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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in][재벌총수와 실권주 함수]④오너 2세들의 실권주

신성우 기자I 2011.02.10 09:20:15
마켓in | 이 기사는 02월 09일 11시 34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in`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이데일리 신성우 기자] 증자와 실권주는 이처럼 기업의 경영권 안정과 오너 개인의 지배기반 강화에 일조한다. 나아가서는 2세 승계를 위한 기반조성이나 재산증식 수단으로 빛을 발하는 경우도 많다. 실권주는 주주배정증자에서 생긴다. 주주우선공모, 일반공모, 제3자배정 증자에서도 흔히 `실권주`를 말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미청약주식일 뿐이다. 애시당초 기존주주의 신주인수권을 배제하고 증자를 진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행 상법에서 주주는 보유주식수에 따라 신주의 배정을 받을 권리가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주주배정방식의 증자가 그것이다. 실권주는 주주에게 배정된 신주인수권을 일부 주주가 포기함에 따라 발생하는 것이다. 주주배정증자에 나서는 기업은 신주발행을 위한 이사회에서 실권주 처리방법을 정해야 한다. 통상은 일반공모를 하거나 별도 이사회에서 제3자배정으로 처리한다. 여기에 주관회사와의 인수방식(잔액인수·모집주선)과 결합해 실권주 처리 방식은 날로 진화하고 있다.

2010년 7월 진흥기업(002780) 증자(1600억원) 때는 모집주선 방식으로 진행됐음에도 실권주를 두 번 처리했다. 주주배정후 실권주를 일반공모한 뒤 최종 실권주를 3자배정 처리했다. 현대상선(011200) 증자는 실권주 일반공모가 없는 잔액인수 방식의 주주배정 증자였지만 실권주를 3자배정 처리했다. 금융감독당국 관계자는 "실권주 처리는 이사회 자율에 맡겨져 있기 때문에 자금조달의 적시성이나 조달환경, 경영권 안정 등 발행사 나름의 목적에 맞게 다양화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하지만 날로 변화하는 증자 방식에도 불구하고 주주배정증자는 일부 주주들이 가져다 주는 실권의 매력과 이사회 자율에 맞겨진 처리 방식 때문에 오너 2세들의 지배기반 조성을 위한 `디딤돌`로 삼기에 충분하다.

태광그룹 2세 승계의 디딤돌

태광그룹 계열 시스템통합(SI) 업체 티시스(옛 태광시스템즈)는 2006년 1월 1억8200만원(9600주·1만8955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주주배정방식으로 진행된 당시 증자 때만해도 지분 100%(자본금 5000만원·1만주·액면 5000원)가 태광그룹 이호진 회장 소유였다. 하지만 이 회장은 배정주식 곧, 증자주식 전량을 실권했다. 실권주는 곧바로 외아들인 이현준씨에게 돌아갔다. 이를 계기로 이 회장의 지분은 51%로 낮아진 반면 현준씨가 49%를 확보, 일약 2대주주로 급부상했다.

티시스의 자본금은 이후 유무상증자를 통해 현재 4억원(8만주·5000원)으로 증가했지만 이 회장 51%(4만815주), 현준씨 49%(3만9185주)의 부자(父子) 지분율은 변함이 없다. 티시스는 2004년 4월 설립된 태광그룹내 SI업체다. 세워진 지 7년이 채 안됐지만 성장성 및 수익성은 눈이 부실 정도다. 설립 이듬해인 2005년 289억원을 기록한 티시스 매출은 2009년 1052억원에 달했다. 3억원이 조금 넘던 순이익은 66억원으로 증가했다.

아울러 현준씨는 태광산업(003240)(59%), 이호진 회장(24.5%)에 이어 지분 8.2%(105만주)를 보유한 티브로드홀딩스의 현 3대주주다. 티브로드홀딩스의 지분 형성과정에서도 실권주가 어김없이 활용됐다. 티브로드홀딩스는 2005년 11월 201억원(315만주·6381원·액면 5000원)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당시 자본금이 30억원(60만주·5000원)이던 티브로드홀딩스의 최대주주 또한 이호진 회장이었다. 게다가 지분 100%를 전량 소유했다. 하지만 당시 증자에서 이 회장은 220만4980주만을 청약하고 나머지는 포기했다. 94만5000주의 실권주가 발생했다. 이사회는 실권주를 현준씨에게 배정했다. 이를 통해 현준씨는 이 회장(74.8%, 281만주)에 이어 2대 주주(25.2%)로 떠올랐다.

