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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친` 홍보맨서 영업 맞수로···그러나 우정은 계속

정재웅 기자I 2011.08.05 08:30:04

현종원 신한금융투자 지점장-최병관 동양증권 지점장
여의도선 홍보로 1R..명동에선 지점장으로 2R
홍보맨 시절부터 남다른 우정.."서로에게 배울 것이 많아요"

[이데일리 정재웅 기자] 두 사람은 86학번 친구다. 여의도에서 만나기 전에는 일면식도 없던 사이였다. 그들이 처음 만난 건 지난 2007년. 각자 신한금융투자와 동양종합금융증권에서 홍보를 담당하면서부터다.

같은 학번인데다, 같은 일을 하며 서로의 고충을 함께 나눴던 것이 시작이었다. 그렇게 그들은 '절친'이 됐다.

그러다 한 사람이 지난해 1월 일선 지점장으로 나가 영업전선을 뛰게 됐다. 또 한 사람도 올해 8월 지점장 발령을 받았다. 그런데 두 사람의 '영업구역'이 겹쳤다. 홍보 전쟁을 하면서도 절친이 됐던 두 사람이 삭막한 영업전선에서도 우정을 이어갈 수 있을까.

현종원 신한금융투자 광교지점장과 최병관 동양종금증권 골드센터영업부 지점장 이야기다.
 
▲ 현종원 신한금융투자 광교지점장(사진=한대욱 기자)
현 지점장은 "학번도 같은 데다 같은 일(홍보)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친해졌다"며 "내가 가지지 못한 좋은 측면이 참 많은 친구"라고 말했다.

최 지점장도 "선이 참 굵은 친구"라며 "홍보는 변수가 많은데 그 때마다 시의적절하고 정확한 판단으로 일처리를 깔끔하게 해 온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홍보일은 현 지점장이 선배다. 그는 지난 2007년초부터 2009년말까지 홍보실장을 지냈다. 선이 굵고 힘있는 홍보과 친화력으로 이름을 날렸다. 현재의 광교지점장으로 발령이 난 것은 지난해 1월.

현 지점장이 홍보 선배라면 최 지점장은 영업 선배다. 제주 지점장과 종로 지점장을 거쳐 현 지점장보다 약 1년 늦은 지난 2007년 12월에 홍보에 입문했다. 그리고 지난달까지 홍보팀장으로 일했다.

영업맨으로도 이름을 날렸던 그는 홍보에서도 세심하고 정확하다는 평을 받았다. 그러다 최근 지점 중 최고로 꼽히는 골드센터 영업부 지점장으로 발령받았다.

홍보맨 시절, 두 사람의 우정은 증권가에서도 유명했다. 한 증권사 홍보실장은 "두 사람의 스타일이 전혀 다른데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고 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었다"고 회고했다.

현 지점장이 먼저 일선으로 나간 뒤 두 사람은 각각 영업과 홍보를 하면서도 우정을 이어왔다. 마침 신한금융투자 광교지점과 동양종금증권 본사 홍보실이 지척이어서 자주 얼굴을 맞댈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같은 지역을 관할하는 경쟁 증권사의 핵심지역 지점장으로서, 맞짱을 떠야 할 처지가 됐다. 두 지점은 모두 명동과 을지로 입구쪽을 담당한다. 담당 구역이 상당부분 겹친다.
                                                                      
여의도에서 홍보로 1라운드를 펼쳤다면 이젠 명동에서 영업으로 2라운드를 진행하게 된 셈이다. 기이하다면 기이한 인연이다.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관심사다. 
                                                                                                                        
▲ 최병관 동양종금증권 골드센터 영업부 지점장(사진=한대욱 기자)

다른 증권사 홍보팀장은 "여의도에서 맺은 인연이 명동까지 옮겨졌다는 사실에 다들 참 질긴 인연이라고들 한다"면서 "두 사람의 경쟁이 참 볼만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들은 "경쟁은 무슨 경쟁"이냐며 우선은 손사래를 치는 모습이다.

현 지점장은 "예전 홍보할 때도 그랬지만 서로 힘든 일이 있으면 챙겨주고 상의하고 그렇게 지낼 것"이라고 말했다.
 
최 지점장도 "친한 친구와 경쟁하게 돼 어떡하냐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면서 "가끔씩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더 자주 나눌 수 있을 것 같아 잘됐다"며 웃었다.

같은 지역을 담당하는 지점장으로서 상대방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물었다.

현 지점장은 "사실 지점 경력은 나보다 훨씬 선배라 모든 면에서 배워야할 것이 많다"면서 "최 지점장이 가진 많은 장점들을 바탕으로 현장에서도 서로 즐겁게 만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 지점장은 "4년간 현장을 떠나 있었던 만큼 이제는 내가 오히려 현 지점장에게 배워야할 때"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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