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연주가 끝나고 관객들이 하나둘 공연장을 나서자 서울시립교향악단(이하 서울시향) 단원들은 서로를 꼭 부둥켜안았다. 어깨와 등을 두드리며 격려하기도 했고, 손을 맞잡거나 포옹하며 서로를 응원했다. 표정은 상기돼 있었지만 자신감이 넘쳐보였다. 공연의 흥분이 채 가시지 않은 모습이었다.
9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서울시향 첫 신년 정기연주회 무대. 정명훈 전 예술감독의 사임 후 열린 이날 연주는 흠잡을 데가 없었다. 평단과 관객이 평가한 연주 수준은 ‘역대 최강’, 10년간 다져온 연주력과 내공을 증명한 시간이었다.
이날 무대는 시험대와 다름없었다. 당초 정 전 감독이 지휘하려던 이번 음악회는 독일 출신 거장 크리스토프 에센바흐로 대체됐고 사의를 표명한 핵심 멤버 스베틀린 루세브 악장 자리에는 웨인 린 부악장이 앉았다. 최근 서울시향의 앞날을 놓고 우려가 많았지만 2300여 관객은 객석에 불이 켜질 때까지 박수갈채를 보냈다.
|
에센바흐는 현악기군인 제1바이올린과 제2바이올린을 무대 왼쪽과 오른쪽으로 서로 마주 보도록 영리하게 배치해 음향을 입체적으로 살려냈다. 3악장에서 제1·2 바이올린이 선율을 주고받으며 긴장을 쌓아가는 부분은 덕분에 극대화됐고, 오히려 지휘자의 개성에 맞춰 연주할 수 있을 만큼 유연한 모습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얻었다.
서울시향 오랜 팬이라는 김향미(52) 씨는 “정 전 감독이 없어 걱정된 게 사실이었고 아쉽긴 여전하지만 10년간의 세월이 헛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만족스러웠다. 앞으로의 정기 연주회도 계속 찾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에셴바흐의 지휘가 결정된 것은 3일 밤. 단원들은 5일과 6일 최수열 부지휘자와 준비기간을 다졌다. 7일 오후 입국한 에셴바흐는 트렁크를 든 채 연습실로 직행, 밤 10시까지 리허설을 했다. 8일 내내 연습실에서 살았고, 공연 당일 9일 낮에도 단원들과 계속 호흡을 맞춘 것도 연주회 성공에 한몫했다.
첫 단추를 잘 끼웠지만 앞으로 풀어야할 숙제는 산더미다. 조만간 대표이사 자문기구인 ‘지휘자 발굴 위원회’를 구성해 정 전 감독의 후임을 논의할 예정이다. 남은 8차례 공연의 대체 지휘자도 구해야 한다. 루세브를 비롯해 올해와 내년 상반기 계약 만료되는 정 감 독의 인연으로 합류한 단원들과도 지속적으로 재계약 협의 중이다. 여기에 정 전 감독의 간판을 믿고 지원을 하기로 한 후원사들의 설득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서울시향은 최수열 부지휘자와 함께 당분간 다방면으로 노력한다는 계획이다. 16, 17일 정기공연 지휘자는 11일께 공지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