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뉴욕증시가 하루만에 또다시 반등에 성공하며 랠리를 재개했다. 유로존 우려에 둔감해진 시장은 경제지표 개선에 반응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2포인트 앞에 뒀다.
26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전일대비 111.90포인트, 0.77% 상승한 1만4559.65로 장을 마감하며 다시 사상 최고를 넘어섰다. 나스닥지수도 17.18포인트, 0.53% 뛴 3252.48을 기록했고, S&P500지수는 12.08포인트, 0.78% 높은 1563.77을 기록하며 종가 기준 사상 최고인 지난 2007년 10월의 1565.15에 바짝 다가섰다.
키프로스 구제금융에서 사용된 고액 예금자 손실 분담 방식이 향후 새로운 유럽연합(EU)법에 포함될 수 있다는 EU 집행위원회측의 발표가 은행권에 대한 신뢰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여전했다. 다만 유럽중앙은행(ECB)이 “키프로스는 특별한 케이스”라며 우려를 진화하는데 나선 것이 도움이 됐다.
또 미국의 지난 1월중 대도시 집값이 6년 7개월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한 가운데 2월중 내구재 주문도 항공기 등의 수주 증가로 인해 예상밖으로 크게 증가한 것이 시장심리를 살렸다. 그러나 이후 나온 소비자신뢰지수와 신규주택 판매 조정에 지수 상승폭은 제한됐다.
모든 업종들이 상승한 가운데 특히 헬스케어와 에너지 관련주들이 강한 모습이었다. 보잉과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등이 강했는데, 특히 보잉은 787 드림라이너의 새로운 배터리시스템이 첫 테스트를 시작했다는 소식이 호재가 되며 2% 이상 상승했다.
넷플릭스도 퍼시픽 크레스트가 목표주가를 160달러에서 225달러로 크게 상향 조정한 덕에 5.43% 올랐고, 골드만삭스도 버크셔 해서웨이가 워런트 규정을 조정함으로써 10대 주주에 오르게 될 것이라는 소식에 0.29% 상승했다.
반면 애플은 파이퍼 제프레이의 신제품 출시 효과와 배당금 인상 전망에 따른 기대에도 불구하고 장 막판 뒷심 부족으로 또다시 0.53% 하락했다. 칠드런스 플레이스 역시 시장 기대에 못미치는 실적으로 인해 3.22% 떨어졌다.
◇ 워렌 버핏, 골드만삭스 10大 주주 올라선다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렌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미국 대형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그룹의 10대 주주중 한 명으로 올라서게 됐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버크셔 해서웨이가 지난 2008년 9월 금융위기로 어려움을 겪던 골드만삭스측에 긴급 지원자금을 제공한 대가로 보유하고 있는 주식매입 보장인 워런트 내용을 조정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버크셔측은 금융시장 혼란과 리만브러더스 붕괴로 어려움에 빠진 골드만삭스를 지원하기 위해 새로 발행된 영구우선주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50억달러를 지원했다. 이로 인해 10%의 고정금리로 배당을 받아 매년 5억달러씩을 챙겼다. 또한 2013년까지 주당 115달러에 골드만삭스 주식을 4350만주 더 취득할 수 있는 워런트도 받았다.
이번 합의로 버크셔는 추가로 현금을 사용해 골드만삭스의 주식 4350만주를 매입하지 않는 대신 주식 매입 행사가격인 115달러와 올 10월1일 이전 10거래일간 평균 주가 사이의 차액을 반영한 주식을 무상으로 지급받기로 했다.
이에 따라 버크셔는 골드만삭스 주식을 더 사지 않고도 주식 보유규모를 930만주까지 늘릴 수 있게 됐고, 지분율도 2%포인트 더 높여 9% 수준까지 늘어나게 됐다. 결국 올 10월이면 버크셔는 자동적으로 골드만삭스의 10대 주주 가운데 하나로 올라가게 된다.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CEO는 “버크셔가 골드만삭스에 대한 장기투자자로 남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 EU, 예금자 손실분담 강행..은행권 우려 커진다
전날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 의장의 발언에 이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은행 부실 처리시 고액 예금자에 대한 손실분담에 법으로 명문화할 뜻을 밝히자 은행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셸 바르니에 EU 집행위원회 금융시장 집행위원실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을 통해 “유로존 은행들의 부실문제를 다루는 해결책의 일환으로 원금 보장이 되지 않는 10만유로 이상 고액 예금자들의 손실 분담(Bail-in)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챈탈 휴즈 대변인은 “현재 집행위원회 제안으로 이같은 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며 10만유로 이상 예금자들의 손실 분담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방안”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다만 그는 “EU법상 원금이 보장되는 10만유로 이하의 예금에 대해서는 어떤 경우에도 손실 분담을 요구하는 일이 없으며,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특히 이날 미할리스 사리스 키프로스 재무장관은 100억유로 구제금융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키프로스 은행에 고액을 예금한 예금자들이 장부가치의 40%의 손실을 보게 될 것이라고 밝히면서 이같은 불안을 더욱 고조시켰다.
