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에서] 인구 70억 시대와 99%의 전쟁

조용만 기자I 2011.11.03 12:31:00
[이데일리 조용만 기자] 1. 지구촌이 70억 인구 시대를 맞았다. 초(秒)단위로 사람들이 태어나고 죽으니 유엔(UN)에서 인구 추계를 감안, 10월 31일을 70억번째 인구의 날로 정했다. 인도 북동부에서 출생한 여자아이가 70억번째 인구가 될 것으로 알려졌지만 필리핀이 선수를 쳤다. 수도 마닐라에서 태어난 아기를 70억번째 인구로 선언하면서 주요 매체에는 빨간 털실모자를 쓴 갓난아기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실렸다.

2. 월스트리트에서 촉발돼 전 세계를 휩쓴 점령(Occupy) 시위. 기세가 꺾이긴 했지만 1%의 탐욕에 분노하는 99%의 혁명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전례없던 저항은 소셜네트워크와 사이버 공간을 통해 전세계로 퍼질 수 있었다. 지난 수십년간 1%가 소유한 부(富)는 확대일로를 걸었고, 99%의 상대적 박탈감은 깊어졌다. 신자유주의와 양극화는 청년실업, 빈부격차 등의 공감대를 형성하며 99%의 액션을 일궈냈다.


세계 인구는 1999년 60억명에서 12년만에 70억명으로 늘었고, 2025년에는 80억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인구가 빠르게 늘면서 식량과 에너지, 환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더 큰 문제는 출생부터 짊어져야 하는 불평등이다. 70억 인구중 10~24세는 18억명 정도로 추산되는데, 이들의 90%가 개발도상국에서 살고 있다. 궁핍과 질병 등 열악한 환경에서 첫걸음을 내딛는 인생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교통과 정보통신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면서 지구촌이 하나로 묶이는 시대. 노동은 소득을 좇아 움직이게 마련이다. 농촌에서 도시로, 가난한 나라에서 잘사는 나라로의 이동이 활발해졌다. 개혁개방 이후 `선부론`(先富論)을 내세운 중국. 괄목할 고도성장의 그늘에는 도시로 몰려든 수많은 농민공들이 자리잡고 있다. 기업가들은 월드 리스트에 오를 정도의 부를 거머쥐었지만 농민공들은 1000위안대의 월급으로 고단한 삶을 지탱하고 있다. 선진국에서 사회 기층민을 형성하고 있는 해외 이주 노동자들의 삶의 질도 크게 다르지 않다.

기존 사회 구성원들의 상대적 박탈감도 분노를 자극한다. 대학을 졸업해도 일할 곳이 없고, 직장을 잡아도 주택마련과 자녀 교육에 허리가 휘는 서민들에게 1%의 탐욕은 타파해야 할 부조리다. 인구가 증가할수록 1%에 대한 99%의 압박은 거세질 수 밖에 없다. 70억 인구의 99%는 69억3000만명. 60억 때와 비교하면 9억9000만명이 추가로 99%대열에 합류할 수 있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99% 점령시위는 큰 인상을 남기지 못했지만 정치·사회 전반적으로 99%에 대한 문제의식은 깊어지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를 통해 복지 논쟁은 최대 쟁점으로 부상했고, 부와 권력 분배를 바라보는 2040의 불만은 새로운 화두로 등장했다. 신자유주의의 상징인 FTA 비준을 둘러싼 갈등도 커지고 있다. 결국 가진 자에 대한 분배와 못가진 자에 대한 배려의 문제다. 70억 인구의 시대. `1% 대 99%의 전쟁`과 `양극화`는 지구촌 전체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세기적 과제가 돼 버렸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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