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증권CEO에게 듣는다)③진수형 한화證 사장(VOD)

전설리 기자I 2007.03.26 10:30:00

"예탁자산 늘린다"..2009년까지 20조 목표
선택과 집중으로 차별화..채권·CMA 특화
`리스크 관리·금융상품 개발` 역량 강화

[이데일리 전설리기자] "덩치가 크다고 강한 것은 아닙니다. 빠른 것이 느린 것을 잡아먹을 수 있습니다"

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이라는 시험대에 오른 한국 증권업계. 진수형 한화증권 사장은 위기의 해법을 `스피드`에서 찾았다. 폭풍우를 이겨내는데 거함보다는 초고속 보트가 유리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진 사장은 이어 `선택과 집중`을 화두로 꺼냈다. 한화증권(003530)을 특화된 영역에서 빛을 발하는 `강소 증권사`로 이끌겠다는 포부다.

특화된 영역은 다름 아닌 채권과 CMA(종합자산관리계좌). 한화증권은 지난해 이미 진 사장의 지휘하에 이 분야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다.

진 사장은 향후 ▲고객 예탁자산 확대 ▲리스크 관리 역량 강화 ▲금융상품 개발을 통해 승부수를 띄운다는 전략이다.

◇"외형 키운다"


한화증권의 1월말 현재(2006년4월~2007년1월) 당기순이익은 485억원. 전년동기대비 8.1% 줄어들었다. 영업수익도 1964억원으로 5.4% 감소했다. 그러나 총자산은 2조1493억원으로 67.5% 성장했다.

"1년전 부임 당시 자기자본 4000억원과 부채 60000억원을 합해 1조원 가량이었던 자산을 현재 2조 가량으로 늘렸습니다. 자기자본 규모가 작다면 부채로 간주되는 고객 자산을 늘려서라도 자산을 확대,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해외 선진 증권사들은 국내 증권사들에 비해 자본이 30배 크지만 자산은 60~100배 크거든요. 향후 한화증권을 자산 중심의 증권사로 키울 계획입니다"

현재 10조원 수준인 예탁 자산 규모는 2009년까지 최소 20조원으로 증대한다는 목표다. 외형 성장을 통해 수익의 절대 규모를 늘려나간다는 전략이다.

수익성 제고를 위해 수수료율이 높은 상품의 판매 비중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진 사장은 "같은 물건도 슈퍼마켓보다 백화점에서 파는 물건의 가격이 비싸지 않느냐"며 "이제 증권사들도 단순 중개업무에서 벗어나 가치있는 상품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 수익성 제고에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자통법 대응 "위기를 기회로"

자통법 도입은 금융상품 포괄주의와 업무 범위 확대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했다. 동시에 증권사의 대형화와 업계 구조조정이라는 회오리 바람을 몰고 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중소형사 위기설`에는 반박했다.
 
진 사장은 "대형사는 골드만삭스, 메릴린치와 같은 투자은행(IB)으로 몸집을 키우고 중소형사는 특화된 사업에 집중하는 차별화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대형사는 유수 외국계 증권사들과 어깨를 맞대고 경쟁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되고 중소형사도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도태되는 위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경쟁력을 갖춘 증권사들은 위기를 기회삼아 한 단계 도약, 한국 증권업계 발전의 계기를 만들 것으로 봤다.

한화증권은 위기를 기회로 승화시키기 위해 채권에 특화된 자산관리에 역점을 두겠다는 전략이다. 진 사장은 "스마트 CMA를 통해 자산 증대에 주력, 이를 기반으로 채권 및 장외파생상품 관련 복합 신상품을 개발해 안정적이면서도 상대적으로 고수익을 원하는 고객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상품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화증권은 지난해 채권 부문에서 실력을 유감없이 뽐냈다. 2005년 40억원이었던 채권부분 영업이익을 129억원으로 세 배 이상 끌어올린 것. 올해는 227억, 내년에는 300억~400억원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다. CMA 영업에도 박차를 가해 현재 10만 계좌를 돌파했으며 수탁고도 1조5000억원에 이르렀다.