다만 이는 유럽중앙은행(ECB) 고위 관료들의 발언과는 배치되는 것이어서 향후 도입 여부가 다소 불투명한 상태다. 이날 에발트 노보트니 ECB 정책이사는 프라하에서의 기자회견에서 “키프로스의 은행권 위기는 특별한 경우이며 이번 구제금융안이 다른 국가들에 본보기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시장도 이같은 사실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고도 했다. 아울러 브느아 꾀레 ECB 이사 역시 키프로스 은행시스템은 특별한 케이스이며 이번 구제금융안이 유로존 국가들의 은행 부실 해결의 선례가 될 것이라는 데이셀블룸 의장의 입장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 美 내구재주문-집값 호조..주택판매-경기기대 부진
미 상무부는 지난 2월 미국의 내구재주문이 전월대비 5.7%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앞선 지난 1월 3.8% 감소에서 증가로 급선회한 것으로, 시장에서 예상했던 3.8% 증가보다도 좋은 실적이었다. 또한 앞선 1월 수치 역시 종전 4.9% 감소에서 3.8% 감소로 소폭 상향 조정됐다. 이는 보잉사의 항공기 수주 증가와 자동차 주문 증가에 따른 것으로, 실제 이를 제외한 비운송부문의 핵심(코어) 내구재 주문은 0.5% 감소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케이스쉴러가 함께 발표한 지난 1월중 20개 대도시 주택가격지수는 계절조정 전월대비 1.0%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12월의 0.9%보다 상승폭이 확대된 것으로, 0.9%였던 시장 전망치도 웃돌았다. 또한 계절조정하지 않은 집값도 0.1% 상승했다. 특히 전년동월대비로도 집값이 8.1%나 상승해 7.9%였던 시장 전망치를 넘어섰다. 이는 지난 2006년 6월 이후 무려 6년 7개월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었다.
반면 미 상무부는 지난 2월 신규주택 판매가 전월대비 4.6%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앞선 1월의 13.1% 증가에서 감소로 급선회한 것이다. 또 계절조정한 연율 환산으로 신규주택 판매수도 41만1000건으로, 시장에서 예상했던 42만2000건은 물론이고 1월의 43만1000건에 크게 못미쳤다. 앞선 1월 수치도 43만7000건에서 소폭 하향 조정됐다.
아울러 컨퍼런스보드는 3월중 미국 소비자 신뢰지수가 59.7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시장에서 예상했던 전망치인 68.0은 물론이고 앞선 지난 2월 확정치인 68.0에 못미친 수준이었다. 2월 수치도 종전 69.6에서 하향 조정됐다.
◇ EU, 은행-ISDA 상대로 CDS시장 반독점 조사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이 국제스왑파생상품협회(ISDA)이 관장하는 크레디트디폴트스왑(CDS)을 둘러싼 반독점행위에 대해 본격 조사에 나섰다. 뉴욕에 본부를 두고 있는 ISDA는 CDS 등 신용파생상품 거래 기준 설정을 목적으로 지난 1985년 설립됐다.
EU집행위원회는 이날 “크레딧 관련 파생상품인 CDS사업에 다른 거래소 등이 진입하지 못하도록 투자은행들과 ISDA가 공조한 사실에 대해 일부 증거를 찾았다”고 밝혔다.
앞서 집행위원회는 지난 2011년 4월부터 CDS의 반독점 행위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당시 씨티그룹과 도이체방크 등 16개 은행들이 마킷그룹에 가격 정보를 제공하는데 있어서 공모한 혐의에 대해 조사를 진행했다. 이번에 ISDA까지 이에 가담했다는 증거를 일부 확보함으로써 조사를 확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위원회는 “투자은행들이 특정한 CDS 거래 플랫폼을 독점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CDS시장 데이터 정보를 제공하는 선두업체인 마킷을 사용했을 수 있다는 점도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시장 지배력 남용으로 판정될 수 있는 사안이다. 글로벌 규제당국들은 CDS시장을 지난 금융위기 당시 시장 불안을 고조시킨 주범으로 보고 이에 대해 규제와 감독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재 미국 법무부도 크레딧 파생상품 청산소와 거래 및 정보제공 업체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