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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가 기회의 땅?..이젠 `개천서 용나기` 어렵다

민재용 기자I 2012.01.08 09:20:00

美, 유럽·캐나다 보다 계층간 이동 어려워
빈부격차 심화·소득따른 교육 기회 탓

[이데일리 민재용 기자] 열심히 일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기회의 땅` 미국에서도 계층 상승의 꿈을 실현하기가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아메리칸 드림은 이제 옛말이 돼 버렸고, 이제 어떤 부모를 두느냐가 자신의 계층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됐다는 지적이다.

반월가 시위대가 빈부격차 심화를 표현하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8일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발표된 논문들을 인용, 이제 미국에서 자신의 현재 위치와 상관없이 노력만으로 계층 상승을 이루기는 어려워졌다고 보도했다.

스웨덴대학교 마르쿠스 잔티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미국에서 소득수준 하위 20%(5분의 1)에 속하는 가정의 자녀가 성년이 돼서도 여전히 같은 수준에 머무는 비율은 42%로 나타났다. 이는 상대적으로 계층 간 이동이 적은 전통을 가진 유럽의 덴마크(25%)와 영국(30%)에 비해서도 높은 수치다.

또 하위 5분의 1 가정 출신의 미국인이 성인이 돼 상위 5분의 1로 진입한 비율은 덴마크와 영국은 각각 14%, 12%인데 반해 미국은 8%에 불과했다. 

퓨리서치 조사 결과도 계층간 이동 정체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상위 20%(5분의 1) 가정에서 태어난 미국인이 성인이 돼서도 상위 40%(5분의 2)에 머무는 비율은 62%나 된다. 하위 5분의 1가정 출신 미국인 중 65%도 성인이 돼서도 하위 5분의 2계층에 머무는 것으로 드러났다.

NYT는 유럽과 미국의 문화가 달라 두 지역을 동등 비교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감안해 캐나다와 미국을 비교한 사례로 소개했다.

오타와대학의 마일스 코라크 교수의 논문을 보면 소득 하위 10%(10분의 1) 가정의 아이가 성년이 되어서도 같은 수준에 있는 비율은 캐나다(16%)보다 미국(22%)이 높았다. 상위 10% 가정의 아이가 어른이 되어 같은 단계에 머무는 비율 역시 미국(22%)이 캐나다(18%)를 웃돌았다.

이처럼 미국에서 신분상승이 어려워진 것은 빈부격차가 심화된데다 성공을 위한 교육의 기회가 부에 따라 불평등하게 제공되고 있기 때문이다. 러셀 세이지 재단의 에릭 워너 이사장은 "부자 집안일수록 자신 아이들의 교육에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성공에 이르는 교육의 기회를 더 많이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보수층은 이러한 지적에 대해 "미국의 현재 세대는 부모 세대보다 더 많은 소득을 올리고 있고 여전히 많은 외국인이 성공을 바라고 미국을 향하고 있다"며 아메리칸 드림은 여전히 가능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기회 국가` 프로젝트에 관여했던 존 브리질랜드 전 백악관 비서관은 "미국 계층이동이 다른 나라에 비해 현저히 낮다는 데 충격을 받았다며 "공화당이 이에 대해 진지한 토론을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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