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 교육비 지출(명목)은 42조25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2% 증가했다. 지난 2017년에 직전년도 보다 2.8% 늘어난 것에서 증가폭이 더 커졌다.
이는 학원비 등 자녀 교육비에 더해 지난해 7월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이후 20~30대 직장인들 사이에서 퇴근 후 어학원이나 문화센터를 찾는 이들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올 봄 학기 신세계백화점 문화센터 이용객을 살펴보면 20~30대가 전체 수강생의 58%에 달했다. 불과 2년 전인 2017년에는 20~30대 수강생 비중이 8%에 그쳤다.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이후 문화센터 풍경이 완전히 바뀐 셈이다.
이 같은 변화에 맞춰 문화센터를 운영하는 주요 유통업체들도 2030세대를 겨냥하거나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강좌를 매 학기 새롭게 선보이는 추세다.
이마트는 다가올 여름학기에 최근 강력한 트렌드로 떠오른 4차 산업 관련 강좌를 전년 대비 10% 늘려 운영한다.
|
또 구독자 300만명 이상의 인기 유튜버 ‘허팝’이 만든 영상 속 과학 실험을 체험하는 ‘허팝 과학 실험 키트 탄생’ 강좌도 진행한다.
직장인들을 위해선 오후 시간대를 활용한 ‘워라밸(일·생활 균형)’ 주제의 강좌도 선보인다.
홈 트레이닝(집에서 쉽게 운동하는 법)을 배워보는 ‘퍼스널 트레이너와 홈 트레이닝’, 직장인들의 취미 활동을 위한 ‘직장인을 위한 토털 공예’, 직접 디저트를 만들면서 마음의 위안을 받는 ‘홀리데이 베이킹’ 등을 기획했다.
신세계백화점은 2030세대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문화 관련 강좌를 전면에 내세웠다.
올해 최초로 선보이는 ‘아카데미 라이브러리’에서는 다양한 작가들과 함께 일상 속에서 책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간을 갖는다. 최근 독서 관련 커뮤니티가 활발해지면서 책과 관련한 콘텐츠를 새롭게 기획했다.
|
수강생이 직접 참여하는 체험형 콘텐츠도 풍성하다. ‘누구든 작가가 될 수 있다’ 수업에선 현직 방송 작가와 함께 글을 고쳐 쓰며 글쓰기를 배운다. ‘내 책 내는 글쓰기’ 강의에선 출판사 에디터가 직접 책을 내는 비법을 알려준다. ‘허니블링의 여행으로 먹고살기’는 여행 크리에이터 허니블링에게 여행 에세이 쓰는 법을 들을 수 있는 강의다.
롯데백화점은 애슬레저(athleisure·운동과 여가의 합성어) 인기를 반영해 ‘요가복계의 샤넬’로 불리는 애슬레저 브랜드 ‘룰루레몬’과 공동 기획한 강좌를 선보였다. 대표 강좌로는 신유정 룰루레몬 강사의 ‘인앤 양 요가’, 김섬주 룰루레몬 강사의 ‘하이킹’, 딘 마이어스 룰루레몬 강사의 ‘프리웨이트 트레이닝’ 등이 있다.
또 여름밤 서울의 대표적인 대교를 뛰는 ‘나이트 런(Night Run)’ 강좌는 밤 8시부터 10시까지 마포대교, 잠수교, 성수대교 등에서 러닝 전문 코치의 지도하에 진행된다.
복고와 아날로그 열풍 트렌드에 맞춘 ‘뉴트로(New+Retro·복고를 새롭게 해석하는 경향)’ 강좌도 선보인다. LP 음악 중 대중음악사에 남을 희귀 음반을 감상할 수 있는 ‘아날로그 LP로 들어보는 한국 대중음악사 시대별 명곡’, 1950년대 독일 수동필름 카메라를 체험하고 현상하는 ‘1950’s 독일 수동카메라 EX 시리즈’ 등 복고 감성을 자극하는 강좌를 준비했다.
이처럼 주요 유통업체들이 문화센터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문화센터 수강생들이 각 업체의 잠재 고객이기 때문이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문화센터 수강생의 백화점 이용 횟수는 월 평균 8회로, 일반 고객(1.2회)의 6배가 넘었다. 연간 사용액이 2000만원 이상인 VIP 고객의 비중도 일반 고객보다 문화센터 수강생이 8배가량 더 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워라밸 문화가 사회 전반에 정착되면서 2030세대 젊은 직장인 수강생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문화센터 이용객은 백화점 혹은 대형마트의 주요 고객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커 수강생들의 목소리와 트렌드를 반영한 강좌 개설에 힘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