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가산동 벤처타운에 있는 로킷의 창업자인 유석환 대표(57)가 ‘펀 경영’을 위해 실천하고 있는 핵심적인 경영철학이다. 탤런트 자본주의는 직원들이 각자의 재능을 회사에 기부하면, 회사는 그에 대한 대가로 주식을 구성원들에게 나눠줘 회사지분과 이익을 공유하는 자본주의다.
로킷은 에디슨(EDISON)이라는 브랜드의 개인용 3D 프린터 생산업체다. 국내시장을 70% 넘게 점유하며 한국 3D프린터 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대표 주자다. 지난해에만 3D 프린터를 1000대 넘게 판매했다. 중국, 대만, 호주, 영국, 스웨덴, 네덜란드 등 17개국에 수출할 정도로 개인용 3D 프린터 분야에선 세계적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관련 특허만 20여 개를 보유하고 있다.
“회사의 모든 가치는 직원들의 재능에서 나온다. 회사 경쟁력의 원천인 직원들의 재능을 제대로 보상해주기 위해 주식을 공유하게 됐다.”
유 대표는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회사주식의 40%를 과감하게 내놓았다. 6개월 이상 근무한 직원들에게는 직급에 관계없이 4000주씩을 무상으로 나눠준다. 액면가 500원인 이 회사 주식은 현재 장외시장에서 5000원 넘는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1인당 2000만 원 상당의 주식을 ‘선물’받은 셈이다. 여기에 스톡옵션은 직급별로 별도로 제공한다.
“회사의 이익을 구성원들과 공유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이 주식분배다. 주식을 보유한 로킷의 직원들은 곧 회사 주인이기도 하기 때문에 일에 대한 만족도와 행복지수가 여느 회사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높다.”
유 대표는 행복한 직장, 재미있는 회사를 만들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탤런트 자본주의라고 확신한다. 구성원들이 하는 일에 대해 제대로 된 보상을 하지 않고 선언적으로 외치는 ‘펀 경영’은 허구일 뿐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탤런트 자본주의와 더불어 유 대표가 중시하는 것은 ‘고객 자본주의’다. 회사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 고객도 회사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신념에서다.
“회사를 키우는 핵심적인 주체는 그 구성원과 고객이며 이들이 회사의 진정한 주인이다. ‘고객을 왕’이라 부르면서도 정작 회사의 주인으로 생각하고 대우하는 기업은 거의 없는 게 현실이다.”
유 대표는 이런 경영 철학 아래 이 회사의 3D 프린터 제품을 구매한 고객에게 1대당 회사 주식 2주씩을 얼마 전까지 선사했다. 지난해에만 주식 3000주 가량을 제품을 구매한 고객들에게 배분했다. 다만 일부 주주들이 고객들에게 주식을 지속적으로 나눠주게 되면 향후 주식가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반대하는 바람에 올해부터는 잠시 중단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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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첫 직장은 대우자동차였다. 20년간 근무한 이 곳에서의 마지막 직책은 대우자동차 유럽본부장(전무)이었다. 그 뒤 다국적 보안업체인 ADT 캡스로 자리를 옮겨 아시아태평양 총괄사장을 역임했다. 지난 2007년까지 8년간 이곳에서 근무하면서 회사의 존재 이유에 대해 많은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아시아 지역에 퍼져있던 48개 법인 및 공장을 8개로 통폐합하는 작업을 유 대표가 주도하면서부터다. 이 과정에서 수천 명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당시는 GE의 잭웰치 회장이 ‘경영의 신’처럼 숭배되다시피 하면서 너도나도 앞다퉈 벤치마킹했다. 잭웰치를 따라 회사마다 이익 극대화를 위해 가장 먼저 사람을 자르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고 실제로 크게 유행하던 시절이었다.”
인력 및 사업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하면서 ‘피범벅이 된 자신의 손’을 보며 유 대표는 더 이상 ‘살상용 칼’을 휘두르지 않겠다며 사표를 내던지고 뛰쳐 나왔다. 직원들을 회사의 주인으로 대우하며 함께 상생하는 회사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 대우자동차 출신들이 주축이 돼 설립한 셀트리온의 창립멤버로 합류한 이유다. 지금은 국내 바이오 의약품의 대명사가 된 셀트리온의 계열사인 셀트리온헬스케어 사장으로 일하면서 그가 세운 ‘전공’은 지금도 셀트리온에서는 ‘전설’로 전해진다.
