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어 전문 식당에 가면 암묵적인 룰이 있다. 여자는 잘 익은 꼬리를 남자에게 준다. 남자는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먹는다. 때론 직접 꼬리를 골라 먹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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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왜 장어 꼬리가 정력에 좋다고 믿을까.
2016년 부산 중구 자갈치시장에서는 재미있는 레이스가 펼쳐졌다. 생선 달리기 시합이다. 시장 상인들은 꼬리 힘이 센 생선으로 숭어, 우럭, 장어를 꼽았다. 특히 숭어는 점프력이 좋기로 유명하다. 수십마리가 떼를 지어 물 위를 솟아오른다. 우럭 역시 힘 좋고 빠른 생선 중 하나다. 장어는 ‘잡기대회’가 있을 정도로 힘이 세 잡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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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어 꼬리에 집착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먼저 희소성이다. 장어 한 마리에 꼬리는 한토막 나온다. 우리는 한정판에 열광하는 심리와 궤를 같이 한다. 또 장어는 몸이 잘려도 꼬리가 움직인다. 생명력이 끈질긴 ‘파닥파닥’ 꼬리를 먹으면 내 몸도 강해질 거라는 환상을 갖게 된다.
◇정말 장어 꼬리가 몸통보다 영양소가 더 풍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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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어는 남성에게만 특별한 음식일까?
물론 장어는 남성에게 좋은 음식이다. 하지만 여성에게도 좋은 음식이다. 하지만 ‘장어=정력’ 법칙은 없다. 요리연구가 백종원 씨도 2017년 1월 SBS ‘3대천왕’에서 남성 정력에 장어 꼬리가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고 말했다. 스탠탑비뇨의학과의 윤장호 비뇨기과 전문의도 “장어 꼬리가 특별히 남자에게만 좋은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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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어는 고단백질 식품으로 다른 생선에 비해 비타민A, 칼슘, 철분 등이 다량 함유돼 있다. 단백질과 비타민은 원기회복에 좋다. 특히 장어는 육류의 기름기와는 다른 고급 불포화지방산을 갖고 있다. 불포화지방산은 면역력을 강화시켜주며 콜레스테롤 축적을 막아 성인병 예방에 도움을 준다. 또 콜라겐도 많아 세포재생에도 좋다. 장점이 많은 생선이다.
정약용의 형인 조선후기 실학사상가 정약전이 집필한 어류학서 ‘자산어보(玆山魚譜)’에는 “장어는 맛이 달콤해 사람에게 이롭다. 오랫동안 설사를 하는 사람은 이 고기로 죽을 끓여 먹으면 이내 낫는다”고 적혀있다. 동의보감에도 장어는 오장육부의 허약함을 보강하고 폐결핵을 다스리는 식재료로 기록돼 있다. 그냥 장어는 남녀노소 모두에게 좋은 음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