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정작 아편에 비견될 만한 게임은 아직 출시되지도 않았을지 모르겠습니다. 메타버스를 품은 게임에 대한 얘기입니다. 알 수 없는 미래에,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의 오아시스 같은 게임이 발매되면 중국 정부가 이에 어떻게 반응할지가 궁금해집니다.
게임주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신작 효과로 분석됩니다. 신작이 흥행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주가 반등의 가장 큰 동력이 된다는 것입니다. 마치 제약 바이오주가 임상 단계 통과 전후에 그 기대감이 반영돼 급등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게임사의 신작이 과거 흥행했던 지적재산권(IP)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느냐는 흥행 확률과 연관돼 중요하게 여겨집니다. 이밖에 해당 게임사의 역대 흥행 성적과 개발자 구성원의 면모 등도 살펴봐야 할 요소들입니다.
실적 등 펀더멘털은 게임주에선 덜 신경 쓰는 요소입니다. 그럼에도 신작 흥행 효과라는 것도 결국 추후 큰 이익을 낼 수 있다는 기대와 연결된단 점에선 무시할 순 없습니다. 때문에 트래픽과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을 따져보게 됩니다. 이용자가 게임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돈을 할애하는지를 봐야 매출을 예상할 수 있어서입니다. 이 관점에선 다중 동시접속 온라인게임(MMORPG)이 유리합니다. 충성도가 남다른 이용자들은 게임을 즐기는 시간도 많고 돈도 더 많이 쓰기 때문입니다. 리니지, 롤(LOL) ‘폐인’이란 단어가 등장한 이유입니다. 텐센트의 왕자영요도 MMORPG입니다.
이승훈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은 ARPU를 따지기보다도 일매출을 보는데, 예를 들어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같은 슈팅게임은 인당 접속시간이 길지 않아도 많은 이용자가 자주 게임을 즐기는 등 P와 Q가 모두 중요하기 때문”이라며 “무거운 MMORPG가 여전히 고객 충성도가 높고 게임 라이프사이클이 긴 것은 사실이나 꼭 슈팅게임이나 캐쥬얼 게임이라고 해서 이익이 적다고 할 순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중독성이 강한 MMORPG를 만드는 게임사가 더 우월하다고 말할 수 없단 것입니다. 밸류에이션 측면에선 중독성은 더 이상 중요한 가치가 아닌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8일 야후 파이낸스에 따르면 축구 게임 피파로 유명한 일렉트로닉 아츠(EA)의 시가총액은 390억달러이고, GTA 발매사 테이크투 인터랙티브 소프트웨어(TTWO)는 184억달러입니다. 그런데 12개월 선행 주가순익비율(PER)은 EA가 19.20배이고 TTWO는 28.2배로 훨씬 높습니다. TTWO가 EA만큼 벌게 되는 날엔 시가총액도 PER만큼 앞서게 되는 것입니다.
김 연구원은 “EA는 크게 흥행한 IP를 다수 확보한 역사가 깊은 게임사인데 반해 테이크투는 발매한 게임수와 IP가 적은 신생사에 불과하다“며 ”그럼에도 시장에서 가치가 더 높게 평가되는 것을 보면, 게임주를 단순히 중독성 여부만으로 관련짓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이는 국내 카지노 관련주들이 받는 시장에서의 평가가 낮은 것과 맥이 같은 것으로, 일차원적인 중독성의 유무보단 무언가 새로운 형태의 게임을 내놓는 것에 투자자들에 이목이 쏠리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 게임이 곧 메타버스…새로운 종류의 ‘중독성’
게임주를 장르상으로 구분 짓는 게 이익 추정에 더 이상 큰 도움이 되지 않고 높은 밸류에이션의 관건이 새로움에 있다는 점 등을 보면, 중독성은 주요 가치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김 연구원이 말한 게임의 어떤 새로움은 다른 차언의 중독성을 말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게임이 메타버스를 흡수했을 경우입니다. ‘현실인 가상’에서 중독성을 따지는 건 무의미할 테니 말입니다.
흥미로운 지점은 이러한 유토피아가 모든 인류에 좋진 않을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기계화로 인한 생산성 향상은 경제적 불평등을 낳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비숙련 노동자의 가치가 하락하는 반면 엘리트 집단의 지적 가치는 더욱 상승하며 빈부격차가 확대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 연구원은 여가 시간이 늘어난 절대다수의 빈층이 선택할 수 있는 저렴한 여가는 메타버스를 장착한 게임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볼테르의 소설, 캉디드에서는 일(노동)이 우리를 ‘권태, 방탕, 궁핍’이란 3대 악으로부터 지켜준다고 말하지만, 기술발전으로 인한 노동에서의 해방은 3대 악 중 궁핍만 해결시킬 뿐 권태와 방탕에선 우릴 구원하지 못한다”라며 “여가 시간이 크게 늘더라도 ‘놀면 되지 뭐가 문제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해외여행이나 공연, 스포츠레저를 즐기는 데는 적지 않은 돈이 들어, 결국 대다수의 사람들은 비용이 적게 드는 수단을 선택할 것”이라고 서술합니다. 이어 “결국 대다수의 사람들은 비용이 적게 드는 수단을 선택할 것인데 넷플릭스, 유튜브, 온라인 공연 등을 즐기는 방법이 있지만 문제는 거대한 여가 시간으로, 매일매일 하루에 10시간씩 넷플릭스를 보라고 한다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그렇다면 대다수의 사람들을 거대한 권태로움 속에서 구원할 ‘거대 플랫폼’이 탄생해야 하고, 메타버스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 걸로 주목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연구원은 “누가 메타버스의 플랫폼이 될지에 대한 답은 과거 ‘핸드폰 카메라’와 ‘카메라 통신’이 경쟁하는, 플랫폼 대신 디지털 컨버전스란 용어가 유행했던 시기에서 찾을 수 있다”며 “‘항상 지니고 다니는 디바이스가 다른 디바이스의 기능을 흡수한단 관점’에서 휴대폰이 모든 기능을 흡수하는 플랫폼이 됐고, 테슬라는 자동차가 모빌리티 플랫폼이 될 수 있는지 깨닫게 했으며, 게임도 메타버스의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미 메타버스를 끌어들인 게임은 많은 이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포트나이트(Fortnite) 안에서 미국 유명 래퍼 트래비스 스캇은 공연을 해 첫날 1230만명이 몰라고 2000만달러를 벌어들였습니다. 포트나이트는 앞서 언급됐던 GTA와 같은 샌드박스 게임입니다. 테이크투 주가가 높게 평가받는 점도 어쩌면 메타버스와 맞닿아 있는 샌드박스 게임을 거의 처음 선보였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MMORPG 게임들이 많은 폐인을 만든 것도 현실처럼 몰입하게 만들었기 때문으로 설명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