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린 IT 실적 시즌.."모든 길은 `태블릿`으로 통했다"

[이데일리 류의성 기자] 지난 29일 삼성전자를 끝으로 사실상 마감한 IT 대기업 3분기 실적 시즌에선 `태블릿`이라는 단어가 과거보다 훨씬 자주 오르내렸다.

국내에선 아직 아이패드나 삼성전자의 갤럭시탭이 정식 출시되지도 않았는데도 이처럼 태블릿PC가 많이 거론된 이유는 무엇일까.

31일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태블릿PC는 단말기 자체는 물론이고 모바일 D램과 낸드플래시, 모바일 CPU 등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2차전지 산업의 동반성장을 견인할 주요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애플의 태블릿PC `아이패드`

애플의 아이패드 부품 중 약 30%가 한국산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아이패드가 많이 팔리면 팔릴수록 관련 국내 부품기업이 웃을 수 있다는 얘기다.

태블릿PC의 파괴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향후 출판과 영상, 교육, 게임 등 미디어산업도 판도를 흔들어 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이번 실적에선 세계 태블릿PC 급팽창으로 수혜를 입고 있는 기업들이 등장한 데다, 삼성과 LG도 이와 관련해 어떻게 대응할 지 밝히기도 했다.

지난 21일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은 기업실적 발표가 끝난 후 "스마트북(태블릿PC) 과 스마트폰, 스마트TV 등 스마트 시대에 스마트패널로 차별화하겠다"고 말했다.

권 사장이 말한 스마트패널이란 LG디스플레이가 전세계적으로 주도하는 IPS방식의 LCD패널을 가리킨다. 아이패드에 채용된 것으로 알려진 바로 그 패널이다.

권 사장은 "태블릿PC는 7인치부터 11인치까지 다양하지만 개인적으로는 9.7인치 크기가 적당한 것 같다"며 아이패드를 우회적으로 추켜세워 눈길을 끌었다. 이어 "시장조사업체에서는 내년 태블릿PC 시장 규모를 5500만~6000만대까지 보지만 개인적으로는 7000만대 이상도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해외에 출시된 삼성전자의 태블릿PC `갤럭시 탭`

김환 삼성전자 상무는 29일 삼성전자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갤럭시탭은 현지 채널을 통해 유통되고 있지만 전통적인 오픈마켓 진출도 고려하고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내년 태블릿PC 시장 규모는 5000만대 수준으로 삼성전자는 600만대 판매를 목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진은 스마트폰과 비슷하거나 소폭 상회할 것이라는 얘기도 했다.

삼성전기 역시 태블릿PC 성장으로 수혜를 입는 대표주자다.

삼성전기는 지난 3분기 실적을 통해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등 모바일 신규 제품의 출시와 빠른 성장으로 HDI(휴대폰용 기판), MLCC(적층세라믹콘덴서) 관련 부품 매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음을 보여줬다. 외형 성장 뿐 아니라 수익성 개선에도 일조하고 있다. 특히 HDI는 삼성전기 기판사업의 핵심으로 스마트폰과 AMOLED 채용 증가 등으로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

2차전지 주력회사로 성공적으로 변신 중인 삼성SDI도 마찬가지다. 삼성SDI는 27일 실적를 통해 2차전지 영업이익률이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시장 규모도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바로 태블릿PC와 스마트폰 때문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용 시장이 확대되면서 여기에 들어가는 각형 및 원형, 폴리머전지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LG전자 정도현 부사장도 28일 3분기 실적 기업설명회에서 "2011년에 본격적으로 출시되는 프리미엄급 스마트폰과 태블릿 PC를 위한 연구개발 투자를 4분기에도 집중적으로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 남대종 SK증권 애널리스트는 "태블릿PC 시장이 내년에 5000만대 이상을 형성할 것"이라며 "태블릿PC에 많이 탑재되는 낸드플래시 등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의 태블릿PC `갤럭시 탭`을 사용하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