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후보가 등을 돌린 상황에서도 CJ ENM이 SM엔터와 협상을 이어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에서는 SM엔터 자회사이자 기업공개(IPO) 초읽기에 들어간 ‘디어유’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CJ ENM의 SM엔터 지분 인수가 디어유는 물론 JYP엔터와의 연대까지 이뤄낼 열쇠로 보고 있다. 네이버와 하이브(352820), YG엔터(122870)가 팬덤 플랫폼으로 의기투합한 가운데 양강 구도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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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CJ ENM은 SM엔터 창립자이자 최대주주인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가 보유한 지분(18.72%) 인수 협상을 타진 중이다. 지난 29일 종가 기준 SM엔터 시가총액(1조8554억원)에 비례한 매각 지분의 산술적인 금액 가치는 3393억원 상당이다. 여기에 경영권 인수 프리미엄 등을 얹어 6000억~7000억원 안팎에 거래가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CJ ENM 측은 지난 25일 공시를 통해 “(SM엔터 지분 인수에 대해) 확정된 바 없다”면서도 “음악 콘텐츠 사업 강화를 위해 SM엔터 지분 인수 및 사업 시너지 등을 검토 중이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당초 카카오(035720) 등도 지분 인수에 관심을 보였지만 현재로선 이탈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SM엔터는 지분 매각 논의를 정해진 기간에 끝낸다는 계획을 세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건을 맞춰본 뒤 만족스러우면 팔고 아니면 팔지 않겠다’는 취지다. 매각 협상이 곧 종지부를 찍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시간이 길어지는 이유다.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도 CJ ENM 측은 현재까지 SM엔터 지분 인수에 대해 여전히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CJ ENM의 인수 의지를 두고 이면에 ‘디어유’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SM엔터의 100% 자회사인 디어유는 팬 커뮤니티 플랫폼 ‘버블’을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다. 버블은 엔터사 소속 아티스트와 팬이 1대 1로 메세지를 주고받는 메신저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향후 단순한 메시지 서비스를 넘어 가상현실 속에서 아티스트와 교류할 수 있는 ‘메타버스(확장 가상세계)’ 팬덤 공간을 마련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11월 상장을 앞두고 메타버스 관심에 불이 붙으면서 공모가도 희망 밴드 최상단을 약 8% 웃도는 2만6000원에 결정됐다. 수요예측 경쟁률도 역대 코스닥 시장 3위에 달하는 수치를 기록하며 열기를 증명했다. SM엔터 지분 인수가 디어유까지 이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셈이다.
◇ 메타버스 경쟁력 강화…리오프닝 기대감은 덤
지난 6월 JYP엔터가 디어유 지분 23.3%를 인수하며 2대 주주로 올라선 점도 무시할 수 없는 대목이다. 앞으로 치열해질 엔터 업계간 메타버스 경쟁 국면에서 SM엔터와 JYP엔터를 ‘전략적 동맹 관계’로 자연스럽게 흡수할 수 있다.
이미 방탄소년단(BTS)으로 유명한 하이브(352820)의 팬덤 플랫폼 ‘위버스’와 네이버의 K팝 라이브 동영상 서비스 ‘V-LIVE(브이라이브)’ 통합 과정에 YG엔터(122870)까지 가세한 상황에서 CJ ENM으로선 메타버스 대전을 위한 강력한 우군들이 절실한 상황이다.
디어유 외에도 SM엔터가 오랜 기간 축적한 업계 경쟁력도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SM엔터 소속 가수인 에스파와 NCT127 등은 여전히 강력한 팬덤과 높은 음반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 특히 오랜 기간 축적한 아이돌 육성이나 프로듀싱 노하우는 단순히 배울 수 있는 영역은 아니라는 평가다.
뚜껑이 열리기 직전이라는 평가를 받는 ‘리오프닝’(경기 재개) 기대감도 무시할 수 없다. 한국투자증권은 SM엔터의 3분기 매출액이 17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201억원으로 흑자전환 할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19로 2년간 막혀 있던 대규모 오프라인 콘서트가 재개된다면 매출이 큰 폭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실적과 연결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 콘텐츠 업계 관계자는 “엔터사에 대한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이 오버밸류(과평가)된 측면은 없지 않다”면서도 “CJ ENM측이 기대하는 실적 반등 측면에서 본다면 현재 지분 인수 규모는 비싸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