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 29일, 박정열 국세청 개인납세국장은 세종 국세청 본청 종합소득세 신고 브리핑에서 가상자산 과세 신고 관련 질문을 받자 이렇게 답했다. 행정 일정으로만 보면 틀린 말이 아니다. 2027년 1월1일부터 발생한 소득은 2028년 5월에 신고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답변에는 한 가지가 빠져 있다. 1326만명(작년 12월 업비트 누적 회원 기준)의 가상자산 투자자가 그 신고를 위해 ‘무엇을 미리 알아야 하는가’에 대한 인식이다. 시행은 2027년 1월이지만 절세를 위한 자산 배분 결정은 그 이전에 이뤄져야 한다. 의제 취득가액으로 인정되는 것은 2026년 12월31일 시가다. 즉 올해 안에 모든 결정이 내려져야 한다는 뜻이다. 2028년 5월에 ‘준비를 마치겠다’는 답변이 행정 시간표와 납세자 시간표가 얼마나 어긋나 있는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바로 다음 날인 4월 30일, 같은 사안을 다룬 다른 기사 제목은 ‘금투세는 없애고 코인은 내년부터 과세?…형평성 논란 재점화’였다. 오는 7일에는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야당 간사) 주관으로 가상자산 과세 관련 긴급 토론회가 예정돼 있다. 시행은 8개월 앞이고, 폐지 법안은 발의돼 있고, 형평성 논란은 다시 불붙었다.
그런데 ‘무엇이 과세 대상이며 어떻게 신고해야 하는가’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여전히 공백이다. 1326만명 납세자에게 남은 시간은 8개월이고, 절세 결정에 남은 시간은 약 8개월에 불과한데, 정작 행정은 19개월 뒤를 보고 있다. 이것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인식의 문제다.
조세 예측가능성…행정 편의가 아니라 헌법상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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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가상자산 과세는 이 원칙에서 명백한 취약점을 안고 있다. 시행 8개월 전인 지금, 골격(기타소득 22%·250만원 공제·의제 취득가액 인정) 외의 실무 가이드라인은 아직도 충분히 공개되지 않았다. 거래소 간 이체, 콜드월렛 보관, 스테이킹 보상, 에어드롭(이벤트 등으로 코인을 무료로 받는 것), 하드포크(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수령 자산, 디파이 수익, 대체불가능토큰(NFT) 거래, 토큰 스왑 등 1326만명 투자자의 일상적 거래 케이스 대부분이 ‘어떻게 분류되고 어떻게 평가되는가’에 대한 명확한 답을 갖지 못한 상태다.
김갑래 전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작년 11월 보고서에서 ‘비거주자 과세, 국내 장내거래 외 거래, 취득가액 산정 기준, 과세 시점 등에서 여전히 법적 불명확성이 존재한다’며 내년에 네 번째로 과세가 유예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폐지·유예·시행이 정치적으로 충돌하는 동안, 납세자는 ’시행될지조차 모르는 세금‘을 위해 1년치 거래 기록을 별도로 만들어야 하는 모순적 상황에 놓여 있다. 어떤 시나리오로 가든 ’준비된 사람만 살아남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런 불확실성의 비용은 행정이 아니라 시민이 떠안는다.
’현행법대로 시행‘과 ’완전 폐지‘…양측이 빠뜨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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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국세청 시스템은 5대 원화 거래소 중심으로 짜여 있어 해외 거래소·개인지갑·탈중앙 거래소(DEX) 거래를 포착할 수 없다.
둘째, 글로벌 가상자산 정보 자동교환체계(CARF)가 도입돼도 총량 정보 중심이어서 개인별 세부 추적이 어렵다.
셋째, 가상자산 양도가 기타소득으로 분류되어 손실 이월공제가 없는 점은 주식 양도소득세 체계와 비교해 형평성에 어긋난다.
넷째, 시행되면 자금이 추적이 어려운 해외 거래소·DEX·개인지갑으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다. 작년 하반기 거래소 외부 출고액 107조3000억원 중 본인 확인을 거쳐 해외로 이전된 화이트리스트 금액이 90조원에 달한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국민의힘의 ’완전 폐지‘ 입장은 ①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일부 가상자산을 상품으로 분류한 점 ②거래소 수수료 부가가치세와의 이중과세 논란 ③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이후 형평성 문제 ④국세청 인프라 미비 ⑤청년 자산 형성 기회 보장의 5개 축으로 구성된다.
