, 그 역할을 암호화폐가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가 메타버스에 있는 디지털 물건들을 자산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4일 방시혁 하이브(352820) 의장은 두나무와의 상호 지분 투자 방식으로 파트너십을 체결하면서 “아티스트 지식재산권 기반 콘텐츠 상품이 팬들의 디지털 자산이 되는 NFT 사업을 펼쳐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메타버스 주식과 암호화폐는 서로 시너지를 내며 상승 중이다. NFT 플랫폼인 이더리움은 지난달 초부터 이날까지 약 52% 상승했다. 같은 기간 국내 메타버스 ETF 4종에 모두 포함된 위지윅스튜디오(299900)와 덱스터(206560)는 각각 88.6%, 71.2% 상승했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NFT와 디파이(탈중앙화금융) 열푼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며 “최근 메타버스 흐름과 맞물리면서 국내 외 굴지의 기업이 계속해서 출사표를 던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인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외 10월 신규 상장한 상장지수펀드(ETF)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2가지 축은 암호화폐와 메타버스 테마”라며 “미국 내 10월 신규 상장 ETF 33개 중 ProShares Bitcoin Strategy ETF (BITO)가 운용자산(AUM) 12억 달러로 최상위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 국내선 반도체보단 디스플레이가 더 ‘가까워’
메타버스 관련 IT하드웨어는 웨어러블 기기 중에서도 단연 ‘안경’이다. 최근 메타로 사명을 바꾼 페이스북의 자회사 오큘러스는 차세대 XR 기기인 ‘퀘스트 프로’를 내년 상반기 출시할 예정이다. 애플은 일명 ‘애플 글래스’를 오는 2023년께 출시할 예정이다. 15일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글로벌 XR시장은 2019년 78억9000만 달러에서 오는 2024년 1368억 달러로 연평균 76.9%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IT하드웨어에선 반도체보단 디스플레이가 메타버스에 더 가깝게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기업의 경우 웨어러블 기기에 들어갈 반도체, AP를 직접 제작 생산하지 않고 위탁생산을 하는데다, 업계 1위인 TSMC와의 경쟁도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디스플레이 관련 업체는 MR 헤드셋에 직접 들어가는 OLED와 LCD를 공급하고 있고 차세대 기술인 엘코스(LCoS·LCD 온 실리콘), 올레도스(OLEDoS·OLED 온 실리콘)의 개발 및 제작을 주도할 가능성도 있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아직은 대기업의 일부 선행연구 단계지만, OLED와 LCD는 웨어러블 기기의 해상도를 늘리는데 한계가 있는 반면, 올레도스나 엘코스(LCD 온 실리콘)을 사용해야 한다”고 전했다.
다만 메타버스 투자 관련 아이디어로는 IT하드웨어보단 운영체제(OS)와 어플리케이션 등 소프트웨어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게 더 낫다는 조언이 나온다. 확장성 측면에서 하드웨어와 관련된 VR·AR 관련 웨어러블 기기 시장보다 가상세계를 구현하는 플랫폼이 더 크기 때문이다. 이에 메타버스 대장주는 엔비디아가 꼽힌다. 메타버스 플랫폼을 만드는 도구, 즉 미들웨어 업체들이 사용하고 이를 통합시키는 게 엔비디아의 ‘옴니버스’이기 때문이다. 옴니버스는 작년 12월 오픈베타 출시 이후 BMW, 록히드 마틴, 사우스 파크 등 500여 개가 넘는 기업에서 사용하고 있고 5만 건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하고 있다. 허지수 대신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옴니버스가 속한 엔비디아의 전문 시각화 사업부는 아직 전체 매출의 8%에 불과하나, 지난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6% 성장했다. 옴니버스를 구동하기 위해선 엔베디아의 GPU인 ‘쿼드로 RTX 8000’ 두 장이 필요하기도 하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IT하드웨어의 경우 최근 상황에선 AR 웨어러블 기기에 쓰이는 정도지만, 플랫폼은 말할 수 있는 게 훨씬 많다는 점에서 투자 측면의 더 나은 선택지인 듯하다”며 “이중 엔비디아는 메타버스의 ‘끝판 왕’으로 부를 수 있는데 가상세계를 창조하는 도구들을 다시 묶는, 다시 말해 플랫폼을 만드는 플랫폼들의 중심에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