티브로드홀딩스는 티브로드강서방송, 티브로드한빛방송, 티브로드서해방송, 큐릭스홀딩스, 한국디지털케이블미디어센터 등 4개 자회사를 둔 종합유선방송(SO) 지주회사다. 지난해 9월말 현재 총자산이 5450억원, 자기자본은 1850억원에 달하고 있다.

`동업` 영풍그룹에 부는 미묘한 기류

최근 영풍그룹의 한 장외 계열사의 지배구조에 의미있는 변화가 감지됐다. 영풍그룹은 장-최씨간 동업관계가 2대째 유지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 장외 계열사에 최씨가의 최창영 고려아연 명예회장 일가로의 지분쏠림이 이뤄졌다. 영풍그룹 계열 알란텀은 지난해 12월17일 200억원(400만주·5000원) 유상증자를 완료했다. 알란텀은 영풍그룹이 디젤차량용 매연저감강치 개발·제조사업을 위해 2008년 8월 자본금 210억원으로 설립한 업체다. 설비투자단계를 거쳐 아직은 본격적인 매출(2010년 1~3분기 16억원)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 이번 증자로 자본금은 766억원(발행주식 1532만주·액면가 5000원)으로 증가했다.


반면 알란텀의 자본확충 못지 않게 시선을 끌고 있는 것은 증자를 계기로 한 대주주의 지분 변화다. 당초 이번 증자는 주주배정방식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최대주주 코리아니켈(증자전 지분율 50.4%), 고려아연(36.0%), 케이지엔지니어링(7.2%) 등 영풍그룹 계열사들을 비롯해 모든 주주들이 전량 실권했다. 실권주는 전량 제3자 배정 처리했다.

실권자 인수자 중 한명이 최창영 고려아연 명예회장(미등기)의 장남 내현(최제임스성)씨다. 증자 주식의 절반인 200만주(100억원)를 인수했다. 이를 통해 알란텀 설립 당시 출자지분이 1.0%에 불과했던 내현씨는 지분율을 증자전 4.8%에서 14.9%(266만주)로 끌어올렸다. 계열사 케이지엔지니어링을 제치고 코리아니켈(39.15%), 고려아연(28.0%)에 이어 3대 주주에 올라섰다. 또한 이번 증자 때는 최 회장 역시 100만주(50억원)의 실권주를 취득, 5.6% 지분으로 알란텀의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렸다. 이외 100만주는 영풍이 신규 매입했다. 최 회장 부자(父子)가 20.4%를 보유하게 된 것이다.

영풍그룹은 공동창업주 고 장병희 명예회장과 고 최기호 회장에 이어 장형진 영풍그룹 회장(차남)과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장남)에 이르기까지 2대에 걸친 동업관계를 유지, 공동경영을 하고 있다. 대략 주력사인 영풍(000670)고려아연(010130)을 나눠 맡는 구도다. 영풍은 현재 장 회장이 대표이사 회장, 고려아연은 최창걸 회장의 둘째 동생 최창근 대표이사 회장이 맡고 있다. 하지만 지분구조만 놓고 보면 계열사 지분을 대부분 공유하는 형태로 뚜렷하게 최씨 일가 몫으로 분류할 만한 계열사는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따라서 최창걸 명예회장의 첫째 동생인 최창영 명예회장 부자의 알란텀 지분 확보가 향후 장-최씨 일가의 계열 분할 과정에서 일가들의 소유구도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의미있는 행보로 해석되고 있다. 나아가 알란텀 증자 때 실권주가 내연씨에 집중됐다는 것은 최 회장의 2세 승계 기반을 조성하는 성격으로도 볼 수 있다. 알란텀 설립 당시부터 최 회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내연씨가 등기임원으로 경영을 맡고 있는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아울러 알란텀 최대주주 코리아니켈이나 계열 주주 케이지엔지니어링(5.6%) 모두 최 회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편 영풍그룹은 재계 49위(공기업 및 민영화된 공기업 포함,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기준)로 주력사인 영풍, 고려아연을 비롯해 24개 계열사를 두고 있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제2호 마켓in`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제2호 마켓in은 2011년 2월1일자로 발간됐습니다. 책자가 필요하신 분은 문의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의 : 02-3772-0381, bond@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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