박수영 의원은 지난달 25일 코인원 간담회 직후 “국세청은 가상자산 시장 구조와 거래 흐름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라며 “과세를 강행할 경우 자금이 해외 거래소나 비정식 경로로 이동하는 풍선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프라 미비, 자본 이탈, 형평성은 실질적 논거다.
다만 이중과세 논거는 다소 약하다. 거래소 수수료에 부과되는 부가가치세는 ’서비스 대가‘에 대한 과세이고, 양도소득세는 ’투자 차익‘에 대한 과세로 과세 대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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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길…카테고리를 바꾸고, 세제를 같이 바꾼다
이 교착을 풀 단서는 가까운 일본에서 이미 보이고 있다. 일본 내각은 지난달 10일 금융상품거래법(FIEA) 개정안을 의결했다. 가상자산을 자금결제법의 ’결제 수단‘ 카테고리에서 떼어내 주식·채권과 동일한 ’금융상품‘으로 재분류하는 결정이다.
105개 종목에 대해 거래소가 발행자 정보·기술 기반·가격 변동 리스크를 의무 공시하고, 내부자거래가 명시적으로 금지되며, 무허가 운영자에 대한 처벌은 징역 3년에서 10년으로, 벌금은 300만엔에서 1000만엔으로 강화된다.
핵심은 그다음이다. 일본은 가상자산을 금융상품으로 재분류하는 동시에 세제도 바꾼다. 현재 최고 55% 종합과세에서 주식·펀드와 동일한 20% 분리과세로 전환하고, 손실 이월공제를 도입하는 방향이다. 논리는 단순하다. ’금융상품으로 보면 금융 소득세제를 적용한다‘는 것이다. 분류와 과세를 한 패키지로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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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을 ’금융상품 분류+분리과세 20%+손실 이월공제+디지털자산기본법 시행 시점에 동기화‘의 한 패키지로 가는 것. 이것이 우리(INSIGHT3)가 일관되게 주장하는 시나리오다.
지금 준비할 것들…정부 그리고 납세자
결론은 두 갈래다. 정부와 국세청에 요구할 것이 있고, 납세자가 자신을 위해 준비할 것이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사실을 정면으로 짚어야 한다. 앞서 국세청은 ’가상자산 통합분석시스템‘ 구축 사업을 지난 3월 긴급 공고했고, 이달부터 설계에 착수해 11월 시범운영, 연말 정식 오픈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즉 시행 시점인 2027년 1월까지 시스템 자체를 짓는 일정이다. 이 일정 안에 케이스별 실무 가이드라인 공개, 의제 취득가액 산정 기준 고시, 홈택스 시뮬레이션 도구 오픈, 거래소 신고 표준 데이터 포맷 확정이 모두 들어갈 자리는 없다. 사전 고지에 필요한 시간은 행정이 시스템을 짓는 시간 안에 이미 다 소진된다.
더 근본적인 차원이 남아 있다. 시스템과 가이드라인이 갖춰져도 그것을 운영하고 납세자에게 안내하는 사람이 없으면 행정은 작동하지 않는다. 전국 6개 지방국세청과 130여 개 일선 세무서 담당 공무원들은 시스템 정식 오픈 직후부터 1326만 납세자의 질의를 받아내야 한다.
그러나 가상자산 거래의 실무 복잡성은 일반 세무 실무와 차원이 다르다. 거래소 간 이체와 콜드월렛 보관의 구분, 스테이킹 보상의 인식 시점, 에어드랍과 하드포크의 평가, 디파이 수익과 NFT 거래의 분류, DEX 거래의 입증 방법에서 실무적으로 준비할 게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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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 가지(시스템, 가이드라인, 운영 인력)가 모두 시간이 부족한 상태에서 시행을 강행하는 것은 ’준비된 상태로 시행할 수 없는‘ 일정을 짜놓고 ’준비 중‘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시스템이 11월에 시범운영을 시작해 12월에 정식 오픈된다면, 1326만명 납세자가 그 시스템을 보고 자신의 거래 기록을 어떻게 정리해야 하는지 학습할 시간이 사실상 없다.
의제 취득가액의 기준이 되는 12월31일 시가는 시스템이 막 가동되기 시작하는 시점이다. 그 시점에 일선 세무서 담당자들도 시스템을 학습하느라 납세자에게 일관된 안내를 줄 수 없다. 행정의 자기모순은 일정 한 줄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가이드라인·인력 세 차원 모두에서 시간이 동시에 부족하다는 구조적 문제다. 이 자기모순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해야 다음 결정이 가능하다.
