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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직장인 안모씨는 지난 14일 회사 앞 흡연구역에서 담배회사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BAT)코리아 영업사원을 만났다. 안 씨에게 다가온 영업사원은 궐련형 전자담배기기를 꺼내 보여줬다. 8주 만 체험하고 반납하면 된다는 말에 안 씨는 자신의 전화번호와 주소, 생년월일을 적어주고 기기를 받았다.
원칙적으로 금지된 담배 판촉이 궐련형 전자담배 대중화로 다시 등장했다. 연초는 빼고 담배를 쪄주는 기기만 사용을 권유하는 식이다. 궐련형 전자담배 기기가 전자제품으로 분류돼 담배판매법에 규제를 안 받는 허점을 이용한 것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BAT코리아는 2개월 체험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영업사원이 직접 거리로 나와 흡연자들에게 자사 궐련형 전자담배 제품 ‘글로 시리즈2’ 무료 사용 이벤트 참여를 권유하고 있다. 이런 식의 판촉 마케팅은 일부 편의점에서도 하고 있다. 홈페이지에서 진행하던 무료 이벤트가 오프라인 행사로 커진 셈이다. 대여 기간도 4주에서 8주로 늘고 있다.
문제는 기존 담배사업법에 궐련형 전자담배 기기가 규제 대상이 아니란 점이다. 기존 법이 제정될 당시 이런 류의 제품이 없었던 이유가 크다.
따라서 연초만 빼면 일반 담배에는 금지된 할인·쿠폰·체험 행사가 가능하다. 실제 BAT코리아 영업사원들도 연초가 아니라 전자담배 기기 사용을 권하고 있다. 기기에 들어가는 연초는 편의점에서 바로 구매하도록 안내하거나, 피다 남은 영업사원 자신의 연초를 제공하고 있다.
BAT코리아 외 한국필립모리스도 자사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 2주 대여 이벤트를 편의점에서 열었다. 소비자가 5000원을 선 결제하고 기기를 대여해 써보는 식이다.
이때도 흡연을 조장한다는 비판 여론이 있었다. 이벤트를 하면서 사용자의 나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 점도 문제시 됐다. 청소년도 체험할 수 있다는 우려에 이들 판촉행사는 중단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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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의 뒷북 대응도 논란을 낳고 있다. 복지부는 최근에서야 금연 대책 마련에 나섰다.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쥴랩스사(社)의 액상형 전자담배(폐쇄형 시스템 전자담배) ‘쥴’ 출시가 예고된 때다. 쥴랩스는 22일 미디어 간담회 후 24일 쥴을 국내 출시한다. 사흘 뒤인 27일에는 KT&G가 쥴과 같은 액상형 전자담배인 ‘릴 베이퍼’를 선보인다. 업계에서는 복지부가 지금까지 편법적인 담배 판촉 행위를 수수방관하다가 새로운 형태의 전자담배가 출시되고 관심을 모으자 비판을 피하기 위해 뒤늦게 행동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전자기기로 분류된 전자담배로 판촉행사를 하는 게 현행법상 불법이 아니다보니 10대 청소년이 대상에 포함된 경우가 아니라면 처벌이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면서 “현재 마련하고 있는 금연 대책에 전자담배 기기 판촉에 대한 규제를 포함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