2007년 셀트리온은 외주를 받아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대량생산 준비를 하던 차에 최대수량을 발주한 한 업체가 갑작스럽게 주문을 취소했다. 곧바로 여유자금이 바닥나면서 회사는 존폐의 위기에 처했다. 이런 난국을 극복하기 위해 그는 당시 세계 120개 국가를 다니며 “선금을 미리 주면 값싸고 품질이 우수한 바이오약품에 대한 독점 판매권을 주겠다”며 제약회사들을 설득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탁월한 수완을 발휘해 사업계획서 한장으로 무려 7500억원의 선투자를 이끌어냈다.
그 자금이 지금의 셀트리온을 있게 한 1등 공신이다. 그야말로 ‘현대판 봉이 김선달’ 식 영업이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셀트리온을 떠난지 수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그는 셀트리온의 수석 고문직을 유지하고 있다.
요즘 미래산업을 선도할 핵심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3D 프린터 사업에 대해 문외한이던 유 대표가 하필 이 분야에 팔을 걷고 뛰어든 동기는 뭘까.
“3D 프린터라는 제품을 분석해보니 큰 자본을 갖고 있지 않더라도, 재능이 있다면 누구나 창업은 물론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사업 아이템이라는 것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유 대표는 3D 프린터가 탤런트 자본주의를 대중화할 수 있는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확신했다. 특히 3D 프린터가 개인의 창업을 도울 수 있는 가장 획기적인 품목으로 판단했다. 산업용이 아닌 개인용(B2C) 3D 프린터 제품만 고수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로킷의 3D 프린터 제품 가격은 단돈 150만 원.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3D 프린터는 최소 수천만 원하던 고가품이어서 개인들이 구매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지만 로킷이 초저가의 3D 프린터를 내놓으면서 일정 수준의 디자인 실력을 갖추고 있는 사람 모두가 다양한 사업아이템을 가지고 창업할 수 있는 길이 활짝 열렸다. 실제로 로킷의 주요 고객은 디자이너나 벤처업체들이다.
“탤런트 자본주의를 국내 기업문화에 전파하는 선도적인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싶다.”
유 대표가 꿈꾸는 로킷의 미래상이다. 그는 회사의 주체인 직원들이 진정한 회사의 주인답게 대접받는 탤런트 자본주의가 국내 기업들에 정착되면 “직원들이 애사심을 갖고 행복해하는 직장문화가 저절로 뿌리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3D 프린터 8000대 판매는 거뜬하다는 유 대표는 회사성장에 대한 의욕도 남달랐다. 2017년까지 개인용 3D 프린터를 5만 대 이상 판매해 세계1위 업체로 우뚝 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플라스틱을 소재로 한 3D 프린터 일색에서 이달 말부터는 금속재료를 쓸수 있는 획기적인 제품으로 라인업을 대폭 확대한다. 그동안 개인용 3D 프린터는 플라스틱만 재료로 활용할 수 있어 관련시장이 열리는 데 커다란 한계가 있었다. 이제는 철, 동, 구리, 금,은 등을 사용해 누구나 다양한 제품을 직접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3D 프린터가 대중화될수록 유 대표가 ‘펀 경영’을 위해 펼치고 있는 탤런트 자본주의도 우리에게 더욱 익숙한 단어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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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킷은?
3D 프린터 대중화를 주도하고 있는 국내 대표적 3D 프린터 업체다. 서울 가산동에 있으며 직원 85명 규모다. 산업의 개화기인 3D 프린터 제품을 지난해 국내를 포함해 해외 17개 국가에 1000여대를 판매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특히 이 회사는 이달 말에 금, 은, 동 등 금속을 소재로 활용할 수 있는 개인용 3D 프린터를 내놓을 예정이어서 이 시장에 큰 변화를 몰고 올 전망이다. 그동안 개인용 3D 프린터는 옥수수 전분 등을 재료로 하는 플라스틱만 소재로 쓸수 있어 제약이 많았다.
행복한 회사문화를 일궈나가기 위해 ‘탤런트 자본주의’를 실천하고 있는 유 대표는 “일을 보고 사람을 뽑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먼저 뽑고 일을 만들어 나간다”는 독특한 경영철학을 견지하고 있다. 팀장급 이상이면 누구라도 유 대표에게 간단하게 설명만 하고 직원을 규모에 관계없이 직접 채용할 수 있다. 직원을 뽑으면 회사는 이 직원을 먹여 살리기 위해 어떻게든 일거리를 만든다는 게 유 대표의 믿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