여기서 정치권에 두 갈래 결정이 남는다. 시나리오 A는 내년 1월 시행을 그대로 가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려면 정부와 국세청은 늦어도 2026년 상반기 안에 케이스별 가이드라인을 모두 공개해야 한다. 7월에 시뮬레이션 도구를 오픈하고, 9월에 거래소 신고 데이터 표준을 확정하며, 시스템은 11월 시범운영보다 훨씬 일찍 가동돼야 한다. 동시에 일선 세무서 인력에 대한 실무 교육이 9월 이전에 시작되어 12월까지는 모든 담당자가 케이스별 처리 기준을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이 일정은 4월 29일 브리핑에서 국세청이 밝힌 일정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시나리오 B는 유예 또는 재설계다. 일본이 가는 ’금융상품 분류+분리과세 20%+손실 이월공제‘의 한 패키지로 시행 시점을 디지털자산기본법 시행과 동기화하면, 2028년 또는 2029년으로 옮기면서 그 사이에 시스템·가이드라인·표준·인력 교육을 모두 갖출 수 있다.
정치권은 둘 중 하나를 올해 상반기 안에 결정해야 한다. 결정이 시나리오 A라면 국세청 일정 자체를 6개월 이상 앞당기는 행정 동원이 따라야 하고, 시나리오 B라면 유예·재설계 입법 일정을 즉시 가동해야 한다. 결정을 미루면 시간은 두 시나리오 모두에서 매몰된다.
박수영 의원이 “국세청은 가상자산 시장 구조와 거래 흐름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라고 지적한 것은 단순한 비판이 아니라 위 자기모순의 다른 표현이다. 오는 7일 박수영 의원 주관 긴급 토론회는 이 두 시나리오 사이의 정치적 결단을 압박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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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거래 기록의 체계적 보관이다. 국내·해외 거래소, 개인지갑, 탈중앙화 거래소(DEX)에서 발생한 모든 거래 내역과 함께 취득가액·양도가액·거래 시점·수수료를 시계열로 정리·보관해야 한다. 특히 2027년 1월1일 0시 기준 시가가 의제취득가액으로 인정되는바, 해당 시점의 보유 자산 평가 자료를 별도로 확보해 둬야 한다.
둘째, 자산 평가방법의 사전 결정이다. 가상자산사업자를 통해 거래되는 자산에는 이동평균법이, 그 외 자산에는 선입선출법이 원칙적으로 적용되므로, 보유 포트폴리오의 구성에 비춰 어느 방법이 유리한지 사전 시뮬레이션을 거쳐야 한다.
셋째, 법인 투자자의 경우 회계 처리와 세무 처리의 정합성 확보다.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가 단계적으로 허용되는 흐름 속에서 가상자산을 어떠한 자산 항목으로 분류하느냐에 따라 평가손익의 인식 시점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넷째, 사업자(VASP·발행자·수탁사)의 경우 고객 거래정보 보고 체계의 사전 구축이다. 과세 시행 시 거래소·VASP에는 분기별 또는 연 1회 거래명세 신고 의무가 부과될 가능성이 높다.
다섯째, 글로벌 정보교환에 대비한 고객확인(KYC) 및 트래블룰(자금이동규칙) 체계의 강화다. 암호화자산 자동정보교환체계(CARF·카프)가 본격 가동될 경우, 국세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거래소로부터 한국 거주자의 거래 정보를 수령하게 된다.
정부와 납세자 양측에 공통으로 요구되는 과제는 결국 ’시계(時計)를 앞당기는 일‘이다. 행정은 ’2028년 5월‘이라는 시행 시점이 아니라 ’2026년 내‘라는 준비 시점을 기준으로 움직여야 한다. 납세자 또한 ’시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가정에 기대기보다 ’시행된다‘는 전제 위에서 대비할 필요가 있다. 결국 정부와 납세자 모두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에 대해 각자의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
오는 7일 박수영 의원실 주관 토론회와 그에 이어질 12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1소위원회 회의는 단순한 정치 일정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1326만명에 달하는 가상자산 투자자의 시간이 정치 일정에 의해 또다시 표류할 것인지, 아니면 명확한 입법적 결정으로 회수될 것인지를 가르는 분기점이다.
조세는 거두는 행정이 아니라 예측 가능하게 부과되는 행정이어야 한다는 기본 원칙으로 회귀해야 한다. 그 원칙을 회복하는 데 남은 8개월은 결코 긴 시간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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