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들의 숙제..`기름값을 뛰어넘어라`

안재만 기자I 2011.07.08 08:10:10

`자리 잡았다` 평가 불구 고유가탓 2Q 부진
프리미엄화-헷지 전략 등으로 위기 넘어야

[이데일리 안재만 기자] 국내 항공사엔 두 가지의 핸디캡이 있다. 첫째는 국내선으로는 `돈`이 안된다는 점. 땅덩어리가 좁은 데다 철도 등 다른 교통수단이 발달해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또 다른 핸디캡이 바로 `기름`이다. 유류비는 항공기 운항 고정비의 절반을 차지하는데 딱히 줄일 수 있는 여지가 없다. 선진국 항공사에 비해 정보도 부족하다.

항공업계 관계자들은 "항공업이 반도체 업종만큼 외부 변수에 취약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따지고 보면 기름값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사실 대한항공(003490), 아시아나항공은 9.11테러와 금융위기, 신종플루 등의 충격을 딛고 항공업계 강자로 자리를 굳히는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 마지막으로 남은 숙제가 "어떻게 하면 기름값에 휘둘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돈을 버느냐" 정도다.

◇ 기름값 충격에 2분기는 `비실비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020560)은 약속이나 한 듯 작년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올렸다. 특히 대한항공은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둬 `1조 클럽`에도 가입했다.

그런데 양사 모두 최대 실적 달성은 유류비 덕분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작년 유가가 낮았던 건 아니지만 안정적이었다"며 "악재가 없었기 때문에 좋은 실적을 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2011년 시작과 함께 북아프리카, 중동 지역에서 민주화 시위가 발생했고 3월에는 최악의 대지진이 지구촌을 뒤흔들었다. 고유가는 지속됐고 글로벌 경기가 다시 악화될 것이란 부정적 전망이 팽배했다.

외부 문제가 들끓다보니 자연스레 실적은 부진했다. 올해 예상 목표치 달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증권가에 따르면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모두 2분기 실적이 전년동기는 물론 1분기에도 크게 못 미칠 것으로 나타났다.

양지환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대한항공은 247억원, 아시아나항공은 41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는데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한항공은 1분기 1629억원, 아시아나항공은 984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었다.

삼성증권도 대한항공 2분기 영업이익이 276억원으로 전년(3521억원) 10분의 1에도 못 미칠 것이라고 추정했고 도이치뱅크는 대한항공의 올해 순이익 전망치를 5621억원에서 3608억원으로 35.8% 하향조정했다.

◇ "나름 선방" 평가..프리미엄 전략으로 승부

그렇지만 일각에서는 `흑자를 냈다는 점에 의미 부여해야 한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예전 같았으면 바로 적자로 곤두박질쳤을 것"이라며 "나름 잘 대응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의 경우 올해 상반기 국제선 승객은 742만명으로 작년(751만명)보다 소폭 감소하는데 그쳤다. 항공료가 비싸졌음에도 불구하고 영업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는 뜻이다.

유류비 헷지 전략도 이젠 능숙하게 전개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메리칸항공, 델타항공 등 글로벌 항공사들이 상반기 내내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정확한 전망을 토대로 선방했다는 분석. 

프리미엄 전략 또한 고유가 변수를 뛰어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대한항공은 A380 차세대 여객기를 도입하며 일등석과 비즈니스석을 각각 19석, 94석으로 꾸미는 강수를 뒀다. 프리미엄석이 전체 407석의 26%에 달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요금 인상이 어려운 경영 환경상 프리미엄 전략이 대안이 될 수 있다"며 "명품 항공사 이미지 구축을 계속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행노선 조정, 엔진 사용을 최소화하는 착륙 기법 활용 등도 적극적으로 전개하는 분위기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현재 전 세계의 수많은 비행노선이 서로 다른 관제, 군사영공 때문에 직선 비행을 못하고 있다"며 "비효율적인 인프라 조건을 개선하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고 전했다.
 
신형 항공기 도입도 궁극적으로는 고정비를 줄이겠다는 계산 아래 추진되는 전략 중 하나다. 지난달 첫선을 보인 A380 차세대 항공기는 연료 소모량이 20% 가량 적다. 곧 순차적으로 도입될 B787은 기체 전 분야에 탄소복합소재를 사용해 연료효율이 30% 개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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