◇키워드는 `리스크 관리`

진 사장은 경쟁력 향상를 위한 리스크 관리 역량 강화에 역점을 두겠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리스크 있는 것을 리스크 없는 것으로 바꾸는 것이 바로 리스크 관리(risk management)입니다.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단순 중개 업무에서 벗어나 리스크 관리 업무를 해야 합니다. 고객의 자산을 잘 굴리는 회사란 리스크 관리와 상품 개발을 잘 하는 회사를 말합니다"

최근 네 차례 금리 인상을 겪은 불확실한 채권 시장에서 인상적인 수익을 낸 것은 바로 한화증권의 리스크 관리 능력 덕분이라고 진 사장은 자부했다.

리스크 관리 능력 강화와 상품 개발을 위해서는 뭐니뭐니해도 인재 확보가 필수.

진 사장은 "자통법 도입에 따라 금융기관의 경쟁력에서 인재의 창의력이 더욱 중요해졌다"며 "인재 경영을 위한 인프라를 확충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내부 인력 역량을 제고하고 외부의 우수 인력을 과감하게 영입하겠다는 설명이다. 특히 금융공학, 수학 분야의 우수 인력을 영입하겠다고 진 사장은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 나오고 있는 애널리스트 몸값이 너무 높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자본주의 속성상 수요가 공급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한 현상"이라며 "이를 고급 인력을 키우는 계기로 삼아 내부 인적 자원을 양성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진출 `박차`
 
"한화는 그룹 차원에서 4~5년 이내에 전체 그룹의 해외 매출 비중을 30~4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입니다. 한화증권도 이에 부응해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예정입니다"

강한 증권사로 거듭나기 위해 해외 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겠다고 진 사장은 언급했다.

한화증권은 최근 중국 해통증권과 제휴하에 중국 B주식 및 홍콩 주식 직접투자 서비스를 런칭했다. 진 사장은 "이번달 말 해통증권 직원과 인력 교류가 실시될 예정"이라며 "중국 기업의 한국내 상장 업무 추진에도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중국 시장의 단기 변동성이 커졌지만 중국 시장이 갖는 장기적인 잠재력을 고려하면 단기적인 변동성은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중국 이외 신흥시장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고 진 사장은 귀뜸했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넘쳐나는 유동자금이 중국, 동남아, 중동, 중앙아시아, 유럽까지 광범위하게 투자돼 해당 지역 금융시장의 수익 창출 기회가 커졌습니다. 물론 그에 따른 변동성 리스크도 크지만 리스크 관리만 잘 되면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만큼 신흥시장에 조심스럽게 접근할 계획입니다"

구체적으로는 베트남 및  중앙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진출하고 일본, 유럽 등 지역별 금융시장 대상 투자상품도 내놓을 계획이라고 진 사장은 설명했다.

◇`한화 금융 네트워크`로 시너지

최근 한화투신운용 지분을 대한생명에 매각한 것과 관련해서 진 사장은 "그룹 차원에서 대한생명과의 시너지가 더 나은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화그룹은 금융을 제조·건설, 유통·레저와 함께 3대 중점사업으로 육성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습니다. 여기서 한화증권이 대한생명과 함께 금융 계열사의 양대 축이 될 것입니다. 이미 대한생명, 한화손해보험, 한화투신운용, 한화기술금융 등 금융 계열사들과 긴밀한 협조 체제를 구축했습니다. 자통법이 도입되면 시너지가 배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진 사장은 자통법 도입을 앞두고 금융업종간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아직 의미있는 시너지를 내지는 못하고 있지만 앞으로 금융 네트워크를 갖춘 그룹이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 네트워크의 일환으로 한화그룹은 지난 달 한화 금융그룹 복합점포 1호인 시청 금융 플라자를 개설했으며 이를 프라이빗뱅킹(PB) 형태로 지속적으로 확대, 발전시켜 나간다는 방침이다.

진 사장은 "한화증권은 계열 보험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대규모 자산들의 운용 효율화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맞춤식 상품을 개발, 공급해 시너지를 창출할 계획"이라며 "특히 보험사와의 판매 채널 공유를 통해 영업 기반을 획기적으로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담 = 박호식 증권부 팀장]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