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칼럼]튜닝산업 활성화 獨 벤치마킹해야

김형욱 기자I 2014.02.15 06:00:00

차지원 아승오토모티브그룹 대표

지난해 정부가 ‘자동차 튜닝시장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며 각계각층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규제 개선과 산업 지원방안을 찾고 있고 정부 산하 한국자동차튜닝산업협회도 발족했다. 자동차 튜닝 시장에 대한 ‘튜닝’이 시작된 것이다. 그동안 방목 상태로 음성적으로만 커 온 튜닝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은 환영할 소식이다. 틀은 갖췄으니 ‘튜닝 시장을 어떻게 키워나갈 것인가’ 고민할 때다. 아쉽게도 현재 국내 튜닝 시장에는 롤 모델이 될 기업을 찾을 수 없다. 그렇다면 해외 사례를 참고해 국내 상황에 맞게 적용하는 벤치마킹 전략이 필요하다.

차지원 아승오토모티브그룹 대표
자동차의 역사가 120여년이 된 유럽, 특히 독일은 1980년대부터 이런 고민을 해 왔다. 당시 독일 정부는 자동차 튜닝에 대해 국민이 자동차를 사랑하는 매개체가 되고 라이프 스타일을 향상한다는 것, 튜닝의 활성화가 완성차 제조기업의 기술력까지 높일 수 있다는 점을 인식했다. 1987년, 독일 정부는 메르세데스-벤츠의 튜닝사인 브라부스(BRABUS)를 중심으로 독일자동차튜닝협회(VDAT) 설립을 허가했다. VDAT는 자동차 제조사의 추천과 소비자의 수요를 참고해 회원사를 늘렸고 이후 정부와 완성차 회사, 튜닝사, 소비자가 함께 호흡하고 협력할 수 있는 협회로 발전했다. 특히 정부의 행정적 지원과 제도 덕분에 자동차 제조사와 튜닝사의 관계는 더욱 돈독해졌다. 튜닝이 자동차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을 만족하게 하고, 자동차 제조사의 매출 증가와 기술력 향상 효과로 이어졌다. 또 이는 다시 소비자의 혜택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됐다.

현재까지도 독일 고급 자동차 브랜드는 튜닝과 관련한 공식 파트너사가 있다. 벤츠의 브라부스(BRABUS), BMW의 AC슈니처, 아우디·폭스바겐의 압트(ABT)가 대표적이다. 이들 튜닝사는 완성차의 서비스센터나 레이싱 팀을 운영하는 등 방식으로 서로가 ‘윈윈’하는 관계를 형성했다. 대형 튜닝사가 성장하면서 중소 규모의 튜닝사도 함께 발전했다. 중소회사는 한 가지 제품이라도 정부의 승인을 받을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해 공신력을 얻고 협회의 일원이 되려고 노력했다. 자동차 튜닝 시장은 범위가 넓다. 흔히 알고 있는 유리 썬팅과 오디오 교체, 외장관리부터 서스펜션, 엔진 튜닝, 휠, 타이어 교체 등이 모두 포함된다. 이런 자유경제의 테두리 안에서 산업이 살아 숨쉬고, 경제활동이 일어났다. 연 23조원에 달하는 독일 자동차 튜닝 시장 활성화의 선순환 구조다.

물론 독일 정부와 협회가 무분별하게 튜닝을 권장하고 지원한 것은 아니다. 협회 가입을 위한 인증 절차는 놀랄 만큼 까다롭다. 그러나 정부는 일단 협회 가입 회사는 그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공신력을 제공해 준다. 독일 정부는 튜닝시장 활성화의 목적으로 ‘소비자가 만족하는, 피해가 없는 튜닝’을 내걸고 있다. 소비자가 튜닝에 들이는 돈과 시간, 노력에 대한 값어치를 할 만큼 튜닝의 품질과 사후관리가 보장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독일의 사례처럼 정부가 앞장서서 자동차 제조사와 튜닝회사의 가교 역할을 할 때 소비자가 만족할 수 있고 피해는 없는 건전한 튜닝 시장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다. 국내 자동차 회사도 더는 소비자의 튜닝 욕구를 외면하지 말고 기술협력이나 레이싱팀 운영 제안을 맡겨줘야 한다. 국내 자동차 회사도 이제 기술로나 규모로나 세계 정상급 수준으로 성장했다. 튜닝 활성화 노력은 결국 자동차 제조사에도 기술력 향상이라는 이익을 가져다준다. 정부와 협회, 제조사, 튜닝회사, 소비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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