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경원 기자]전세값 급등과 함께 월세가 오르면서 나타났던 ‘월천족’(月千族)이 사라져가고 있다. 주택 매매시장의 불안 탓에 월세나 전세가 오름세를 보이던 현상이 올 들어 주춤거리는 모습이다.
28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가장 비싼 월세 아파트는 서울 용산구 이촌동 LG한강자이 169㎡(이하 전용면적)형이다. 이 아파트는 보증금 1억2000만원에 월세 500만원을 기록했다.
2010년 이후 거래된 아파트와 비교하면 월세값이 반토막난 셈이다. 실제로 서울 강남구 대치동 동부센트레빌 146㎡는 지난 2011년 8월 보증금 4억원, 월 960만원에 거래된 바 있다. 같은 아파트 161㎡는 올 1월 보증금 7억원, 월 450만원에 계약됐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199㎡는 지난 2010년에 보증금 2000만원, 월 880만원에 세입자를 들인 바 있다. 올 1월 이 아파트 85㎡는 보증금 2000만원, 월 400만원에 거래되면서 월천족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한때 월세로 1000만원 낸다는 의미에서 월천족이라는 말을 유행시킨 청담동 마크힐스, 논현 아펠바움2차의 월세물건이 쏙 들어갔다. 현재 이들 아파트는 전세값만 23억~24억원에 달하지만 물건이 없다. 인근 공인중개 관계자는 “워낙 고가이기 때문에 매물 자체가 귀하다”며 “지금은 전세도 나와 있는 게 없다”고 설명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자문팀장은 “서울 강남과 용산은 기본적으로 고정수요가 있고 우량고객들이 선호하다 보니 고가의 월세 아파트가 많다”며 “더군다나 과거 깡통주택이 늘면서 보증부월세로 전환하는 사람이 증가하는 추세였다”고 설명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 3월 현재 전월세 거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3% 늘었다. 전월과 비교하면 1.0% 증가한 규모다. 지역별로 수도권이 9만 1000건, 지방은 4만 600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6.5%, 12.0%씩 증가했다. 4·1 부동산대책 이전에 주택 매수심리가 위축되면서 매매수요가 전월세 수요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4·1 대책 이후 집값 안정세를 예상하면서 비싼 전·월세보다 매수기회를 엿보는 구매자들이 늘고 있는 분위기다. 최근 전세입자들이 매매수요로 갈아타기 위한 탐색기라는 주장도 나왔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전세값이 매매가격의 60%까지 육박하면서 차라리 매수하자는 분위기가 느껴지고 있다”며 “4·1 대책으로 취득세와 양도세 면제가 확정되면서 주택 구입을 망설였던 생애최초 주택구입자들에게 긍정적인 시그널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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