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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산을 뚫고 서서히 치솟아 오르는 페트병. 산도 보통 산인가. 유럽의 지붕 알프스란다. 그 산덩이를 밑둥치에 깐 대단한 페트병은 청정 알프스 미네랄워터를 담아냈다는 생수 ‘아델홀츠너 알펜쾰렌’이다. 마치 광고포스터 같은 이 화면은 장지에 채색해 완성한 ‘알프스’(2012)다.
작가 김신혜는 ‘튀는 동양화’를 그린다. 캔이니 병이니 페트병이니 하는 일상의 ‘상품’을 뽑아 영역을 확장하는데. 자연이미지가 도드라진 라벨·외형을 모델로 삼아 인쇄된 배경 밖으로 그 이미지를 빼내는 식이다. 처음부터 한몸이었던 듯 인공물과 자연의 절묘한 조화는 그 과정에서 나온다.
작가의 상상력을 좇는 재미가 특별하지만 세필로 수십 번 그어낸다는 깊은 선·색에 가둔 일침은 그 이상. ‘이 소비가 과연 어디에 빚지고 있겠느냐’고 은근하게 따지는 중이다.
8월 29일까지 서울 서초구 양재동 제이훈갤러리서 계정권과 여는 2인전 ‘여가’에서 볼 수 있다. 장지에 채색. 73×60.5㎝. 작가 소장. 제이훈갤러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